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지금 '외계인'의 지구별 적응을 돕는 중입니다 
부모들은 지금 '외계인'의 지구별 적응을 돕는 중입니다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20.01.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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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아이와 대화하기, 그러니 당연히 어렵고 힘들 수 밖에요

탄자니아 세렝게티 평원에 있는 사자가 한국말을 한다면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사자에게 어떤 말을 먼저 건네면 좋을까요? 우리가 “안녕”이라고 말한다면, 사자는 어떻게 대답을 할까요? 과연 사자와 우리는 소통이 될까요?

사자가 식사 시간이 되었다고 밥을 같이 먹자고 한다면 사자는 어떤 음식을 대접할까요? 자리에 같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는 동화가 아닌 실제 사자를 말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서문에 잘 나와 있습니다. 저자인 채사장은 “사자가 말을 할 수 있더라도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사자와 우리는 삶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경험이 다르다면 우리는 같은 말을 한다 해도 서로를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즉 ‘소통’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세렝게티의 사자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아이와 부모인 우리가 소통할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부모 아래에서 자라도 아이들에게 주어진 환경과 개인의 경험은 다릅니다. 맏이, 둘째, 막내의 환경과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맏이는 막내를, 막내는 맏이를 오롯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아이와 어른은 애초에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부모 말 안 듣는 장난꾸러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이는 우리 어른들과 애초에 다른 존재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대화가 어렵지요. ⓒ베이비뉴스
'부모 말 안 듣는 장난꾸러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이는 우리 어른들과 애초에 다른 존재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대화가 어렵지요. ⓒ베이비뉴스

형제간도 이럴진대, 부모와 아이는 어떨까요. 더욱이 부모와 아이는 세대마저 다릅니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의 환경이나 경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미처 겪어보지도 못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이해받으려고 합니다. 또, 부모가 보는 시각으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하고 아이를 바꾸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아이들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사자가 한국말을 하더라도 사자와 우리는 소통을 할 수 없다’는 대목은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부모와 어린 자녀들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만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대화가 되는 것입니다. 한집에 살고, 같은 언어를 쓰는 가족들이 생각이 다른 이유를 알고 생각의 공통분모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리 집에는 완전히 다른 사고의 체계를 갖춘 사자, 토끼, 호랑이, 용이 같은 언어를 쓴다는 정도만 안다면 내가 가족을, 혹은 자녀를 잘 안다는 오만함을 벗어던질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겐 부모가 사자나 외계인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한 어머니의 질문을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 와서는 손도 씻지 않고 가방에 들어있던 과자를 먹으려고 해서 제가 과자를 뺏었습니다. 아이는 당연히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요. 그 후에는 아이가 혼자 컵에 물을 따르다가 바닥에 물을 흘려 집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집에 뭘 흘리고 묻히는 걸 워낙 싫어해요. 제가 화를 내니 아이가 눈치를 보며 곧바로 수건으로 바닥을 닦더군요. 

그리고선 욕조에서 아이가 목욕하는데, 비눗물을 마시지 않겠어요? 그걸 보고, 제가 하지 말라고 하니 절 때리는 거예요. 그러더니 팔짱을 척 끼고는 마치 제가 화내면서 잔소리하는 모습을 흉내라도 내는 양 막 뭐라고 다다다다 쏘아붙이는데….”

이 사례의 주인공인 아이는 4살입니다. 다른 집 아이 이야기로 들으면 “애가 이제 4살인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한집에 함께 살다 보니 “이런 것도 모르니”라는 생각이 우선 들죠.

‘별에서 온 사자’같은 이 4살 아이의 상황을 이렇게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물컵에 물을 따르다 바닥에 물을 쏟았다

→ 물컵에 물을 제대로 따를 수 있을 만큼 소근육이 발달하지 않았다.

→ 이 아이가 ‘지구별’에 적응하려면 100번쯤 연습이 필요하다.

▲목욕하다가 비눗물을 마셨다

→ 아이는 아직 먹어도 되는 물과 먹어선 안 되는 물을 구별할 줄 모른다.

→ 비누의 개념은 부모의 사고체계에 들어있을 뿐. 당연히 비눗물과 그냥 물의 차이를 ‘별에서 온 사자’는 알 수가 없다.

▲놀이터에서 놀다 들어와 손이 지저분한데도, 손을 닦지 않았다

→ 아이는 아직 더러운 손과 깨끗한 손의 구분이 어렵다.

→ ‘별에서 온 사자’는 놀이터의 놀이기구를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기분 좋게 놀다 집에 들어왔는데, 배가 고파서 간식을 바로 찾았을 뿐이다. 

아이의 행동을 이렇게 이해하고, 우리가 “이 아이가 지구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가르쳐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면 아이와 대화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어리더라도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외계인처럼 보일 어른들이 자신들의 사고체계를 이렇게 천천히 알려줄 때이기도 하겠지요.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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