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두 번 정도 브라질은 한국보다 밖에서 모유수유 하기 편한 나라라고 쓴 적이 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분유는 어떨까? 분유 또한 브라질이 먹이기에 더 편한 나라일까?
아이가 6개월이 됐을 때 즈음, 나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브라질의 어떤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다. 엄마들은 알겠지만, 이렇게 어린아이를 데리고 장시간 나가있거나 여행을 가게 되면 정말 갖가지 육아용품을 챙겨야 한다. 아이 옷, 물티슈, 수건, 기저귀, 장난감 등등…. 게다가 나는 모유가 부족한 엄마였기에 분유도 챙겨야 했다.
말이 분유를 챙긴다는 거지, 결코 '분유만' 챙기는 것이 아니다. 분유부터 시작해서 분유를 타는데 쓸 뜨거운 물과, 그것을 보관할 보온병, 젖병 여러 개, 젖병 솔, 젖꼭지 솔, 젖병 세제 등등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기 위해 챙길 것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나는 마트에 갔다. 일회용 젖병과 일회용 분유 보관 팩만 있어도 커다란 분유통을 통째로 가져가지 않아도 되고, 가져갈 젖병 개수가 훅 줄고, 그에 따라 설거지도 적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웬걸, 브라질에는 일회용 젖병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 많은 분유 용품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8개월쯤 되었을 때, 나는 양가 어른들께 아이를 보여드리기 위해 한국에 갔다. 브라질에서 한국까지 27시간 장시간 비행을 하며 이런 결심을 했다.
‘기필코 한국에서 일회용 젖병을 사오리라!’
젖병 여러 개를 들고 비행기를 타는 일부터 경유지에 내리자마자 젖병부터 닦는 일은 너무나도 불편했다.
한국에 도착하고 며칠 뒤 마트에 갔다. ‘한국이 육아용품만큼은 정말 최고구나!’ 속으로 감탄했다. 한국에는 일회용 젖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분유를 일일이 소분할 필요도 없는 스틱 분유, 한 번 먹이고 통을 바로 버릴 수 있는 액상 분유까지. 한국에는 분유 먹이는 가정에 편리한 제품들이 수두룩했다. 브라질로 돌아올 때 콧노래를 부르며 일회용 젖병과 스틱 분유를 샀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덕분에 얼마간은 브라질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외출이 조금은 수월해졌다.
엄마들이 밖에서 모유 먹이기에 한국은 브라질보다 불편한 나라이지만, 분유만큼은 먹이기 좋은 나라인 것 같다. 나처럼 모유가 부족한 엄마들에겐 얼마나 좋은지. 브라질에도 모유가 충분하게 나오지 않는 엄마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끔 브라질에서 “그 일회용 젖병 어디서 샀어요?”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브라질에도 한국의 분유용 용품들이 생긴다면, 육아에 지친 그들도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황혜리는 한국외대 포르투갈(브라질)어과를 졸업하고 현재 브라질에서 한 살 아들을 기르고 있는 엄마입니다. 브라질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이 문화들을 한국과 비교하고 소개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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