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난감 줄게 나랑 놀아줄래?"라는 우리 아이, 어쩌죠?
"내 장난감 줄게 나랑 놀아줄래?"라는 우리 아이, 어쩌죠?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03.19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훈의 두뇌훈육] 수줍은 아이, 사회적 관계 익히기

Q. 우리 아이는 이제 7세가 된 여자아이입니다. 여러 가지로 무난한 편이라 생각하는데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 특정 친구들에게만 정을 쏟고는 합니다. 최근엔 자꾸 친구들에게 선물을 한다며 자기 장난감을 주곤 했습니다.

정이 많은 아이라 기분이 좋으면 자기 물건을 잘 나눠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요즘엔 경우가 심해지고 빈도가 잦은 것 같아 물어보니 어떤 친구한테는 자기랑 놀아달라고 장난감을 줬다고 하더군요. 친구에게 물건을 주며 같이 놀자고 했다는 게 너무 기가 막혔지만 나무라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내 장난감 줄게, 나랑 놀아줘." ⓒ베이비뉴스
"내 장난감 줄게, 나랑 놀아줘." ⓒ베이비뉴스

A. 7세 아이가 특정 친구에 집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이가 한 친구를 무척 좋아하고 그 친구에 대한 질투의 감정과 독점 욕구를 보이는 것은 흔하다. 7세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별하기 시작한다.

좋아하는 친구들 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단짝 친구 삼고 싶은 아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늘 그 친구와 어울리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이다. 특히 아이가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친구라면 더욱 집착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친구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주기고 하고, 선물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수용성이 높은 아이들은 친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기 것을 주는 일이 많다.

우선 아이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가족간에 서로의 의견이나 생각에 관심을 갖고 존중해주며 친척이나 또래들과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갖게 해주자. 이런 만남을 통해 아이는 서로에게 친근감을 표현하거나 편안하게 거절하는 방법, 서로 돕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등의 사회적 기술을 배우게 된다. 생활 속에서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것을 아이가 보고 듣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 뇌과학적 의미

극도로 소심한 아이들에 대한 일련의 연구는 부모의 교육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생후 1년 간 그 아이들의 우측 전두엽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지만, 부모의 적절한 양육과 뒷받침으로 40%의 아이들의 유치원 때 극도의 소심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부모들은 극도로 소심한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도전하여 두려움에 맞서도록 고무하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게 구체적으로 도왔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피하는 법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그럴 때만이 좌측 전두엽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될 수 있다. 소심하고, 수줍고, 주저하는 아이들에게 거치적거리는 ‘돌’을 치워주기만 하는 부모는 아이들의 중요한 학습 경험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줍어 하고 친구관계가 불안한 아이들은 좋은 관계를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크다. 그래서 쉽게 자기 것을 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좋은 관계를 얻기 위해 당장의 관계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아이에게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생기면 조급함이나 불안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수줍은 아이의 뇌. ⓒ김영훈
수줍은 아이의 뇌. ⓒ김영훈

◇ 양육지침

▲수다쟁이 부모가 돼라

엄마아빠의 언어 표현력이 좋을수록 아이는 말하는 데 자신감이 생긴다. 그만큼 언어적인 환경이 풍요롭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극적이거나 말수가 적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사람들 앞에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거나 남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의 표현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말을 건네는 수다쟁이가 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말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말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해나간다.

▲개방형으로 물어보자

엄마와 아이가 함께 경험한 것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가져보자. 질문할 때는 아이가 맘껏 표현할 수 있도록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으로 물어보자.

“어제 놀이공원에서 목마 탔을 때 엄마는 좀 무서웠거든. 너도 무서웠니?”라고 질문을 할 경우 아이는 ‘예, 아니오’라고 밖에 대답하지 못한다. 이런 폐쇄형 대화법은 아이의 말을 막는 결과를 가져온다. 같은 말이라도 “어제 놀이공원에서 목마 탔을 때 엄마는 좀 무서웠는데 너는 어땠니?”라고 아이가 그때 상황을 잘 묘사할 수 있게 질문하는 것이 요령이다.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소홀히 여기지 마라

어렸을 때부터 인정받고 자란 아이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친다. 대체적으로 이런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다.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커지면 남들 앞에서 말을 더 잘할 수 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은 그래서 더 중요하다. 그 일의 출발점은, 아이 자신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대화할 때는 사소한 이야기일지라도 아이 말에 귀기울이며 공감해주어야 한다. 이럴 때 아이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참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나는 중요한 존재’라고 느낀다.

▲맞장구를 칠 것

말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맞장구도 좋은 처방이다. 아이가 말을 할 때 “응, 그래. 그렇구나~” 등의 반응을 보여주면 아이는 신이 나서 마냥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상대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화법 중의 하나가 바로 맞장구다.

▲아이가 실수한 행동도 존중하라

아이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엄마 바빠. 나중에 얘기해”라고 한다든가 “시끄러워!”라고 윽박지른다면 아이는 스스로를 별것 아니라고 느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더 두려워할지 모른다. 엄마에게서처럼 핀잔이나 받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부모는 아이의 실수한 행동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매사에 당당해진다.

▲준비할 시간을 줄 것

아이들에 따라서는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 아이에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았을 때 먼저 가도록 하자. 재촉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를 부드럽게 격려하고 차분하게 사회적 활동을 도와두는 부모들이, 너무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모들보다 아이를 성공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익숙한 사람과 지내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라

아이의 사회성을 키우려면 익숙한 사람과 함께 지내는 기회를 자주 갖게 해준다. 가까운 친척이나 친한 친구처럼 익숙한 사람들부터 시작해 차차 관계를 넓혀간다. 그러려면 엄마가 부지런해져야 한다. 매일 만나게 해줄 수는 없더라도 접촉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친척집을 방문하거나 집에 놀러오게 하고, 함께 게임을 즐기거나 여행을 가는 식으로 공유하는 시간을 늘린다.

▲말할 거리와 놀이방법을 알려주자

말할 거리가 풍부한 아이는 또래 관계가 원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쭈뼛거리며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를 만났을 때 처음에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에게는 말 거는 방법을 차근차근 일러준다. “잘 있었어?”, “학원 갔다 왔니?”, “너 이 게임해봤어?” 등과 같이 여러 상황에 대비해 가르치는 것이 요령이다.

TV 만화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내용을 소재로 이야기를 꺼내게 가르쳐도 좋다. 말할 거리뿐만 아니라 놀거리를 다양하게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드게임, 컴퓨터게임 등 집 안에서 다양한 놀이를 함께 하다보면 이를 매개로 친구와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사기를 꺾지 마라

“사내대장부가 말도 못하고 뭐 그래!” 자신감을 키워줘도 부족할 판에 아이의 사기를 꺾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남들 앞에서 긴장한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아이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따라서 부모가 이 부분을 못마땅해 해서는 안된다.

누군가 자신의 약점을 건드리면 더 움츠려들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아이의 쭈뼛대는 행동을 나무라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더욱이 남자니까, 맏이니까 하면서 부모의 생각을 강박적으로 강요할 경우, 자극은커녕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어휘력을 점검하라

태어나 돌이 지나면 대개 말을 하기 시작하고 두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어휘력이 급격히 늘어난다. 그런데 간혹 언어 발달이 늦어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가 말이 늦는다면 부모가 몇 가지를 관찰한 뒤 초기에 전문가와 의논해야 한다.

빠르게 대응하면 대부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살펴봐야 할 포인트는 말의 시작 시기가 또래보다 늦지는 않은지, 어휘가 늘어나는 속도나 양이 또래보다 늦고 적지는 않은지, 말을 하기 시작했어도 문장으로 말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는지 등이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