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18개월 때 어린이집 적응에 실패한 후 36개월까지는 내가 키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큰 아이가 27개월 되던 2012년 1월 둘째가 태어났다. 조리원 생활 2주후 집에 온 후 산후도우미를 쓰지 않고 바로 홀로 육아에 돌입했다. 잠 못자고 밤새는 시간들이 계속 됐고 오전에 둘째가 잘 때 나도 함께 잠들었다. 자연스레 첫째는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른 아이들은 매일 밖에 나가자고 조른다던데, 아예 밖에 외출을 하지 않으니 나가자고 조르지도 않았다. 아이 둘과 하루 종일 씨름하다 보니 말을 알아듣는 첫째에게 신경질을 자주 부리게 됐다. 화를 내지 않아도 될 상황에 화를 내고, 잠든 아이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겨울이 지나고 외출이 가능해졌을 때도 아이 둘을 데리고 외출이 쉽지 않아 남편이 일찍 퇴근한 날이나 주말에만 외출을 했다. 점점 육아에 지쳐갔다.
18개월 때 적응을 실패한 어린이집 앞을 지날 때 어느 날인가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 날만 그냥 하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매번 지나갈 때마다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와 놀고 싶다고 했다. 30개월 접어들 무렵이었다.
동네에 있는 서울시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놨으나 무상보육 확대의 여파인지 내 차례는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남편 회사의 직장 어린이집이 불현 듯 생각났다.
남편 회사 옆에 개원한 직장 어린이집. 우리집은 신림동. 어린이집은 강남.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곳이다.
작년에 처음 개원했을 때 원아가 10명 미만이라고 남편이 한번 보내보자고 했었다. 거의 선생님과 원아의 비율이 1:2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때니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써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 때는 단칼에 거절했었다. 한번 어린이집 적응에 실패하고 나니 다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망설여졌다.
하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번 상담이나 받아보자, 하고 직장어린이집에 방문했다. 강남 주택가에 위치한 직장 어린이집은 넓은 단독주택을 개조해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넓은 정원이 있어 아이들이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야외활동과 물놀이 등이 가능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의 마인드였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적응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었다.
큰딸은 33개월. 2주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오전에 남편이 출근할 때 함께 등원했다. 정규시간은 9시부터 5시까지. 오전 7시반 ~ 9시. 오후 5시 ~ 7시반은 통합교육시간으로 당직선생님이 모든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시간이다. 첫날부터 이 반에 들어가면 어수선함에 낯설어 할 수 있기 때문에 2주 적응기간이 끝난 다음에 들어가기로 했다.
◇ 첫째주 월~화
- 오전 7시반 ~ 9시 : 엄마와 함께 거실에서 놀이하기(통합반 들어가지 않음)
- 오전 9시 ~ 오전 10시 20분 : 아침간식 및 야외놀이 및 실내놀이
*원래 이 시간에 엄마와 함께 교실에서 놀이참여 하는 시간인데 학기 중간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 과정은 생략됐다.
- 하원
◇ 첫째주 수~금
- 오전 7시반 ~ 9시 : 엄마와 함께 거실에서 놀이하기
- 오전 9시 ~ 오전 11시 20분 : 아침간식 및 야외놀이 및 실내놀이
- 하원
◇ 둘째주 월~화
- 오전 7시반 ~ 9시 : 엄마와 함께 거실에서 놀이하기
- 오전 9시 ~ 오전 11시20분 : 아침간식 및 야외놀이 및 실내놀이
- 오전 11시 20분 ~ 오후 12시 20분 : 점심식사
- 하원
◇ 둘째주 수~금
- 오전 7시반 ~ 9시 : 엄마와 함께 거실에서 놀이하기
- 오전 9시 ~ 오전 11시 20분 : 아침간식 및 야외놀이 및 실내놀이
- 오전 11시 20분 ~ 오후 12시 20분 : 점심식사
- 오후 12시 30분 ~ 오후 3시 30분 : 낮잠
- 오후 3시 30분 ~ 4시 : 오후 간식시간
- 하원
2주간의 적응프로그램 기간 동안 나는 거실이나 교사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중간에 엄마를 찾으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상주했다. 하루에 4~5번 나를 찾던 아이는 그 횟수가 뜸해졌고 2주간의 적응프로그램은 무사히 끝났다.
지금은 오전에 아빠와 함께 등원. 5시에 내가 강남까지 데리러 간다. 아빠 출근시간에 맞춰 아이가 함께 가는 거라 눈도 못 뜬 6시 30분 집을 나선다. 아직은 통합보육시간인 7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엄마를 찾고 울먹이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기반 친구와 담임선생님이 아닌 아이들과 선생님이 낯설었나보다. 5시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는 “엄마 보고싶었어~~~~”하며 뛰어나온다. 아침에 헤어질 때 눈물을 참으며 “아빠 다녀오세요. 우왕~~”하고 울기는 하지만 어린이집이 좋다고 한다.
선생님들도 오전에만 조금 엄마를 찾고 잘 논다고 하셨다. 아직은 헤어질 때나 엄마 보고싶었단 얘기에 맘이 짠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중이다.
저도 둘쨰 출산하면서 갑자기 어린이집 보내게 되었어요. 애 둘 보기 버거워서 24개월 되서 보냈는데 2달 다니다 갑자기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해서 한 달동안 둘쨰 외가에 맡기고 큰애 오전만 보냈다가 데려오고 했었어요. 한달간 큰애 에게 좀더 관심 가져주고 아침에 어린이집 가기 전에 놀이터에서 놀고 아파트 주변 한바퀴 돌다가 어린이집에 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