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웨딩컨설팅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다. 2000년대 초반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 한국 웨딩컨설팅기업은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확산되기 시작했고, 2012년 현재 웨딩컨설팅기업은 국내 웨딩문화의 한 축을 당당하게 차지하게 됐다.
서울에 인구가 집중돼 있는 현상 때문에 웨딩컨설팅기업도 서울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과 매체의 눈부시게 빠른 정보와 콘텐츠 전달로 ‘서울에서 유행한 웨딩드레스는 2~3년 후에야 지방에서도 유행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10년 동안 급성장한 국내 웨딩컨설팅 업계, 서울과 함께 지방도 함께 급성장했을까?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웨딩컨설팅기업 나우웨드에서 수원을 비롯한 대전, 전주, 대구, 창원, 울산에서 웨딩컨설팅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을 만나 물었다.
“지방에서 웨딩컨설팅기업 운영하기 어떠하신가요?”
< 좌담회 참석자 >
대구광역시 - 대구웨딩포럼 허니문센터 대표 김성호
경남 창원시 - 웨딩포탈함사요웨딩 대표 박상욱
울산 광역시 - 코아웨딩 대표 이호열
경기도 수원시 – 결혼만들기 대표 이길구
전라북도 전주시 – 하얀웨딩 대표 고순영
대전광역시 - 결혼을 만드는 사람들 대표 유명식
서울특별시 – 나우웨드 대표 김인수
◇ 중소도시는 웨딩컨설팅 보다 토털웨딩
부산이나 대구 등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는 아직까지 컨설팅 위주의 결혼문화보다 예식장 위주로 돌아가는 ‘토털웨딩’이 더 주를 이룬다는 것이 웨딩컨설팅기업 대표자들의 중론이다.
울산 코아웨딩 이호연 대표는 “지방은 웨딩드레스와 스튜디오가 묶여 있는 토털웨딩으로 진행되다보니 드레스는 얼마, 사진은 얼마 이렇게 책정돼 있지 않다. 가격이 따로 책정되지 않았으니 컨설팅기업과 업체가 거래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구웨딩포럼 허니문센터 김성호 대표도 “대구는 서울과 같이 컨설팅업체와 웨딩업체가 분리됐다. 그러나 구미나 포항 이런 도시만 가도 예식장에서 토털로 다 진행할 수밖에 없다. 더러 비수기나 3시, 4시 타임에는 외부 업체가 들어올 수 있게 어느 정도 풀어주기는 한다”고 말했다.
◇ 소비자 선택 폭 좁은 지방 웨딩시장
이처럼 지방에서는 토털웨딩을 기반으로 웨딩시장이 돌아가다 보니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은 좁아지고, 불합리한 선택과 소비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실정이다.
경남 창원 웨딩포탈함사요웨딩 박상욱 대표는 “중소도시의 경우 상조문화가 깊고 인맥, 특히 예식장을 토대로 행사가 주로 형성된다. 상조업체를 기반으로 한 회사가 예식장이나 뷔페, 스튜디오, 드레스숍을 모두 운영한다.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줘야하는데 그런 환경이 안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구웨딩포럼 허니문센터 김 대표는 “인구 30만 50만 이하의 소도시에서는 이 예식장에서 결혼하고 싶은데 이 예식장에 있는 토털(웨딩드레스, 스튜디오)로 진행하지 않으면 계약할 수 없는 구조”라며 “웨딩드레스, 스튜디오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코아웨딩 이 대표는 “하객인원이 적을 때 보증인원을 세우는 수준이 아니라 일부 웨딩홀은 길일에 골든타임은 일부러 빼놓는다. 지방은 예식장이 몇 곳 없어서 날짜가 다가오면 급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이라고 중소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예식장 위주 웨딩시장의 폐해를 꼬집었다.
◇ 서울 브랜드 진출로 타격 받는 지방 웨딩시장
서울에서 뻗어나간 유명 웨딩업체 및 유명 브랜드의 지방 진출도 지방 웨딩업체들에게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대전 결혼을 만드는 사람들 유명식 대표는 “서울 강남의 유명 웨딩업체의 진출도 타격을 크게 주고 있다. 서울서 유명한 3개 업체가 토털웨딩 방식으로 이름을 걸고 대전에 진출했다. ‘청담동 웨딩드레스’에 대한 신부의 로망을 이용해 대히트를 쳤다. 덕분에 대전에서 유명하던 업계 1~5위 업체들이 아사상태에 빠질 정도로 타격이 컸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 하얀 웨딩 고순영 대표는 “서울에서 업체가 내려오면 원가가 올라간다. 전주는 수입웨딩드레스 붐이 일어 업체마다 수입웨딩드레스를 내걸고 있다. 또 원가가 올라간다. 웨딩컨설팅기업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과 인접해 아예 고객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수도권 도시의 어려움도 있다. 경기도 수원 결혼만들기 이길구 대표는 “제일 심한 타격을 입은 곳은 대구도 울산도 아닌 안양, 의정부, 일산 등 서울이 인접한 도시다. 이 도시들은 토털숍이 전멸했다. 차로 40~50분이면 서울 웨딩박람회도 가고, 서울 구경도 간다. 경기도 상권은 서울에 모두 뺏겼다”고 밝혔다.
◇ 웨딩컨설팅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날 좌담회에서는 지방 웨딩컨설팅기업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웨딩컨설팅기업이 궁극적으로 나가야할 방안들도 함께 논의됐다.
서울 나우웨드 김인수 대표는 “예식장이 밥값으로 마진을 남기고 스드메(스튜디오 + 웨딩드레스 + 메이크업) 패키지를 싸게 내놓는 것이 잘못된 구조는 아니다. 컨설팅의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현재 웨딩컨설팅 회사에는 저렴한 웨딩서비스를 받고 싶은 사람과 비용을 어느 정도 지불하더라도 고가의 웨딩서비스를 받기 원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다. 이 둘을 먼저 분리해 전문성 있게 비용을 받을 것은 받고 정확하게 컨설팅을 해주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울산 코아웨딩 이 대표도 “우리나라 웨딩문화는 일제시대의 영향으로 주례문화가, 미국의 영향으로 웨딩드레스가 들어왔다. 폐백까지 세 나라의 문화가 섞여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웨딩홀을 따로 타이틀을 두는 나라도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나라 웨딩컨설팅은 틈새시장으로 예식장과 업체들 중간에 관리하는 사람이 들어온 셈인데 잘 성장시켜 독특한 결혼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함이나 폐백 등 우리 전통의 결혼문화를 젊은 세대에게 알려주는 역할도 결혼전문가 웨딩플래너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선택의 폭이 많이좁은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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