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도무지 논리적인 말로는 해결이 안 되는 순간을 마주한다. 아이가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소리치며 울 때 특히 그렇다. 그럴 때 ‘최종수단’으로 매를 드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1년 ‘아동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하고 그때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의 아동 인권에 관한 상황을 유엔에 보고하며, 이후 유엔의 권고를 바탕으로 아동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수정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에는 학교에서의 체벌을 금지하는 법이 마련됐다. 그러나 여전히 민법에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하기 위해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하고, 가정에서의 자녀체벌은 사회적으로도 허용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부모가 자녀를 훈육할 때 매를 든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에 그 어떤 형태의 체벌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 체벌을 금지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 매로 훈육한 아이, 커갈수록 통제하기 더 어려워진다
매는 아이의 문제행동을 즉각적으로 중지시킬 수 있고, 부모와 아이의 실랑이도 끝낼 수 있다는 ‘간편함’이 있긴 하다. 하지만 매를 드는 순간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부모가 아이를 힘으로 ‘복종’시키는 관계가 된다.
힘을 통한 위협이나 통제, 매로 이뤄지는 권위는 힘이 사라지는 순간 없어진다. 부모가 아이보다 힘이 세고, 힘으로 자녀를 통제할 수 있는 영유아기에는 아이를 매로 복종시킬 수 있겠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가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줄어든다.
또 매로 키운 아이는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잘 복종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반대로 행동해 오히려 통제가 더 안 되는 사람이 된다. 강한 권위나 힘으로 통제당하며 커온 아이는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마트에서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부모를 본다. 어떤 사람은 말 안 듣는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다가 아이 몰래 숨어 아이를 당황하게 만들거나 어떤 사람은 “너 계속 그러면 여기 혼자 두고 갈 거야”라고 아이에게 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혼자 두고 가버릴 거라고 아이에게 겁을 주는 것, 매로 위협하는 것, 아이를 꽉 잡아서 못 움직이게 하는 것,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는 것, 귀신이나 도깨비 등 가상의 존재를 이용해서 아이를 복종시키는 것은 아이가 어쩔 수 없는 힘에 제압되는, 불공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또한 부모가 아이에게 힘을 휘두르는 것이므로 공평한 훈육방법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고치려면 어쩔 수 없이 매를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를 든다고 해서 아이의 행동문제가 금방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보이는 문제행동 대부분은 아이가 아직 적절한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다. 따라서 아이가 긍정적인 행동을 습득하면 문제행동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친구의 장난감을 무조건 확 뺏는 행동이나, 화가 날 때 친구를 공격하는 행동 등은 언어적 표현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정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고치겠다고 매를 들거나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기보다는, 조금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아이에게 긍정적인 행동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매보다는 대화로, 단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는 태도는 단호하게
아이가 계속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거나, 뭔갈 하겠다고 조를 때. 귀찮아서 요구를 들어주는 부모도 있고, 화가 나서 힘으로 아이의 요구를 제압하는 부모도 있다. 그럴 땐 아이의 마음은 읽어주면서 왜 그 물건을 사줄 수 없는지 설명해주고 일관되게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된다.
이때 아이와 타협하거나 줄다리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어르고 달래줄 수는 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는 태도는 단호하게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매를 들면 안 된다는 것이, 아이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을 때 그냥 두라는 말은 아니다. 부모의 권위를 포기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아이가 친구를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고 깨부수는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했을 때,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고 아이가 한 행동에 대해 진지하고 단호하게 꾸짖어야 한다.
그리고 그 외의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와 의견을 절충하고 아이를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꾸준하고 일관되게 지도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바람대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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