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첫째 딸 아이 18개월 때 둘째를 임신하고 극심한 입덧에 시달렸다. 처음으로 등록한 문화센터에 하루도 못나간 채 취소하고, 아이와 놀아주기는커녕 밥도 만들어주지 못해 배달이유식을 시켰고 그 마저도 차려주다가 입덧 때문에 화장실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다른 아이들은 문화센터에 키즈까페에 다양한 경험을 하러 산으로 들로 나가는 시기인데 큰 딸 호야만 집에 있는 게 안쓰러워서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어린이집에 등록했다.
한여름, 언덕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오전에 데리고 가서 점심먹이고 바로 집으로 데리고 왔다. 동네에 있는 작은 어린이집이다 보니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방이 여러 개 있고 거실 겸 놀이공간이 하나 있다. 각 반은 문을 닫은 채 그 안에서 생활한다.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보냈던 나는 어린이집에 대한 기준도 없었고 어디가 좋은지도 몰랐다.
그래도 어디서 귀동냥으로 들은 것은 있어서 엄마가 며칠 함께 있어야 하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안 된다고 했다. 아이가 울든 말든 첫날부터 선생님께 맡기고 가야 한다면서. 전문가의 말이니 그냥 수긍하고 들었다.
첫날부터 울었던 18개월 호야는 둘째 날, 셋째 날 점점 더 심해졌다. 늦잠 자는 통에 11시쯤 가서 1시나 1시 반에 데리고 왔는데 떨어질 때와 만날 때마다 어찌나 애처롭게 우는지…. 일주일 쯤 지나서 수족구병에 걸려 일주일간 등원을 못했고, 다시 등원을 했을 때 아이는 울음이 더 심해졌다. 특히 담임선생님을 보면 뒤로 넘어가듯 울어 재꼈다.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호야 때문에 다른 아이들 낮잠을 못자니 그 전에 데려가주세요.”
“호야가 밥을 혼자 안 먹어서 다른 아이들 밥을 못 먹였어요.”
“어린이집 차에 태우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렇듯 항상 부정적인 말 뿐이었다.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마음가짐이 아니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잘 안다. 결국 아이를 보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놀아주지 못해도 나와 함께 있는 것이 아이의 정서상 좋을 것 같았다.
모든 짐을 챙겨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 한 달 등록했던 어린이집의 칫솔이 처음 보냈던 그날 그대로 포장도 안 뜯어져 있었다. 그만두는 마당에 따져서 뭘 하나 싶었지만 웃으며 물어보았다. 대답이 가관이다.
“호야가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있었던 적이 있나요?”
선생님 말씀은 호야가 종일이 아니라 짧게 있었다는 뜻이었지만, 항상 점심은 먹고 왔는데 아이에게 양치질 한번 시키지 않은 어린이집... ‘그만두기로 한 내 선택이 옳았구나’ 다시 한 번 확신이 들었다.
그 뒤로도 호야는 그 어린이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울었다. 호야에게 미안했다. 제대로 된 어린이집이 아닌 그런 어린이집을 보내서. 다른 곳은 다 대기인원이 있었는데 그곳만 정원이 안 찼던 이유가 있었다.
후에 동네 아줌마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그곳이 몇 년 전에 음식으로 장난을 쳐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고 했다. 원장선생님이 바뀌었겠지만 그 소리를 들으니 더 오래 안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 때 들은 생각이, 부모 참관을 거부하는 어린이집은 잘못된 곳이라는 나름 어린이집에 대한 기준이 세워졌다. 그곳은 좁기도 좁았지만 처음 등록하러 갔을 때 선생님들의 얼굴표정도 밝지 않았고 아이들을 안고 앉아서 본인들 얘기하기에 바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니 더 경험이 많겠지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오산이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예뻐하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원장선생님의 감언이설(?)에 속아 아이를 등록했던 내가 너무 무지했다. 그렇게 호야의 첫 번째 어린이집 적응은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호야가 27개월이 되던 2012년 1월 둘째가 태어났다.
To be continued.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고민이네요~ 내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