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엄마, 아이를 위해 '도전'을 시작하다
겁쟁이 엄마, 아이를 위해 '도전'을 시작하다
  • 칼럼니스트 조은희
  • 승인 2019.05.02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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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엄마, 네 살 아기] 겁먹어도 “괜찮아!” 서로에게 “파이팅”을 외쳐주자

몇 달 전,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언니네 집을 방문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조그만 강아지만 봐도 지레 겁을 먹곤 했는데, 초등학교 때 주인 없는 개에게 쫓겨 다닌 뒤로는 더욱 큰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자라면서 조금씩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목줄이 없이 뛰어다니는 개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크다.

그날도 나는 언니네 집에서 지레 겁을 먹고 강아지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 내 모습 때문인지 아이도 강아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긴장한 눈빛을 보였다.

두려움에 찬 아이의 눈빛을 보니, 나에게 영향을 받아 나처럼 작은 개만 봐도 겁에 질려 도망 다니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나는 크게 마음을 먹고 언니네 집에 있는 동안 개와 친해지기로 노력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강아지를 피하지 않고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도 강아지를 어루만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개뿐만 아니라 물, 미끄럼틀, 운전 등 몇 가지 소소한 것에 대한 겁이 많은 편이다. 지레 겁을 먹게 되니 긴장을 해서 개한테 쫓기는 것과 같이 예기치 못한 일들로 망신을 당하거나 실수하는 일이 많았고, 그런 일들이 쌓이다 보니 겁이 나는 것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회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내 아이만큼은 소소한 것에 대해 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처럼 지레 겁을 먹어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맛보기도 전에 회피하게 되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 나는 겁쟁이여도 너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 아이의 두려움에 찬 눈빛은, 겁 많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내 엄마의 눈빛보다 더 마음이 쓰였다. 나로 인해, 낯선 세상이 아이에게 두려움과 회피로 다가오는 건 아닌지…. 나는, 나를 되돌아보며 지금까지 회피했던 것들에 대한 소소한 도전들을 시작해 나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뭐 저런 게 도전일까?’싶은 정말 소소한 것들이다. 놀이터와 워터파크에서 미끄럼틀 타기, 강아지 안아주기, 운전면허 취득까지는 성공했다.

이제 수영이 남았다. 왠지 두려움보다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결혼 전 수영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겁을 먹어 매번 실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겁을 먹기보다는 끈기가 부족했던 것 같고, 끈기가 부족 했던 건 확실한 동기부여가 없었던 이유인 것 같다.

아이의 시선이 나에게 닿는 것을 깨닫자 모든 일에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기며, 그동안 내가 겁먹고 회피했던 일들이 새롭게 보였다. 아이는 나의 삶에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어주고 있었다.

◇ 네 살 엄마, 네 살 아기! 서로의 삶에 '파이팅'을 외쳐주자!

며칠 전, 어머님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아이는 강아지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내 손을 잡아끌었다. 낯선 강아지가 조금 겁이 났지만, 목줄이 매어져 있었기에 아이와 가까이 다가갔다. 한참을 보다 아이가 “엄마, 강아지랑 썰매 타고 싶어”라고 말했다. 나는 콩딱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강아지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강아지가 거세게 짖었다. 순간 내가 멈칫하자 아이가 나를 향해 “엄마, 괜찮아!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나는 태연한 척 웃으며 떨리는 손으로 강아지를 안아 썰매에 태워주었다.

이번엔 강아지가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아이가 강아지에게 “괜찮아! 파이팅!”이라고 외치며 마주 앉다가 겁이 났는지 등을 대고 앉았다. 나는 “성빈아, 네가 앞에서 끌어줘! 파이팅!” 하며 강아지의 앞발을 들어 아이의 등에 대주었고, 아이가 까르르 웃었다.

성빈이가 떨고 있는 강아지에게 "괜찮아! 파이팅"을 외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은희
성빈이가 떨고 있는 강아지에게 "괜찮아! 파이팅"을 외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조은희

아이의 “엄마, 괜찮아! 파이팅!” 소리가 가슴에 맴돌았다. 생각해보니 나의 소소한 도전들 속에 아이의 외침이 늘 함께 있었다. 미끄럼틀을 탈 때도 아이는 “엄마, 괜찮아! 파이팅!”을 외쳐주었고,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도, 첫 운전을 할 때도 늘 “엄마, 괜찮아! 파이팅!”을 외쳐주었다. 그리고 나도 아이가 처음 뒤집을 때, 앉을 때, 걸을 때… 모든 도전들에 “괜찮아! 파이팅!”을 외쳐주었었다.

나는 아이 앞에서 겁먹은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아이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엄마도 나와 같구나’라며 위안을 받았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우리는 크고 작은 도전들을 함께 해나가며 서로의 삶에 힘이 되어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비록 소소하고 작은 도전들이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우리는 더 큰 도전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지금처럼 서로를 향해 “괜찮아! 파이팅!”을 외쳐주며 서로의 삶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응원해주는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

영웅놀이에 흠뻑빠진 성빈이가 망토를 휘날리며 바다를 향해 가고 있다. 너의 '인생바다'에서도 멋진 영웅이 될 거라 믿는다. ⓒ조은희
영웅놀이에 흠뻑빠진 성빈이가 망토를 휘날리며 바다를 향해 가고 있다. 너의 '인생바다'에서도 멋진 영웅이 될 거라 믿는다. ⓒ조은희

*칼럼니스트 조은희는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10여 년간 보육현장 및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많은 교사와 부모들에게 진정한 교사와 부모가 되는 일에 힘을 보태며 살아 왔다. 현재는 무주에서 아이와 함께 쉼표없이 느낌표만 가득한 전원육아 속에서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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