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네 아빠 차 뭐야?" 서울로 이사와 '현타' 온 아빠
"너네 아빠 차 뭐야?" 서울로 이사와 '현타' 온 아빠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9.04.1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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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자기다움을 가르쳐야 하는 순간

3월, 서울로 발령을 받아 경기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나는 먼저 올라왔고, 부득이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져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에게는 곧 이사라는 큰 사건이 다가오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일렀지만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기 위해 아이사랑보육포털에 하루에 수 십 번 접속해 대기번호를 확인했다. 다행히 한 달 안에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구할 수 있었다. 이사를 하고, 드디어 서율이가 어린이집에 처음 등원했다.  

서율이의 첫 등원 후 알림장. ⓒ문선종
서율이의 첫 등원 후 알림장. ⓒ문선종

◇ 격세지감, 요즘 아이들 정말 빠르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오자마자 서율이에게 물어봤다.

"서율아, 어린이집 어땠어?"

"아빠, 우리 집 차 뭐야?"

"응? 우리 집 차는 왜?"

"친구들이 물어봤어."

"……."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대화를 나눴다. 서율이가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친구들에게 환영을 받으며 무사히 등원을 했지만 친구들로부터 몇 가지 이상한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자동차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과 함께 '너네 집은 몇 층이야?'와 같은 질문들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의 엄마가 타고 다니는 차는 '눈썹'이 달려있다며 우리도 그런 차를 사자고 했단다. 우리 차는 남자같이 생겨서 눈썹이 없다며 천진난만하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 빠르다곤 들었지만 오늘에서야 그 이야기가 '뼈'를 때린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브랜드에 눈을 뜨면서 부모님을 졸라 나이키 운동화를 신어봤다. 당시 나이키 조던 운동화가 유행했는데 이런 신발이 없으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는 분위기였다.

중학교 때는 친구 집에 놀러 다니면서 우리 집과 친구 집의 크기를 비교하게 됐고, 우리 집 차가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들에 비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내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즈음 느꼈던 '격차'들을 7세 서율이가 벌써 겪다니… 솔직히 자격지심도 들었다.

새 것 냄새나는 가방만큼이나 신선했던 서율이의 첫 등원. ⓒ문선종
새 것 냄새나는 가방만큼이나 신선했던 서율이의 첫 등원. ⓒ문선종

◇ 7살 서율이에게 스웩(Swag)을 가르칠 수 있을까?

서율이의 이야기에 '내가 이러려고 아빠를 했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아빠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당장 눈 달린 차를 살 수도 없고, 저층에서 고층으로 올라갈 수 없다. 하루아침에 연봉의 숫자도 바꿀 수 없다. 환경을 탓할 수도 없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타인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다움을 찾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를 하다 보니 타인의 눈에 신경 쓰지 않는 멘탈을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자기다움'을 찾는 연습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더 간절해진 부분이다. 외국사람들은 자신의 몸매가 어떻든 비키니를 입고 다닌다. 타인의 눈치, 기준이 어떻든 자기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요즘 아내가 즐겨보는 채널 엠넷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배우는 게 있다. 자신만의 스웩(Swag)을 무대에서 표현하는 모습에 저절로 박수가 쳐진다. 7세 서율이에게 이런 삶의 태도를 가르쳐줄 수 있을까? 

천국이 있다면 아무런 기준과 차별 없는 존재 자체로 존엄한 곳이 아닐까? ⓒ문선종 
천국이 있다면 아무런 기준과 차별 없는 존재 자체로 존엄한 곳이 아닐까? ⓒ문선종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싶어 하는 높은 산을 동경한다. 높은 연봉과 많은 재산, 멋진 차와 명품 옷과 가방들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것에 우리는 기준을 맞추며 살아야 하는 분위기 속에 놓여있다.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찬란했던 시절 혹은 미래의 눈부신 내 모습을 그린다는 것은 현재의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증거다. 실존주의를 추구하는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바로 오늘이 삶의 절정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 

서율이 친구들의 엉뚱한 질문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밤이지만 고맙기도 하다. 앞으로 평생 서율이와 지온이를 키우며 가르쳐야 할 숙제가 생겼으니 말이다. 

*편집자 말='현타'는 '현실 자각 타임'을 줄인 신조어입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을 깨닫는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으며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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