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껌딱지'는 애착형성의 증거가 아닙니다
'엄마 껌딱지'는 애착형성의 증거가 아닙니다
  • 칼럼니스트 최이선
  • 승인 2019.06.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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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심리발달] 부모-자식 간 '애착형성'이란 무엇인가

심리상담 및 발달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다 보니 '모아애착'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대부분 모아애착의 중요도와 모아애착 프로그램이 아이의 발달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모아애착은 아이의 발달에 아주 중요하다. 아이 발달의 전부를 모아애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애착유형 중의 하나인 안정애착 유형의 사람만이 잘살아나가는 것은 아니다. 회피성애착이거나 불안정애착 유형이라도 정도의 차이에 따라 학교생활 잘하고, 성적도 좋을 수 있고, 좋은 직업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아·부아애착은 인간 발달의 전부라고 해도 될 만큼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애착형성이 잘된 아이들에게 세상은 견딜만한 곳이다. ⓒ베이비뉴스
애착형성이 잘된 아이들에게 세상은 견딜만한 곳이다. ⓒ베이비뉴스

아이와 상호작용을 잘하는 엄마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엄마 아빠는 부모에게 받은 만큼 자녀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아이에게 반응한다. 그래서 어떤 것이 좋은 반응인지 인식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받은 대로 아이를 양육할 가능성이 크다. 즉 부모에게 애정을 받지 못한 부모는 역시 자신의 자녀와도 애착 형성을 잘 못 할 수 있다. 회피애착 유형의 엄마는 아이를 회피애착 유형의 사람으로 키울 가능성이 높다.  

애착형성은 아이의 심리뿐만 아니라 신체나 감각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애착이론은 발달이론과 같다. 예를 들어 산후우울증으로 아이를 돌보지 못했던 엄마의 아이는 상호작용의 부재로 심리적 발달과 신체적 발달이 늦을 확률이 있다. 

애착은 아이의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정확하게 말하면 애착의 결핍이 아이의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니 ‘애착형성이 잘됐다’는 표현이 무슨 말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끔 어떤 엄마들은 ‘엄마 껌딱지’인 아이들을 보고 애착형성이 잘 됐다고 말한다. 애착형성 놀이를 할 때 아이가 엄마에게 더 달라붙고 같이 있으려고만 해서 불편하다는 표현도 인터넷 발달 카페에서 보고 깜짝 놀란 적 있다. 

하지만 애착형성이 잘 된 아이는 ‘엄마 껌딱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를 안전기지 삼아 세상으로 나간다.

◇건강한 애착의 증거, '엄마를 안전기지 삼아 아기는 세상으로 나간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한 걸음 떼고 엄마를 본다. 마치 한 걸음 더 나아가도 되는지 허락받는 것처럼 엄마를 살피며 한 발씩 나아간다. 걷다가 힘들면 엄마에게 돌아와 지지를 받고, 위로를 받고, 사랑을 받는다.

엄마에게 안겨있는 영유아들 대부분 낯선 사람들을 쳐다보고 탐색할 때 엄마 품에 얼굴을 묻었다가 낯선 사람을 쳐다보는 행위를 반복한다. 낯선 세상을 탐험하기 전의 긴장감을 엄마에게 위로받는 것이다. 엄마는 이때 아이에게 세심하게 반응하며 아이의 안전기지가 된다.

아이가 청소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힘들고 우울하고 슬플 때 엄마에게 손을 내민다. 엄마는 그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공감해준다. 위로받은 아이는 다시 힘을 얻어 세상을 탐색한다.

엄마의 지지와 공감을 받은 아이들, 즉 애착형성이 잘 된 아이들에게 세상은 견딜만한 곳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내가 아이에게 안전기지인지 아닌지 살펴보면 된다.

한번은 지하철에서 유모차에 탄 아이와 엄마를 보았다. 자리에 앉은 엄마는 앉자마자 스마트폰부터 봤다. 유모차에 앉은 아이는 엄마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 발가락을 최대한 뻗어 엄마 무릎을 건드렸다가, 손으로 엄마 무릎을 만지며 자기 좀 봐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스마트폰만 본다. 물론 엄마가 매 순간 아이에게만 집중할 순 없다. 세상은 복잡하고, 엄마 아빠는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영유아기 엄마와 아빠는 편안할 수 없는 시기임을 자각해야 한다. 소통의 도구가 언어 이전 단계인 이 시기 아이들과는 놀이로, 몸으로, 마음으로, 리듬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맺어야 한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에게 익숙한 자장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가 보챌 때 흔들어 달랠 줄 알아야 하며, 아이가 하나 씩 배우는 발달 손짓이나 행동을 격려하고 사랑해야 한다. 

◇아이발달 늦다면 모아·부아애착 프로그램도 도움된다 

아이와 익숙한 놀이가 있는가. 아이는 그 놀이를 좋아하는가. 그리고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내가 잘 바라보고 있는가.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를 부르고 관심을 요하는데 나는 잘 따라가고 있는가. 이러한 것이 잘 되고 있다면 애착형성이 건강하게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말에는 아빠가 무릎 비행기를 태워주자. 이불을 깔아놓고 안전하게 한 상태에서 엄마가 잡아주고 아이를 아빠 발등에 앉혀 “떴다 떴다 비행기” 노래를 부르며 아이를 하늘로 띄워보자. 아이는 비행기 놀이를 하며 아빠와 얼굴을 마주하고, 균형감각을 익히며 즐거운 정서도 느낀다. 일석삼조 그 이상이다. 몸 놀이가 잘 된 아이들은 정서도 건강하다.

만약 부모와 아이가 이런 상호작용이 잘 안 됐다면, 아이 발달이 늦다면 모아애착이나 부아애착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도 좋다. 엄마와 아이 사이가 가까워질 뿐만 아니라 아이 발달, 감각 통합도 촉진한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 발달이 촉진한다면 엄마 껌딱지의 ‘껌’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칼럼니스트 최이선은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이며, 숙명여대 교육학과 상담및교육심리전공 초빙대우교수다. 국제공인 치료놀이 수퍼바이저로, 발달이 어렵거나 정서적인 어려움을 갖거나 우울하거나 학교에서 문제가 있거나 산만하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심리상담으로 만나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선샤인서클」(공동체, 2018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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