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연구소에서는 방학 특강으로 하브루타 정서함양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곱 살부터 열한 살까지 연령층이 매우 다양하지요.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어머님들이 걱정을 하셨습니다. 4학년인데 유치부 아이들이랑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받아도 되는지 질문도 해주셨습니다.
이 글에서는 같은 연령층의 아이들만 수업을 했을 때와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있었을 때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같은 연령끼리는 저도 모르게 친구가 되기보다는 경쟁상대가 됩니다. 평균에 맞춰서 평균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으로 우리 아이들은 매사 비교를 하기 시작합니다.
키, 몸무게, 발표력, 쓰는 것 등은 꼭 누구보다 더 잘한다 소리를 들어야 안심이 되도록 시스템화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오죽하면 “여섯 살인데 여덟 살짜리보다 더 잘합니다.”라는 소리가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누구보다 더 낫다는 말이 결코 좋은 소리가 아니지만, 누구보다 뒤지는 것은 우리를 견디기 어렵게 합니다.
같은 또래끼리 있으면 이런 비교가 확 되면서 누구보다 뒤처질까 걱정이 두려움으로 번지기 시작합니다. 또 혼자 나서서 이야기하면 비난받지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을 때 소외되지 않을까 고민하기 쉬운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다양한 연령이 있을 때는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이 됩니다. 우선 내성적이라고는 하지만 연령이 높은 아이들은 나이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잘 들어주고 챙겨줍니다. 어느 순간 조별활동에서 언니, 오빠 대접을 받고 있으니 억지로 자청하지 않더라도 리더의 자리에 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양보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 어린 아이들의 생각과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게 되고, 자신의 내면에 있던 생각들과 부딪혀 밖으로 쉽게 드러나게 됩니다.
다른 교육보다 질문과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하브루타수업이어서 가능해집니다. 어느 한 사람이 이야기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잘 듣고, 잘 말하는 행복한 물음과 이야기가 가득한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같은 또래끼리 있으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쉽게 도움을 받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연령이 다르면 도움을 받는 것이 쉽습니다. 도움을 받은 친구는 또 더 어린 친구들을 도와주게 되어 있습니다. 서로 가르치는 수업이 되는 것이 바로 질문하는 하브루타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즉 연령이 다양하면 ‘서로 도와주고 도움받는’ 상호작용이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아이들의 몰입도가 당연히 커집니다. 모든 상황이 주도적이고, 협력적인 ‘함께 또 따로’의 놀랄 만한 효과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담당교사들은 아이들이 잘 말할 수 있도록 질문해주고, 기다려줍니다. 선생님들의 이러한 태도는 수업을 받는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학교와는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비교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는 한 교사가 담당하는 아이들이 5~6명을 넘지 않아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아이들끼리 토론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므로 질문과 대화 그리고 토론을 가르치기 위한 수업이라면 1:1 밀착형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피드백이 없이 발전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수업을 해보면 의외로 아이들은 규칙 정하기를 잘합니다. 어른들이 굳이 정해주지 않아도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규칙은 멋지게 정했는데 지키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도 발견합니다.
벌써 아이들은 어른들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수업에서건, 집에서건, 학교에서건, 사회에서건 규칙은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만 스스로 지켜나가는 일은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규칙을 아이들이 지킬 수 있도록 교사는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밀착교육이 필요합니다.
밀착교육으로 진행되는 하브루타 수업은 모든 아이들이 발언권을 가지고 잘 말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연령층을 오고 가며 참신한 이야기와 함께 수업받는 아이들의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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