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들아, 4차 산업혁명 시대 '덕질'이 답이다
내 딸들아, 4차 산업혁명 시대 '덕질'이 답이다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9.08.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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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바야흐로 '덕후시대'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생명과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수명을 500살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의 두 딸이 앞으로 500년을 산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펼쳐질 세상은 어떨지 상상에 잠긴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서 앞으로 직업의 70%(500만 개)가 사라진다는데…. 양육에 있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그 답을 ‘덕후’들에게서 찾아보려 한다. 

◇ 바야흐로, 덕후들의 세상

‘오덕후’는 일본어인 오타쿠(Otaku, オタク)를 한국식 발음처럼 부르는 말이다. 2005년부터 인터넷상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로 추정되는데 여기서 ‘오’가 탈락해 ‘덕후’로 변화한 것. 오뎅을 어묵으로, 스시를 초밥으로 바꾸어놓는 외래어 순화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출처: 나무위키). 

여기에 '무언가 하다'를 낮춰 일컫는 ‘-질’을 붙여 만든 단어가 바로 ‘덕질’이다. 과거 ‘수집가’에 대응할 수 있는 신조어로 인스타그램에서 ‘덕질’을 검색해보면 35만 개의 해시태그를 볼 수 있고, 유튜브는 요즘 '덕후'들의 천국이 됐다. 지금까지 그들을 비웃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추세다. 헤드헌터들은 유튜브를 뒤져 자사의 문제를 해결할 덕후를 인재로 모시고, 화장품 회사 면접에 등장한 뷰티 유튜버의 주도면밀한 상품 분석에 면접관은 할 말을 잃으니… 바야흐로 덕후들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는 시절이다. 

◇ 취업보다는 취덕(就德)

한 때 우리의 안방을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허준'(MBC, 1999)을 떠올려본다. 당시 허준의 인기가 얼마나 뜨거웠느냐면, 허준 덕에 한의학과 입학 경쟁률이 높아졌다. 나중엔 한의사 공급과잉 이슈를 다룬 기사도 등장했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 세태에 따라 유망직종에 따라 우리는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아빠의 녹음을 방해하는 둘째, 제발 아빠의 덕질을 막지 말아다오! ⓒ문선종
아빠의 녹음을 방해하는 둘째, 제발 아빠의 덕질을 막지 말아다오! ⓒ문선종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우리가 중요한 것을 놓쳐왔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했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 같은 큰 꿈을 말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세대는 장차 '의사'나 '한의사'가 되겠다고 외쳤지만 임홍택의 책 '90년생이 온다' 속 '그들'은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직장(職場)보다는 직업(職業)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우리가 살면서 찾아야 할 업(業)의 사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행복임을 깨닫는다. 즉, 취업보다 취덕(就德)이야말로 행복에 다다르는 과정이기에 '덕질'을 절대 낮게 평가해서 안 된다.

'덕질'의 세계에서는 보상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보상이 없어도 하면 재미있으니까! 즐거우니까! 행복하니까! 그냥 하는 것이다. 태양에서 나오는 빛처럼 본질을 탐구하는 충만한 에너지, 그 따뜻함을 덕(德)이라 할 수 있다. 장자의 호접몽처럼 꿈속의 나비가 나인지 내가 나비인지 모르는 물아일체 경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오늘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다. 덕과 업을 일치시킨 '덕업일치'의 인간은 벼슬(職)에 연연하지 않는다. 사명과 비전과 같은 도(度)를 이루기 위해 덕(德)을 실현하는 이들을 비로소 ‘덕후(德後)'라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 덕질(德質)의 재정립

'덕질'을 덕 덕(德) 바탕 질(質)로 해석해보았다. 공자 가라사대,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 문(文)은 무늬를 의미하는 것으로 꾸밈이다. 포장지라 할 수 있다. 질(質)은 바탕이라는 의미로 본질과 내용을 의미한다. 질그릇의 본질은 무엇인가? 바로 공간이다. 무언가를 담는 것이 본질인 것이다. 덕질은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다.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질그릇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 것인가? 겉을 화려하게 하지 않는다. 꾸밈없이 담백하다. 이런 덕력을 발휘하는 청년들이 많아진다면 희망을 걸어볼 수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방구석에서 인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덕후들을 응원한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됐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었으며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9년간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수행했다. 현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홍보실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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