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은 명탐정] 뜻밖의 가정 방문 1-1
[전학생은 명탐정] 뜻밖의 가정 방문 1-1
  • 소설가 나혁진
  • 승인 2019.05.10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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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혁진 어린이 추리소설 '전학생은 명탐정' 7장

나를 단단히 망신 준 신문을 내고 나서 처음 보는 영지였다. 나는 토끼 티셔츠를 입은 영지를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영지가 내 눈빛을 슬쩍 피하며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알았어. 사과할게.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이랑 부모님께 많이 혼났어. 아무리 기자라도 친구한테 함부로 거짓말쟁이니 바보니 오줌싸개니 놀리는 글을 신문에 써서는 안 된대. 이번 학기는 더 이상 신문을 내지 말라는 벌도 받았어.”

조금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신문을 목숨보다 아끼는 영지가 신문을 내지 못하면 꽤나 답답할 거다. 그러다 문득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번 학기는 이번 주 금요일이면 끝나잖아!

대체 그게 무슨 벌인지 화가 나서 따지려는데 다겸이 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영지구나. 네 신문, 나도 재미있게 봤어. 하지만 선생님이랑 부모님 말씀대로 용재를 그렇게 묘사한 건 네가 너무 심했어.”

“나도 알아. 비록 바보 같은 아이가 바보 같은 짓을 한다고 해도 그걸 솔직히 쓰면 그 바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데, 내가 바보같이 잘 모르고 그만.”

“그래. 용재가 좀 바보 같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대놓고 바보라고 말하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화가…….”

“둘 다 그만두지 못해!”

두 사람의 바보 타령에 질린 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겸과 영지는 합죽이처럼 입을 딱 다물었다. 내가 씩씩거리자 두 사람은 풀이 죽어 차례차례 사과했다. 한동안 우리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분위기가 더 무거워지기 전에 이만 용서해줄까 싶어 입을 열려는데, 이번에도 다겸이 선수를 쳤다.

“참, 영지는 기자니까 학교 일에 대해 아는 게 많지?”

“물론이지. 좋은 기사를 쓰려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걸 알아야 하거든.”

“잘됐다! 그럼 부엉이 아저씨도 잘 알아?”

“잠깐만 기다려.”

영지는 청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최신형 스마트폰이라서 몹시 부러웠다. 우리 집에서는 아직 이르다고 절대 안 사주는데.

“네, 부엉이 아저씨에 대해 알고 싶어요.”

"난 우리 학교에 관해서는 뭐든지 다 아는 ‘정보통’을 갖고 있거든.” ⓒ베이비뉴스
"난 우리 학교에 관해서는 뭐든지 다 아는 ‘정보통’을 갖고 있거든.” ⓒ베이비뉴스

누구와 통화하는지 모르지만 영지는 ‘네, 네’ 하면서 한참을 주의 깊게 들었다. 이윽고 인사를 마치고 전화를 끈 영지가 우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부엉이 아저씨는 올해 1학기부터 우리 학교에서 일했으니까 몇 달 안 됐어. 보름달 할아버지는 10년이 넘었다는데.”

“보름달 할아버지?”

어제 전학 와서 잘 모르는 다겸이 물었다.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져서 반짝거리니까 보름달 할아버지라고 불러. 두 분이서 학교를 지키는데, 한 사람이 하루 종일 일하면 피곤하잖아. 그러니까 정오를 기준으로 오전이랑 오후를 나눠서 일을 하신대.”

“어쩔 때는 아침에 등교할 때 보름달 할아버지가 계시고, 또 어쩔 때는 부엉이 아저씨가 계시던데.”

궁금증이 생긴 내가 끼어들었다. 영지가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한 사람만 계속 밤에 일하면 불공평하잖아. 1년 내내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면 친구 만나기도 힘들고. 그러니까 두 분이서 일주일마다 순서를 바꾸시는 거야. 한 주는 낮 12시부터 밤 12시, 다음 주는 밤 12시부터 낮 12시로 말이지.”

“지금이 몇 시야?”

다겸의 질문에 영지가 스마트폰의 시간을 확인하고 오후 4시라고 답했다.

“4시 조금 전에 부엉이 아저씨는 수위실에 계셨어. 그렇다면 이번 주는 부엉이 아저씨가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일하는 거네.”

“맞아.”

다겸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 틈을 타서 영지에게 말했다.

“이야, 너 정말 대단하다. 어쩜 그리 척척 다 알아?”

“훗, 뭐 이 정도 갖고. 난 우리 학교에 관해서는 뭐든지 다 아는 ‘정보통’을 갖고 있거든.”

“그게 누군데?”

“비밀.”

왼손 검지를 요리조리 흔드는 영지의 새치름한 태도에 김이 팍 샜다. 그때 우리의 대화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던 다겸이 손을 들고 물었다.

“혹시 부엉이 아저씨가 어디 사는지도 알고 있니?”

“응, 학교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부인이랑 단 둘이 산대. 근데 왜?”

“부엉이 아저씨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원래는 아저씨랑 직접 얘기해보려고 했는데, 겁에 질려 있어서 말할 상황이 아니었어. 근데 뭐 상관없어. 어차피 제대로 대답해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그럴 바에야 아저씨 집에 직접 찾아가서 정보를 모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아저씨는 밤 12시까지 학교에 있어야 하니까 우리를 방해하지도 못할 테고.”

“주소는 알려줄 수 있지만 대체 왜 부엉이 아저씨를 조사하고 싶은 거야?”

“음, 아직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움직이는 사자상의 진실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영지가 코웃음을 치고 말했다.

“진실은 내가 벌써 까발렸는걸. 내가 철저하게 조사한 걸 신문에서 봤잖아.”

“물론 영지, 너도 열심히 조사했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 탐정인 내 생각은 달라. 거기에는 분명히 뭔가 아직 숨겨진 비밀이 있어.”

“뭐야, 다겸이 네가 탐정이라고?”

“지금까지 많은 사건을 해결했지. 이번 움직이는 사자상 사건도 내가 해결할 거야.”

“말도 안 돼.”

겉으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부정했지만 눈빛이 반짝반짝한 게 영지도 호기심이 부쩍 당기는 모양이었다. 다겸이랑 나, 둘만 가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내가 나섰다.

“그럼 우리랑 같이 갈래? 다겸이가 사건을 푸는 모습을 직접 보면 될 거 아니야. 만약 다겸이 사건을 해결하면 그걸 기사로 써도 되고.”

“으으으, 나 좀 이따 미술학원 가야 하는데…….”

“너 미술학원 다녀?”

“응, 요즘은 모자 뜨기 배워.”

영지는 손에 들고 있던 준비물 주머니를 벌려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공처럼 둥글게 뭉친 흰색, 회색, 빨간색, 검정색, 노란색 털실이 보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내가 다겸이의 활약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잘 들려줄게.”

영지는 부러워서 못 견디겠다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학원 안 가?”

“난 부모님이 올해까지는 마음 편히 놀라고 해서.”

“다겸이는?”

“우리 엄마는 결혼하기 전부터 ‘셜록 홈스’라는 탐정의 엄청난 팬이셨거든. 내가 홈스 같은 탐정이 될 거라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면서 학원 따위는 안 가도 된다고 하셨어.”

기자가 되고 싶은 영지의 꿈을 응원해주는 영지 부모님처럼 다겸의 엄마도 다겸의 탐정 꿈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양이다.

“자, 그럼 내일 보자.”

우리는 영지를 그 자리에 남겨두고 벤치에서 일어났다. 채 몇 발짝도 못 갔을 때 뒤에서 영지의 외침이 들렸다.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어! 나도 같이 가!”

*소설가 나혁진은 현재 영화화 진행 중인 「브라더」(북퀘스트, 2013년)를 비롯해 모두 네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조카가 태어난 걸 계기로 아동소설에도 관심이 생겨 '전학생은 명탐정'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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