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하는 게 없다며 실망하는 아이에게
난 잘하는 게 없다며 실망하는 아이에게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9.08.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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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엄마 눈엔 보여, 너만의 특별함이

어느 날인가 일곱 살 아이가 "난 잘하는 게 없다"며 시무룩해 했다. "그럴 리가! 넌 그림을 잘 그리잖아"라고 곧바로 말해 줬지만 아이는 "난 못 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니 또래 친구와 비교하며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줄 알게 됐다. 그러고는 제 눈에 부족하다 싶으면 실망하고 만다. 엄마의 칭찬으로 아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본인은 아니라지만 난 우리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생각에는 어떤 의심도 없다. 물론 엄마의 눈으로 봤을 때 이야기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우리 아이의 그림 수준은 또래 남아와 비슷한 정도인 듯하다.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많고 즐기지만 그리기에 들이는 시간이 긴 것에 비해 결과물은 오히려 그냥저냥 수준이다. 하지만 아이가 가진 작은 특별함을 발견하고 이를 북돋아 주는 게 엄마의 몫 아닐까.

바닷가의 평범한 돌들 가운데서 특별한 것을 찾아내는 그림책 「바닷가에는 돌들이 가득」(레오 리오니 지음, 정회성 옮김, 보림출판사, 2017)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바닷가에는 돌이 참 많아요. 어디에서나 보는 평범한 돌이 많지만 재미있고 신기한 돌도 있어요."

애정을 갖고 의미를 찾는 사람 앞에는 평범한 돌도 보물이 되어 나타나는 법이다.

아이가 그린 엄마 얼굴. 엄마 눈에는 특별한 점이 보인다. ⓒ한희숙
아이가 그린 엄마 얼굴. 엄마 눈에는 특별한 점이 보인다. ⓒ한희숙

미술 활동이 많은 어느 유치원 설명회에서 원장님이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아이들의 작품을 쓰레기로 만들지 마세요."

교사가 손대지 않고 아이들이 온전히 솜씨를 발휘했다면 그것은 엄마가 애정을 갖고 바라봐야 할 작품이 맞다. 선생님의 뼈 있는 지적에 뜨끔했다. 엄마는 눈에 사랑을 담고 아이가 표현한 작품 속에 깃든 특별함을 찾아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격려를 받고 작은 재능을 크게 키워나간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한다.

"넌 그림을 잘 그리잖아."

내가 우리 아이 그림을 특별하게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스케치북과 색연필이나 필기구 등을 들고 다니며 아이는 무언가 그려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것들만 있으면 아이는 얼마간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자신이 생각한 것을 망설임 없이 종이 위에 그리며 색 선택도 매우 과감하다. 흰 종이 한가득 끈기 있게 채우는 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는 수시로 결과물을 가져온다. 남들이 본다면 이게 뭘까, 궁금한 것들이 많다. 물론 엄마라고 아이 생각을 그대로 읽어낼 재주는 없다. 다만 어린아이가 만들어내는 소소한 미술 작품을 달리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한다. 머리 말고 가슴으로 느끼는 게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보이니? 내가 그린 느낌이!」 속 한 장면. ⓒ현암주니어
「보이니? 내가 그린 느낌이!」 속 한 장면. ⓒ현암주니어

그림책 「보이니? 내가 그린 느낌이!」(밥 라즈카 지음, 시몬 신 그림, 서남희 옮김, 현암주니어, 2017)에서 우리 아이와 비슷한 아이를 만났다. 주인공 '니코'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어디를 보아도 그리고 싶은 마음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아이다. 니코가 이런 소중한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 텐데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는 벌써 자신의 작품 앞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부정적이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부모가 아이의 작품을 대할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힌트를 준다. 바로 니코를 이해했던 유일한 친구 아이리스처럼 '그저 느끼면 된다'고, 단순하지만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너무나 추상적이라서 난감해지기 일쑤인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 우리는 이해보다 각자의 느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린아이의 작품을 감상할 때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가 알겠는가. 아이의 작품 앞에서 마음을 열고 느꼈을 때 뜻밖의 보물을 발견할지.

「보이니? 내가 그린 느낌이!」의 작가는 책 맨 앞장의 헌사에 다음과 같이 남겼다. 

"선 밖을 칠하는 사람에게." 

우리 아이가 선 안팎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연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며 이 책, 함께 읽어봐야겠다.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일곱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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