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모두가 다른 사회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모두가 다른 사회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8.12.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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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유아교육 #유아심리 #학부모상담 #선입견 #편견 #개성 #존중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 왔다.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시간이지만 사실은 새로 시작할 일들을 준비하느라 바쁜 날이 훨씬 더 많다. 마무리가 되었든 시작이 되었든 우리는 다음을 위해 모두 저마다의 지표를 가지고 분석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개월 수와 관계없이 한 살을 더 먹어야 하는 아이의 일정 역시 어른 못지않게 바쁘다. 아이들의 ‘다음’을 결정하는 일도 그들 스스로가 아닌 어른들의 몫이라 이들의 계획에도 어른들의 세계만큼 냉정한 잣대가 적용된다. 얼마 전 아이의 부모 상담 전화가 걸려왔었다. 내년 재원 여부를 묻는 것과 동시에 아이와 한 해를 함께한 선생님의 한 줄 평은 ‘사회성의 부족’이었다.

이제 막 말이 트이기 시작한 아이는 아직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지만 밥 먹는 것부터 양치질, 옷 입기 등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스스로 하려고 제 딴엔 꽤 힘들게 노력 중이다. 그러다 뜻대로 안 되면 고성을 지르기도 하고 바닥에 뒹굴며 떼를 쓰기도 한다. 엉뚱한 고집이 늘수록 사람 마음을 녹이는 애교도 늘었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질수록 그렇지 않은 것도 늘었다.

내가 보기에 아이는 태어난 이래 최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나는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를 타인의 시선만큼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 그저 다른 아이들도 이러겠거니 하며 갖은 방법을 동원해 통하는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있는 훈육을 해나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도 남들처럼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집에서와 다른 소통 방법, 감정 표현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이를 원에 보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잘못은 분명 고치고 바꿔야 한다.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일찍 사회에 내보낸 가장 큰 목적이니까. 그러나 그것에 대한 평가를 받아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난히 눈에 띄는 행동, 다루기 힘든 방법 즉 평균과 다른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해서 잘못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보편성을 위해 개성이 무시되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나지 않았는가! 문제는 세상이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 교육 마인드는 여전히 내가 배우고 자라던 예전 그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평등은 오직 인간의 정신적 존엄성 속에만 깃들어 있는 것이며, 이것은 우리들만이 깨닫게 될 겁니다. 만약 형제가 된다면 박애도 생겨날 것이지만, 박애가 생기기 전에는 분배란 불가능할 겁니다.”

나는 아직도 이 문장을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다. 그러나 살면서 막연히 무언가에 대해 평등하기란 사실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절실히 느낄 때마다 위의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자유, 평등, 박애와 같이 해석조차 난해한 이 단어들은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마음가짐임에도 불구하고 늘 현실과 반대되는 모습들로 나타나 내 마음을 괴롭히곤 하더라.

예전부터 나는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면 이렇게 두서없이 철학적인 사고에 갇히곤 했다. 그리고 어떤 체계에 의해서인지 생각들은 아주 느리고 더디게 정리되는 편이었다. 그러니 결국 현실이 원하는 명확한 답들과 달리 엉뚱한 소리가 튀어나오고 종종 그것들로 인해 나는 일반적이거나 평범한 부류에서 제외되곤 했다.

갑자기 떠오른 나의 어린 시절과 아이에 대한 평가가 겹쳐 들리는 듯한 느낌은 단순히 나의 착각인 걸까? 모두를 위한다는 핑계로 어쩌면 우리는 우리 안의 편견과 선입견을 그럴싸한 단어들로 포장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두가 다른 사회.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평가보다 존중을!
모두가 다른 사회.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평가보다 존중을! ⓒ여상미

나는 오늘도 이런저런 핑계로 슬그머니 아이의 등원을 유보하고 있다.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아이가 그저 가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무 빠른 것들을 요구하는 사회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애쓰다가 진짜로 탈이 날 것만 같다.

부디 겉으로 보아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 매서운 평가 대신 따뜻한 시선이 더 많이 머무는 겨울이 되기를. 새 날이 오고 또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할 때 그들이 더 자유롭고 당당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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