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발레타인데이가 주로 연인들의 것이라면 미국의 발렌타인데이는 조금 더 모두를 위한 느낌이다. 미국의 발렌타인데이는 한국에서처럼 여성이 호감을 갖고 있거난 사랑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이나 선물을 주는 날로 국한되기보다는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 서로 아끼는 사람들 누구나가 카드나 작은 선물을 자유롭게 주고 받는 날이다(미국에는 화이트데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미국의 발렌타인데이 역시 커플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기념일이다. '발렌타인즈데이'에는 로맨틱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모두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가득 차 있고, 아이가 있는 커플들은 미리 아이를 돌봐줄 돌보미나 차일드케어 서비스를 구하기 위해 서두르기도 한다.
발렌타인데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다른 해석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로마시대 때의 사제인 발렌타인을 기리는 데서 왔다는 것이다.
당시 원정을 떠나는 병사의 사기 저하를 우려한 로마황제가 병사들의 결혼을 금지했지만, 발레타인 신부가 이를 어기고 사랑에 빠진 어느 두 남녀의 결혼을 허락하고 몰래 주례를 섰다가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고 한다. 발렌타인 신부가 처형된 270년 2월 14일을 기념해 발렌타인데이가 생겨났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주된 설명이다.
미국 역시 현재는 그런 전통적인 의미를 지키기보다는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카드나 초콜릿 혹은 선물들을 주고받으며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다. 미국에서의 발렌타인데이는 보통 가족 모두를 함께 챙기기 때문에 다양한 발렌타인 카드가 대형마트 카드 섹션 전면에 배치된다.
아예 세부 섹션이 따로 나누어져 부모님을 위한 발렌타인 카드, 아이를 위한 발렌타인 카드, 친구를 위한 발렌타인 카드, 연인을 위한 발렌타인 카드 등이 따로 비치되어 있다. 빨간 색과 분홍색, 그리고 하트가 어우러진 상점과 가게들의 바뀐 장식들을 보면서 ‘아, 이제 곧 발렌타인데이구나’ 하고 체감하게 된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보통 작은 발렌타인 파티를 연다. 미니 컵케이크를 주로 나누어먹고 같은 반 아이들 각각에게 나누어줄 작은 카드를 준비한다. 카드에 초콜릿이나 사탕, 혹은 하트 모양 지우개 같은 학용품, 스티커 등을 같이 끼워서 나누어주는 경우도 많다. 카드는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고, 마트에서 판매하는 아이들을 위한 카드 묶음을 사기도 한다.
발렌타인데이 얼마 전에 선생님이 같은 반 아이들의 이름 목록을 미리 나누어주기도 한다. 집에서 아이와 엄마가 미리 각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카드를 만들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준비하는 데 손이 좀 가긴 하지만 아이 반에 있는 친구들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들기 할 수 있는 기회도 되니 좋은 경험이 된다.
하지만 아이의 취향도 나이에 따라 바뀌어서 큰아이는 올해부터는 카드를 직접 만들지 않겠다고 하고는 마트에서 파는 스티커가 같이 들어있는 미니언즈 카드를 골랐다.
아이들은 자라고 취향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일 것이다. 평소에는 될 수 있으면 단 것은 먹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발레타인데이에는 아이를 위한 초콜릿도 사두고 미니 초콜릿칩 머핀도 구워야겠다. 아들 주고 남는 건 남편 주고….
아이가 더듬더듬 겨우 읽는 한글 카드도 써주고 사랑한다고 많이 많이 표현해줘야지. 충분히 느끼해도 충분히 사랑스러운 하루일 테니까. Happy Valentine's Day!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