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잔잔하게 마무리될 것 같던 영화 ‘툴리’는 내게 역대급 반전을 선물했다.
영화 툴리는 주인공 마를로(샤를리즈 테론)가 세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 삶에 대해 임신과 출산이 가져다주는 행복한 시점이 아닌,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면서 어떻게 보면 고통스럽게 반복되는 육아의 고충을 관객에게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라는 짓궂은 속삭임으로 스며드는 영화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사실 나는 여성도 아니고, 아빠는 더더욱 아니다. 20대 팔팔한 청춘이다. 그래서 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완벽한 공감을 이루기엔 역부족이었다. 영화를 두 번 보고도 어려웠다. 하지만 밤마다 아기가 울면 달려가 기저귀를 갈아주고, 모유수유하고 유축기로 모유를 짜내는 모습 등 여러 장면을 통해 육아가 얼마나 고통스럽고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일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영화 설명을 조금만 더 하겠다. 말괄량이 첫째 딸과 남들과 조금 다른 둘째 아들 그리고 갓 태어나서 밤낮없이 울어대는 막내까지, 마를로는 몸이 스무 개라도 모자란 세 아이의 엄마다. 거기에 자신에겐 아무 관심도 없이 매일 밤 게임에만 집중하는 남편까지. 보다 못한 친오빠는 마를로에게 야간 보모 고용을 권유하고 마를로는 고민 끝에 툴리(맥켄지 데이비스)를 부르게 된다.
사실 여기까지는 육아에 지친 한 엄마가 야간 보모를 통해 육아 고통에서 빠져나가고자 몸부림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영화 끝자락에 장르적 장치가 숨겨져 있었다. 야간 보모 툴리의 정체가 바로 마를로 자신이었다는 것. 믿을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다시 장면을 돌려보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마를로와 야간 보모 툴리가 했던 모든 대화들부터 툴리가 아기를 돌봐왔던 몇 주의 시간들 전부 마를로 혼자서 견뎌내고 이겨낸거였다?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몇 초의 침묵이 흐르고 하나만 보고 판단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렇다. 영화 툴리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을 위한 토닥임이었다. 말 그대로 그들을 보듬어주고픈 마음에 탄생한 영화였던 거다. 영화에서 쏟아냈던 수많은 대사 중 영화를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말이 있었다. 야간 보모로 왔던 툴리가 첫 만남에서 마를로에게 한 대사다. “I'm here to take care of you(당신을 돌보러 왔어요).” 영화가 끝나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 명대사였다.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끝자락의 반전은 장르적 장치로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얄팍한 수가 아니라, 벅찬 공감과 감동을 만들어내는 진심 어린 설정이었다. 육아하는 아내가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편들에게 용기 내어 권유하고 싶은 영화. 바로 ‘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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