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키 작아도 마음만은 크게 자라렴
아이야, 키 작아도 마음만은 크게 자라렴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9.06.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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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그림책 「내가 더 커!」와 「넌 (안) 작아」 그리고 「완두」

일곱 살 우리 아이는 놀이터에서 이따금 친구를 사귀어 놀곤 한다. 더 어릴 때는 같이 놀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 꽁무니를 무작정 따라다니거나 괜스레 과장된 몸짓으로 주의를 끌었는데 이제는 또래와 말로 소통이 가능한 나이다 보니 낯선 아이와도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마음이 맞으면 금방 친해져 논다.

그런데 낯선 아이들은 우리 아이와 함께 놀다가, 혹은 함께 놀기 전부터 묻는다.

“너, 몇 살이야?”

아이가 얼른 답하지 않으면 붙임성 좋은 아이들은 내게 다가와 묻기도 한다.

“얘, 몇 살이에요?”

아이들이 이같이 묻는 까닭은 우리 아이가 또래에 비해 체격이 매우 왜소하기 때문이다. 몸은 작은데 몸놀림도 재빠르고 말도 잘하니 자기들 딴에는 의아하여 묻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작았던 우리 아이는 또래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때문에 여전히 작은 아이로 자라고 있다.

그런데 어린아이들은 몸집이 작아도 나이가 많을 수 있다는 걸 모른다. 경험이 적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의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자기 나이를 말하면 놀라워하며 거짓말이라고 핀잔을 준다. 나는 여섯 살이지만, 나는 다섯 살이지만 너보다 크다면서 으스대는 아이들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혹시 아이가 마음을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그림책 「내가 더 커!」 한 장면. ⓒ한림출판사
그림책 「내가 더 커!」 한 장면. ⓒ한림출판사

아이가 놀림을 받을 때면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라도 엄마 입장에서는 속이 상한다. 친구가 되어 노는데 몸집이,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재미있게 놀면 그만 아닌가. 그림책 「내가 더 커!」(경혜원 글·그림, 한림출판사, 2018)의 공룡들은 같이 놀 친구를 찾는다면서 누가 크고 작은지 서로 몸집부터 비교한다.

어린 공룡들에게는 서로의 몸집과 힘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재미있는 놀이인 듯싶다. 자기가 크다고 으스대다 자기보다 큰 공룡이 나타나면 금방 풀죽는 어린 공룡들. 이 또한 아이들과 똑같은 모습이다. 그림책 「넌 (안) 작아」(강소연 글, 크리스토퍼 와이엔트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2015)처럼 어떤 것이 큰지 작은지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더 커!」의 중요한 메시지는 또 있다. 몸집을 비교하던 공룡들이 마지막에 한데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겉모습이 달라도 친구가 되어 즐겁게 지낼 수 있음을 알려주는 장면이다. 어린 공룡들처럼 서로의 차이에 호기심을 갖고 비교하고 살피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 있다.

사실 엄마의 걱정과 다르게 아이는 유치원에서 자기보다 몸집이 큰 동생, 친구들과 잘 사귀어 논다.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으면서 아이는 제 몸집이 작아도 자신이 형님이고, 일곱 살이라고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당장은 아이가 이 상황을 잘 넘기고 있는 듯 보인다.

다만 때때로 '왜 나는 작은 거냐'며 '나도 커지고 싶다'고 아이가 속마음을 드러낼 때가 있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작게 태어났으니 갓난아이 때부터 지금껏 아이의 키와 체중에 집착해왔다. 그런데 아이가 나이를 먹을수록 신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작은 키로 인한 심리 문제도 잘 헤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 「완두」 한 장면. ⓒ진선아이
그림책 「완두」 한 장면. ⓒ진선아이

완두콩만큼 작게 태어난 완두 이야기, 그림책 「완두」(다비드 칼리 글,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이주영 옮김, 진선아이, 2018)에서 우리 아이의 미래를 읽어본다. 반가운 건 작아도 아주 작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작은 완두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하며 삶을 즐겁게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이다.

물론 남들보다 작다는, 바로 보이는 분명한 차이 때문에 아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곤란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가엾은 완두. 이렇게 작으니 나중에 무엇이 될까?”

그리고 아이는 살면서 작은 완두를 가엾게 바라보던 이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의자에 앉아도 몸이 너무 작았고, 리코더를 연주하기에도 운동을 하기에도 너무 작았”던 완두처럼 무언가 하기에 왜소한 체격이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날도 있을 테고.

하지만 아이가 이런 상황을 딛고 슬기롭게 넘길 수 있기를 바란다. 자존감이 높아서 타인에 의해 쉬이 상처받지 않는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큰 아이든 작은 아이든 뚱뚱한 아이든 마른 아이든 자식을 키우는 세상 엄마들의 바람처럼.

그림책 「넌 (안) 작아」에 나오는 (안) 작은 털복숭이는 자신보다 훨씬 큰 털복숭이 앞에서 당당하다. 

“나 안 작아. 네가 큰 거지.” 

당당한 털복숭이처럼, 남들과 다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즐겁게 해내던 완두처럼 마음이 큰 아이를 꿈꿔본다. 그 길을 찾아 아이를 안내하는 일, 엄마의 큰 과제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일곱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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