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주말이 두려워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주말이 두려워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19.06.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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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여행 #아이와갈만한곳 #핫플레이스 #TMI #여름방학 #주말 #나들이 #야외활동

아이는 아직 평일과 주말을 구분하지 못한다. 다만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이라고 하거나 아빠가 출근하지 않는 날이라고 설명하면 휴일임을 확신하는지 눈 뜨자마자 이렇게 묻는다.

“그럼 우리 오늘 어디 가요?”

그러나, 그건 정말 내가 되묻고 싶은 말이다. 아이는 어디가 그렇게 가고 싶은 걸까. 평일에도 하원 후 놀이터, 도서관, 마트, 키즈카페 등을 전전하며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집으로 따라나선다. 그마저도 가기 싫다고 고집을 부릴 때가 많아 늘 달콤한 것들로 달래어 순간 이동하듯 귀가해야 한다.

덕분에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었지만 아이와 내 피부는 벌써 까맣게 타들어 간다. 그런데도 늘 '밖으로'만 외치니 난감할 수밖에.

집 밖 세상은 아이들에게 별천지인지, 우리 아이는 땅에서 기어 다니는 개미 관찰만으로도 한 시간 이상을 보낸다. 날아다니는 새,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 혹은 지나가는 강아지 한 마리도 아이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쉴 새 없이 물어보고 봤던 것을 또 보아도 그저 재미있고 신기한지 현관문만 열고 나가면 도통 되돌아 오려고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이 아빠와 나는 이제 주말이 두려울 지경이다. 이미 집에 차고 넘칠 정도의 장난감들이 있지만 아이는 금방 지루해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눈치 싸움! 오늘만큼은 집에서 쉬고 싶은 엄마 아빠와 부모의 입에서 어디 나가자는 소리가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아이. 이것은 흡사 소리 없는 전쟁이다.

“그래, 이렇게 원하는데 어디 나가는게 뭐 대수로운 일이냐. 나가자!"

늘 그렇듯이 결국은 아이에게 지고 만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까? 이제는 날씨가 더워져 야외에서 오래 있기에는 너무 지치고 힘들다. 다행히 휴대폰으로 조금만 검색하면 아이와 갈만한 곳이 넘치게 보인다. 여기에 조금만 발 빠르게 움직이면 얼리버드 쿠폰 같은 것을 활용해 실내에서 저렴하게 놀 수 있는 곳을 찾을 수도 있고 이제 막 생겨난 곳을 남들보다 앞서 찾아가면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주말이 다가오기 전 미리 주말에 아이와 갈 곳을 정해 놓고 준비할 때도 많다. 그래도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날은 집 앞 놀이터, 공원 등으로 대체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장소가 어디인가는 아이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어렵사리 알아낸 신상 카페나, 유명인의 전시회 등 나름대로 신경 써서 안내한 장소들은 아이의 관심보다 엄마의 욕심이 더 컸던 모양이다. 그토록 밖으로 나가자던 아이의 반응이 영 시큰둥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는 그저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로 'TMI(Too Much Information, 과한 정보)'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함께 하는 곳이 곧 ‘핫플레이스’. ⓒ여상미
우리가 함께하는 곳이 곧 ‘핫플레이스’. ⓒ여상미

◇ 근사한 전시회보다 엄마와 화단에 물 준 날이 더 좋았다는 아이

최근 아이는 야외에서 놀았던 하루 중 집 근처 공원 화단에 물을 주었던 날이 가장 즐거웠다고 말했다. 누가 보면 이것은 놀이인가, 노동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열심히 꽃에 물을 주는 아이를 보며 내 거창한 계획들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결국 아이의 만족도는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그곳이 어디든 엄마 아빠가 얼마나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놀아주는가에 달려있는 것 아닐까?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장소, 멋진 풍경 속에서 아이와 함께 만드는 추억도 좋지만 결국 내 아이가 행복해하는 놀이, 그런 놀이터가 되어 줄 공간은 그리 대단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아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배경보다 우리가 나누던 이야기를, 그 날의 분위기를 더 오래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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