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궁금증, 다른 부모는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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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엄마도 건강한 모유수유 할 수 있어”

③ ‘모유수유성공 수기공모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상 노현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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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인구보건복지협회와 서울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동주최로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기념 연합행사에서 ‘어려운 환경에서의 모유수유 성공사례’ 공모전 우수작품으로 선정된 수기 전문을 공개한다.

 

2012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인구보건복지협회와 서울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동주최로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기념 연합행사에서 ‘어려운 환경에서의 모유수유 성공사례’ 공모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상을 수상한 노현정 씨가 남편과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2012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인구보건복지협회와 서울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동주최로 지난 1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대방동 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린 기념 연합행사에서 ‘어려운 환경에서의 모유수유 성공사례’ 공모전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상을 수상한 노현정 씨가 남편과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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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검사를 해야겠습니다.”

 

쿵, 마음이 떨어졌다. 아기 소식을 듣고 기뻐한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주치의는 나에게 암이 의심된다고 일러주었다. 반드시 지금 검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출산 후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뒤따랐다.

 

마음의 퍼즐이 흐트러지는 느낌이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해주고 싶던 것들이 떠올랐다. 포대기로 아기 업어주기, 천 기저귀 쓰기, 엄마 젖 먹이기…. 그 중에서도 모유는 꼭 먹일 거라며 첫 손에 꼽던 나인데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이렇게 기권하는 건가, 진료실을 나서는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며칠 뒤 유아 박람회에 들렀다. 부스에서는 여러 가지 젖병을 선보이고 있었다. 말랑한 소재로 된 것부터 유리 젖병, 수입제품까지 다양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도무지 정감이 가지 않았다. 판매자가 제품의 뛰어난 점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늘어놓는데도 행사장 구석의 모유 수유실이 더 눈에 들어왔다.

 

혹여 얼마 못 먹이더라도 미리 기권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분유회사에서 주최하는 산모교실은 제쳐두고, 모유수유 강의 스케줄을 확인해 열심히 들으러 다녔다. 출산일이 다가오자 산모 수첩엔 글씨가 빼곡했다. 널따란 하얀 칸엔 유방과 유선 그림이 자리 잡고 있었고, 개미 같은 글씨 위엔 포스트잇이 더덕더덕 붙었다. 까맣고 진한 별을 부여받은 녀석도 있었다.

 

‘반드시 24시간 모자동실 할 것’.

 

수첩 속 까맣고 진한 별이 현실이 되던 날, 가족이 함께 했다. 작고 예쁜 입으로 젖을 찾아 무는 모습은 그저 놀랍고 신기한 광경. 출산의 피로함도, 그동안의 걱정도 잊은 채 첫 젖을 물렸다.

 

그동안 열심히 수업을 쫒아 다닌 덕분이었을까, 젖 물리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큰 숙제라도 해낸 양 의기양양하게 모자동실에서의 3일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를 곁에 두고 모유를 먹이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하지만 내 욕심만큼 젖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아기가 배를 곯고 있는 건 아닐까’, ‘분유를 먹여야 하나’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아기가 빠는 만큼 젖이 늡니다. 힘들겠지만 새벽에도 아기에게 젖을 주어야 해요.” 걱정을 하고 있던 내게 아기의 주치의는 따끔한 충고를 날렸다. ‘아니,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야속한 생각과 오기가 쑥 올라왔다. 그리고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시 단단히 묶고 낮이건, 밤이건 가슴을 풀고 아기를 먹였다. 2달쯤 접어들자 젖 먹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기도 내 품을 알아채고 젖을 찾는 듯했다.

 

모유수유성공 수기공모전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상을 수상한 노현정 씨가 자신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모유수유성공 수기공모전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상을 수상한 노현정 씨가 자신의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아기 젖 먹이기가 일상이 되었을 무렵, 예방접종을 위해 찾은 병원에서 아기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심실중격결손증이었다. 다시 받은 나의 조직검사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하늘이 노래지는 듯 했다. ‘이제야 조금 익숙해졌는데...’ 며칠을 뒤척이며 밤을 보냈다. 가슴에 딱딱한 돌멩이 같은 것이 만져졌다. 유선염이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해요.”

유방 초음파를 보던 의사가 말했다. 주사로 가슴 안쪽에 찬 염증을 빼냈다. 열심히 병원을 다녀도 차도가 없었다. 초음파 속 염증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제는 처음의 8배. 병원에서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했다. 두 가지 선택이 주어졌다. 단유를 하고 수술을 하는 길과 아기에게 계속 젖을 물리는 것. 가족들의 염려를 뒤로 하고 후자를 선택했다. 종양센터에 가는 날이, 수술대에 오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날이었다.

 

“수유는 언제까지 할 건가요?”

 

종양센터를 다시 찾은 나에게 주치의가 말했다.

 

“아기가 원할 때까지 먹이고 싶어요. 가능하면 오래오래.”

 

모니터를 보던 주치의가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가능하다면 수술 후에도 모유수유를 계속하고 싶은데요.. 어려울까요?”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아과에 들러 상담을 받기로 했다. 주치의의 소견은 다행히 큰 문제없음. “엄마 젖을 통해 전달되는 양은 미미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마더세이프 센터’ 와 ‘엄마젖최고’를 소개받았다. 유축기로 아기가 한동안 먹을 젖을 짜두고, 수술 후에 차오르는 젖은 짜내기로 했다. 먹는 약 역시 수유가 가능한 것으로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수유를 응원하는 손길은 예상보다 많았고, 다양했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수술 당일, 병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젖을 양껏 먹였다. 엄마가 수술 받는지 까맣게 모르는 내 아기는 젖을 먹으며 방실방실 웃었다. 탈의실에서 수술복을 갈아입으며 ‘더 건강해진 몸으로 아기를 안아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잭 니콜슨이 떠오르는 끈 달린 수술복을 입고 침대에 올랐다. 마취를 담당한 의사는 수유 중인 것을 확인한 후 약의 종류와 가짓수를 조정했다. 그리고 깊은 잠에 들었다.

 

벌써 수술을 한 지도 두 달이 되어간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유선염은 눈 녹듯 가라앉았으며 아기는 더 건강해진 모유를 먹으며 자라고 있다. 돌 무렵에나 나을 것으로 보이던 심실중격결손도 완치 판정을 받았다. 요즘은 젖을 보면 “맘마, 맘마”하고 예쁜 목소리로 말도 한다. 지레 겁을 먹고 포기했으면 이런 기쁨을 알았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잠을 설치며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을 초보엄마들에게, 곤란한 상황에 처해 수유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마음 깊은 응원을 보내며 글을 맺을까 한다. 작은 나의 한숨과 고백이 누군가에겐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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