언어영역 '불수능' 논란… 정말 그게 문제일까?
언어영역 '불수능' 논란… 정말 그게 문제일까?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11.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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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두뇌 만들기⑤

매년 비슷한 양상이지만, 금년 수능 후에도 특히나 언어영역(국어)이 어려웠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자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이 등장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지문 속에 있는 어려운 단어를 몇 개 꺼내 강조하면서 ‘이런 단어를 수험생들이 어떻게 알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과학 관련 제시문을 지적하면서는 국어시험인지 과학시험인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쏟아낸다.

지난해 수능 후에 언어영역의 경제 지문을 시비 걸었던 것과 데자뷰 같은 뉴스들은, 시험을 망친 수험생과 속상해하는 부모님들을 다소 위로했는지는 모르겠다. 언어영역 문제를 어려워한 수험생들과 비판적인 기사를 쓰고 있는 언론의 주장처럼 이번 수능 언어영역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고 아이들을 좌절케 한 것일까?

언어영역 시험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수학능력이 가능한지 언어영역의 실력을 확인하고 변별력을 측정하는 것이 목표이다. 따라서 국어 지문에는 문학영역만 출제되는 것이 아니라 비문학 지문이 언제나 그렇듯이 출제되었고, 정치, 경제, 과학, 환경, IT 분야 등 그 어떤 영역도 국어의 제시문으로 출제된다. 

그리고 반드시 학생들이 배우거나 알고 있는 제시문일 필요도 없다. 제시문에 등장하는 모든 단어의 뜻을 알고 있어야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해당 분야의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라 일종의 오픈테스트처럼 제시문을 읽고 문맥을 통해 모르는 단어일지라도 대략적인 뜻을 추론하여 이해해서 답을 찾는 시험이다.

출제한 교수나 교사들이 수십 년의 노하우를 통해 축적한 난이도의 범위 내에서 언어능력에 대한 변별력을 측정하는 시험일 뿐이다. 따라서 수능이 치러질 때마다 매년 '불수능' 논란의 중심에 국어영역이 언급된다면, 이러한 반복되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3 수험생들이 국어를 어려워한다는 것은 그들이 지문으로 제시된 문장 내용에 대한 이해력, 소위 말하는 독해력이나 글을 읽고 해결해야할 추론능력, 그리고 저자의 의도와 주장을 알아내는 주제파악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좋은 책을 잘 읽어야 '학습뇌'가 발달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중학생 중 65%가 교과서가 어려운 이유로 단어가 어렵다거나 문장표현이 어렵다거나, 지문이 길어서 라고 답한 바 있다. 당장에 교과서를 이해할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수능에서 처음 보는 지문을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수험생들이 언어영역의 시험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난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해능력, 곧 문장이해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평가는 결과적으로 시험을 쉽게 출제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학생들의 언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언어능력은 단시간에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수능의 국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단시간의 과외나 학원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좋은 책을 잘 읽어내는 장기간의 과정을 통해 어휘력과 추론능력, 그리고 문해력을 키워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 같지만 ‘좋은 책을 잘 읽혀야’ 학생들의 어휘력과 문장이해력이 발달한다. 좋은 책을 잘 읽는 것을 통해 어휘력과 문해력이 발달되면 국어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도 잘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영어는 영어권 사람에게는 그들의 국어이기 때문이다. 국어를 어려워하는 학생은 당연히 영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학은 다를까? 수학도 결국 언어능력과 관련이 있다. 수능의 수학시험은 여러 단원에 걸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가 주관식 변별력 문제로 출제가 되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논리적 언어 이해가 수반되어야 문제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고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언어적 이해력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과목을 공부하는데도 기초가 된다. 아이들이 좋은 책을 잘 읽는 습관을 만드는 것은 모든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가장 중요하고 분명한 길이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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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을 잘 읽히는 가장 좋은 방법, 심심한 환경 만들기

그렇다면 좋은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우리 아이가 좋은 책을 잘 읽도록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심심한 환경을 만들어라. 좋은 책을 잘 읽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이 심심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책을 읽으려면 반드시 ‘조건’이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은 바로 ‘심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심심해야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심심할 수 없도록 하는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져 있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이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최고의 훼방꾼이다. 자녀가 책을 읽기를 원한다면 일단 스마트폰을 멀리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는 ‘아!, 심심하다. 심심해, 심심해서 미칠 지경이다.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전혀 없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책도 잘 읽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부모의 허황된 욕심일 뿐이다. 책을 좋아했던 아이들도 스마트폰이 생기면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것을 이미 가정에서 목격하고 있지 않는가? 

책을 읽는 능력을 의미하는 ‘문해력’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책 읽는 뇌」(살림, 2009년)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그의 책에서 “독서능력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다. 독서능력을 담당하는 고유한 유전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독서능력은 스스로 노력하여 책을 읽어가면서 독서 시냅스를 연결해서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영역이다. 독서시냅스의 가소성이 생길 때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어려운 과제이다.

반면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재미와 편리함에 의존하려는 성향은 인간의 본능과 욕구의 자연스러운 습성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는 편한 것을 선택하려고 하며 가능한 말초적인 자극에 만족하려는 유전자를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자의 반응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스마트폰이 손에 있다. 스마트폰의 무한한 재미가 아이들의 마음과 눈을 사로잡고 있다면 절대로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독서에 마음을 쓸 수가 없다.

심심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은 책을 잘 읽게 만드는 조건이라면, 스마트폰만 방해요소는 아니다. 당연히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도 책 읽기의 훼방꾼 역할을 한다. 자녀가 책을 읽도록 아이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멀리해야 한다면, 그 다음에 취해야 할 조치는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치우는 것이다. 없앨 것까지는 없을지라도 적어도 거실에서 안방으로 옮겨 놓을 필요는 있다.

텔레비전을 방에 들여 놓을 공간이 도저히 생기지 않는다면 텔레비전을 보자기로 덮어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거실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라. 그러면 자녀가 책을 읽는 모습을 반드시 목격하게 된다.

텔레비전이 거실에서 사라지면 아빠나 엄마도 어쩔 수 없이 책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거울뉴런' 이론에 의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 '심심할 시간'을 뺏는 사교육… 학원을 줄이고 책을 사라

아이들이 심심해야 책을 읽는다면, 그래서 심심하게 만들어야 한다면 스마트폰, 게임, 텔레비전의 접근성을 멀리하는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 다음에 아이들을 심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래서 책을 읽을 수 없도록 방해하는 또 다른 것을 찾아보자. 이제 두 번째 독서를 방해하는 방해요소가 보일 것이다. 바로 사교육, 학원이다. 학원을 줄이지 않으면서 독서능력을 키워주기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사교육 실태는 책을 도저히 읽을 수 없을 만큼 과중하다. 학원을 다니는 시간들, 그리고 학원에서 주는 숙제를 하는 시간들은 독서보다 우선순위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느라 아이들은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책을 읽을 의욕조차도 없다. 학원을 다니고 과제를 하느라 바쁘지만, 결과적으로 성적은 오르지 않는다. 독서를 하지 못함으로 인해 문해력이 약해지고 학원을 가더라도 학습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책을 잘 읽어서 이해력과 독해력이 향상되면 수업시간에 듣는 설명과 복습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학교 수업만으로 부족해서 학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우리 아이가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더 해야 하는 상태라는 뜻이 아니다. 독서를 통해 수업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올바른 처방이다. 위장에 염증이 생겨서 소화가 안 되는데, 치료를 하지 않고 소화제만 먹고 있는 상태로 만성질환을 만드는 것처럼, 당장의 답을 얻기 위해 학원에 의존하는 것은 질병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고 대증요법만 쓰는 것과 같다. 

아이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제안하라. “엄마가 학원 하나 줄여줄 테니 뭘 선택할래?” 그러면 아이는 신기하게도 엄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도 그것을 들어줘라. 그리고 아이와 근사한 식당에 가서 학원비로 외식을 즐겁게 하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을 들러 책을 빌려오자. 아니면 외식하고 남은 돈으로 서점에서 몇 권의 책을 사서 돌아오라. 자기가 가장 싫은 과목의 과외를 뺐기 때문에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당장에 학원에 보내서 점수를 유지하는 것보다 아이의 인생에 가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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