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영유아 보육환경 현주소? '아동학대' 수준
장애영유아 보육환경 현주소? '아동학대' 수준
  • 기고=문경자
  • 승인 2019.12.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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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문경자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 활동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지하강당에서 토론회 ‘장애영유아 보육, 교육 및 양육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한다’가 열렸다. 장애영유아의 보육·교육에 대한 현실을 나누고 정책적 개선점을 공유하는 자리.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문경자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 활동가의 토론문을 일부 수정해 이곳에 옮긴다. - 편집자 말

지난 2월 20일 국회 앞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2월 20일 국회 앞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장애아동들이 어린이집에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현실에 있을까.’ 아동인권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늘 지향하는 ‘아동인권이 살아 숨쉬는 보육현장’은 점점 더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생각부터 든다. 현재 대한민국 어린이집에서 아동인권보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곳은 다수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더구나 장애아동정책에서 장애아동보육을 하고 있는 어린이집에서는 더 비관적이라는 결론부터 언급하고 시작하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 어느 부처에도 장애아동에 대한 종합적인 현황을 파악한 통계자료와 장애아동의 현 주소를 다루고 있는 정부기관 자료를 찾아볼 수가 없다. 

만 3~5세 장애아동은 2007년 제정된 특수교육법에서 의무교육 대상자로 규정해 무상의무교육 대상자가 됐다. 유아특수교육기관 외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장애아동은 의무교육을 받은 것으로 인정하지만,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의무교육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장애아동을 보육하는 어린이집이 영향을 받는 영유아보육법 안에는 장애아동을 위한 문구가 거의 없다.

2010년에 와서야 장애인부모연대, 장애보육기관, 장애교사단체 등이 모여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만들고 이 법이 제정된 후 그나마 장애아동보육에 대한 권리를 규정했다.

◇ 끝없는 입소 대기, 특수교사 인력난… 장애아동 개별성 존중 환경 어디에

몇 년 전 연수를 간 독일은 장애아동이 태어나면 가족 상담부터 조기개입서비스, 온전한 가정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원스톱 지원체계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 모든 것을 가족이 감당하고 있다. 이것이 장애영유아를 포함한 장애전반에 대한 정책방향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되는 핵심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아동이 교육적, 재활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안되며, 교육으로부터 배제돼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애아동은 어린이집을 입소하는 순간부터 차별을 받는다.

국가의 보육, 교육 정책이 통합을 지향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장애아동이 일반 어린이집에 입소를 할 경우, 물리적 환경에서의 통합이지 장애아동을 위한 개별성이 존중되는 제대로 된 환경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많은 장애아동이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으로 오고 있고, 언제 될지 모르면서도 대기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은 통합어린이집이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특수교사 부재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집도 많다.

우선 일반 보육교사가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으로 들어오는 문이 좁아졌다. 2018년 3월부터 만 3~5세 아동을 보육하는 교사는 반드시 장애영유아 보육교사여야 한다. 보육교사 자격 외에 특수관련학과 8과목 24학점을 이수해야만 한다.

2012년 8월 5일전까지는 특수교사를 재활관련학과와 실기교사 자격을 갖춘 교사도 특수교사로 인정하고 있었지만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시행 이후는 유아특수학과를 나온 특수교사만을 특수교사로 인정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며,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대다수는 국공립이거나 법인이기에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다만,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은 강화되었지만 그에 따르는 인건비는 동일하기에 타기관(유아특수교육기관)과의 임금격차로 사실상 특수교사나 치료사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발생했다.

특수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장애아동보육을 포기하는 어린이집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상황에 놓인 어린이집도 많이 있다. 지금의 근무환경 조건으로는 유아특수학과 출신 특수교사가 어린이집을 기피하고 유아특수교육기관, 특수학교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장애아전문어린이집은 보육교사, 특수교사, 치료사, 보조교사 배치로 인해 ‘장애아동보육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2010년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의 제정 후 지금까지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심각한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 문경자 활동가.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보육더하기인권함께하기 문경자 활동가.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 장애영유아 보육환경은 아동학대… '잘 버티는 것'만이 반복되는 현장

다음으로 어린이집 보육실을 한번 보자면, 어린이집 내 정원은 전체 보육실 면적으로 산출한다. 2005년 이후 영유아 1인당 면적을 2.64㎡로 산출하며, 그 면적에 교사 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복지부의 행정전문가들은 좁디좁은 보육실에 영역별로 배치하고 휴식, 낮잠, 개별 활동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보자면, 지금 장애영유아의 보육환경 자체가 아동학대라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비약적인가 싶다.

교사 대 아동비율을 보면 장애유형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교사 한 명당 장애아동 3명이 기준이다. 비장애아동과 단순 비교하자면 1대3이 낮다고 할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뇌병변 장애아동 3명일 경우 그 반의 아이들과 교사들은 외출조차 할 수가 없는 구조가 된다. 

2012년 누리과정이 도입되기 전에는 교사 대 아동비율을 1대2까지 인정해, 그나마 중증아이들이라도 여지가 있었다. 누리과정 도입 후 지금까지는 반드시 1대3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현장은 중증장애아동일수록 통합어린이집에서는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장애아동은 선택부터 차별을 받게 되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장애아동의 개별화프로그램으로 장애아동당 수준별로 보육프로그램을 제공하라고 되어 있다.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의 대다수는 중증장애아동이 많기에 개별화를 하고 싶어도 실행이 되지 않는 상황이고, 오롯이 오늘 하루 아이들과 잘 버티는 것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어린이집에 보조교사 투입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보조교사도 3개반 당 한 명이 배치된다. 프로그램 운영이 사실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여전하다. 정부가 보조교사 추가 도입 지원으로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볼 수 있지만 농어촌지역은 교사들이 기피하고, 보조교사 투입은 강제가 아니고 선택이기에 보조교사가 원활히 배치되지 않은 곳도 많다.

◇ 평가인증 어디에도 아동은 없다… 아동-교사-부모 권리 보장한 정책 개발해야

평가인증제도는 또 어떤가? 3년마다 시행하면서 점수를 매기고 일정 점수가 도달하지 못하면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평가인증이 마치 우수보육시설로 가는 지름길인 마냥 고점수에 매달리도록 하고, 그 준비하는 몇 달의 기간 동안 보육실내 아동의 환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사전 신청을 받고, 교육을 하고 자체 보완을 거친 뒤 평가인증현장 관찰시기가 정해진다. 관찰자 두 명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단 하루를 보는데, 평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루로 모든 걸 판단한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정책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다. 그 하루를 위해 몇 달을 청소와 서류와 보육실 꾸미기에 시간을 보내고, 정작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은 서류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매일 하는 서류를 왜 몇 달을 거치면서 하느냐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많은 어린이집에서 3년마다 하는 평가인증을 위해, 인증 후 2년간은 엉망으로 서류를 해놓고 평가인증 시기가 되면 없던 서류들을 만들고, 안하던 서류들를 추가하기 때문이다. 

우수보육시설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교사의 이직율이 낮아 오랜 시간 한 곳에서 근무를 하며 역량강화를 해야 인정할 수 있지 않나? 안타깝게도 많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1년 단기계약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린이집 모든 영역에서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평가인증 준비 시 그 몫을 다 감당하며 하고 있고, 평가인증이 끝나면 이직을 하는 것이 반복된다. 

그러다보니 매년 평가인증을 하는 교사들도 있다. 그 안에서 원장과 교사의 관계가 수직적일 수밖에 없고, 교사들 또한 전문성을 키우기는 힘든 구조다. 누구를 위한 평가인증일까?

이번엔 통합지표로 ABCD 등급으로 바뀌었는데 고기도 아니고 등급이라니? 교사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 평가인증제도의 한계, 지표로만 등급 매겨 통과여부를 판단하는 모순, 이 어디에도 아동을 고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통합교육을 지향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나 문제점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동의 인권을 말하고, 통합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 한다는 지금 상황은 모순된 것이 아니고 뭔가?

그리고 여기서 문득 정부에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복지부가 매년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하면서도, 교육부가 누리과정을 개정해오면서도 여전히 장애아동과 관련한 어떤 지원적인 체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나라 장애아동 관련한 현황자료-장애별-연령별 정부가 파악하는 통계수치가 있기는 한가? 교육부와 복지부가 협업한 시도는 있었는가?

지금의 정부는 통합교육을 지향한다고 한다. 통합의 기본은 평등이며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겪은 것을 토대로 한국, 일본, 독일을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차별이고, 일본은 배려이며, 독일은 평등이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아동의 인권’은 자기결정권의 행사다. 장애아동의 인권을 위해서라면 이제 보육환경을 전면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할 시기가 왔다. 장애아동이 어린이집을 이용하든, 유아교육기관을 이용하든, 장애의 종류와 장애의 정도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지원받아야 하며, 국가가 그 모든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숙제는 정부의 몫이다.

장애아동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칙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권리, 교사들이 행복하게 일할 권리, 부모들이 행복하게 키울 권리를 보장한, 일관성이 있는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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