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이 엄마가 된다는 것은?
두려움 없이 엄마가 된다는 것은?
  • 기고/김명숙
  • 승인 2012.07.31 12:0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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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는 나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

[연재] 나무발전소 김명숙 대표의 워킹맘 독서 생존기 

 

엄마 경력 10년 차. 참 많은 시간이 흘러 엄마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엄마라는 인격을 부여받는 순간, 이전의 나와 다른 나가 불쑥 튀어 나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한다.


열나고 기침과 콧물이 쏟아져도 감기약 한번 먹지 않고 임신 기간을 보내야 한다. 출산은 또 어떤가? 여자로서 살아오면서 언제 이렇게 울부짖고 고통스러워 했던 적이 있었던가!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는 또 다른 도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밤낮이 바뀐 아기 때문에 늘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잠 한 번 실컷, 푹~ 자봤으면….” 갓난아이 엄마의 공통의 아우성이다. 젖꼭지가 헐도록 모유 수유를 해야 하고, 이유식도 좋은 재료로 골라 직접 준비한다. 그러는 동안 여자에게 남는 건 10kg 이상 불어난 체중, 화장기 없는 맨 얼굴, 부스스한 머리카락 등이다. 산후 비만과 함께 요실금, 손목 통증과 허리디스크도 따라온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집안 살림을 챙기다보면 저녁에는 녹초가 된다. 편차가 있을 지 몰라도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고 변화일 것 같다.


출산을 하게 되면 갑작스런 환경 변화와 호르몬 분비의 영향으로 엄마들은 산후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임신 중 왕성하게 분비되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출산 후 급격히 떨어지고 모노아민 산화효소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뇌신경전달 물질 체계를 교란시키는데 이런 상황이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대신 모유 수유를 할 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활발히 이루어 지면서 엄마와 아이의 애착을 높인다고 한다.


이런 생물학적 변화 말고도 남는 문제가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몰두하게 되면서 엄마는 사회와의 단절을 겪는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이름보다 ‘**엄마’로 불리우게 된다. 아이 키우는 일이 세상에 보여지는 전부이니 마땅한 보상도 없다. 특히 오늘날의 엄마는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모성으로 자란 세대이기도 하지만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통해 개인적 성취를 맛보기도 했다. 결국 엄마는 자신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갖는다. 직장을 다니든, 다니지 않든 이런 혼란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부모 자녀 관계 전문가인 최성애 박사는 요즘 엄마들이 생물학적 모성도, 문화적 모성도 아닌 상업적인 광고 문구에 따라 과도한 모성을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엄마는 완벽해야 하고, 아이를 사랑해야 하고, 아이를 성공시켜야 하고, 이런저런 것도 책임져야 하고…. 우리 엄마들은 ‘당위성’에 찌들어 있어요.” 당위가 많으면 당사자는 너무 힘들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꺼야.” 이 말은 국적을 초월한 세상 모든 딸들의 말이다. 왜 그럴까? 그만큼 여자, 특히 모성에 대한 억압이 존재해온 탓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엘리자베스 바탱테르(Elisabeth Badinter)는 필요에 따라 모성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17, 18세기 당시 프랑스에서는 공립 고아원에 자신의 아이를 맡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1700년대 중반, 파리에 버려진 아이들은 3만 명 정도였는데, 10년 뒤에는 무려 두배나 늘었다. 당시 프랑스 엄마들의 육아 바이블이 된 「에밀Emile」을 작자 루소조차 자신의 자녀 다섯 명 모두를 고아원에 맡겼다. 유럽에서 모성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고 모성 양육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부터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과연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인가? 생물학적 모성본능은 여성 누구에게나 있지만, 경험한 모성은 천차만별이고 다를 수 있다. 모성을 절대 가치로 숭상하고 자신의 모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형벌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과연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인가? 생물학적 모성본능은 여성 누구에게나 있지만, 경험한 모성은 천차만별이고 다를 수 있다. 모성을 절대 가치로 숭상하고 자신의 모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형벌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높은 교육열과 높은 교육열을 떠받들고 있는 한국 엄마들의 모성에는 특별한 것이 있는데, 그 연원을 추적해 보자면 역사적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고려시대까지 여성에게는 다양한 권리가 존재했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가부장제문화가 지배를 이루면서 여성은 가족을 통한 대리 성공이 전부였다. 특히 아들을 낳아 출세시키면 아들 못지 않은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에 높은 교육열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온 것이다.


그러한 문화적 전통 아래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써 살아가는 엄마를 보며 자라난 딸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 나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엄마처럼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거나, 엄마처럼 희생적이지 않은 나를 발견하고 우울해 한다. 특히 교육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목적으로 배워온 젊은 엄마들은 육아의 당면한 현실이 도대체 아귀가 맞지 않는 퍼즐 같아 보인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모성은 달라지는데 제도와 인식이 따라가 못하는 탓에 모성의 당사자인 엄마와 아이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과연 좋은 엄마란 어떤 엄마인가? 생물학적 모성본능은 여성 누구에게나 있지만, 경험한 모성은 천차만별이고 다를 수 있다. 모성을 절대 가치로 숭상하고 자신의 모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형벌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많은 뇌 과학자나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들은 “여자는 엄마가 되면 뇌가 변한다, 호르몬이 바뀐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한순간 슈퍼우먼처럼 엄마 역할을 척척 해낼 수는 없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엄마 역할까지 해내려면 뇌 구조나 호르몬 변화의 도움뿐 아니라 경험으로 학습하고 사회적 제도의 뒷받침까지 따라주어야 한다. 아이가 0살이면 엄마도 0살, 아이가 넘어지고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배우고, 3,000번의 반복을 통해 “엄마”라는 말을 배우듯이 엄마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엄마로 조금씩 자란다.


좋은 엄마란 “나는 충분히 좋은 엄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로써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까! 좋은 엄마란 불필요한 죄책감을 벗어던지고 엄마가 아닌 ‘나’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이다.


맨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전의 나로 돌아가려 하지 말고 현재의 상태에서 가장 좋은 ‘나’가 되자.

 

건강한 모성을 기르는데 도움받은 책들

 

「마더쇼크」(EBS '마더쇼크' 제작팀 지음, 중앙북스)

 

 

2011년 방송된 EBS 모성 탐구 대기획 <마더쇼크> 국내 최초로 모성의 실체를 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집중 조명한 프로그램을 텍스트화한 책이다. 외국엄마와 한국엄마의 비교 실험이 압권, 우리가 바라는 바람직한 모자관계를 외국엄마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팁들이 유익하다.

 

「관계: 사랑과 애착의 자연사」(보리스 시륄니크 지음, 정재곤 옮김, 궁리)

 

 

프랑스의 저명한 신경정신의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보리스 시륄니크는 동물행동학, 생물학, 정신분석학, 심리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을 넘나들며, 태아 상태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둘러싼 ‘애착행동’을 해부한다. 부모-자식 간의 보살피는 사랑과 남녀 간의 사랑과 애착에 관한 인간의 이해가 어떠한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육아 플래너-노스트레서 초간단 육아 매뉴얼」(조 윌트샤이어 지음, 안진이․이고은 옮김, 나무발전소)

 

 

초간단 실속 육아의 모든 것! 수면, 대소변에서 유치원 홀로서기까지 요령있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영국엄마와 한국엄마가 경험에서 터득한 요령이라 초보엄마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한 독자는 ‘그동안 어려운 육아서에 길들여진 뇌를 깨끗하게 비워준 책’이라고 평했다.

 

「두려움 없이 엄마되기-자연스럽게 평화롭게 아이 낳고 키우기」(신순화 지음, 민들레)

 

 

세 아이의 조산원과 집에서의 출산, 천기저기와 천생리대의 사용, TV 없는 집, 사교육 금지 등 시대를 거스르는(?) 육아 방식을 실천하며 사는 신순화 씨의 육아 일기다. 그녀처럼 살 수는 없더라도 생각한 만큼 실천하는 엄마의 당당한 자신감은 배우고 싶다.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의 ‘트윗 육아’」(서천석 지음, 서울문화사)

 

 

부모가 아이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방법과 스스로 어떤 양육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을 가르쳐주고, 구체적인 상황별 대처법도 들려준다. 아이의 행동이 이해 안될 때, 부모 역할에 끈기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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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x**** 2012-08-02 06:41:00
아직도..
아직도 엄마라는 두려움이

skyf**** 2012-08-02 00:15:00
불필요한 죄책감..
불필요한 죄책감은 버리고!!! 전 지금도 충분히 좋은 엄마니까요!!!

wo**** 2012-07-31 22:38:00
저도
노력하고 싶어서 구매한 책이 두 권 있네요.

gut**** 2012-07-31 14:32:00
나는 oo이 엄마!!
아이 낳은지 3년이 지난 지금 내 이름보다는 oo이 엄마가 더 익숙해져요.

아줌마라는 단어는 아직도 너무 낯설지만요.

"엄마가 행복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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