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 할머니들의 황당한 대화
'만원' 지하철, 할머니들의 황당한 대화
  • 칼럼니스트 변복순
  • 승인 2012.09.21 20: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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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주고받는 대화에 그만...

[연재] 변 여사의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올해 7월 한국여성장애인대회 토론회 장에서 20개월 된 아들과 뱃속의 6개월 딸과 함께~. ⓒ변복순
올해 7월 한국여성장애인대회 토론회 장에서 20개월 된 아들과 뱃속의 6개월 딸과 함께~. ⓒ변복순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베이비뉴스 편집국장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올해 8월 모유수유 수기공모전에서 입상한 수기가 베이비뉴스 기사로 실리게 된 후 베이비뉴스 칼럼니스트 제안을 받았다. 다양한 엄마들이 직접 쓰는 육아 이야기를 실으려고 하는데, 앞으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해 달라고 제안해온 것이다.

 

평소 글쓰기에 소질이 없을뿐더러 특별할 것 없는 나의 일상과 육아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이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다양한 엄마들의 육아를 실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리고 수기를 읽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의 댓글을 통해 나를 그저 안면장애인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한 아이의 엄마로 인정해 주고, 지지해 주는 것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칼럼을 쓰기로 결정했다.

 

안면장애인으로 살면서 겪는 크고 작은 일들과 무수히 많은 질문들, 거기에 불쌍하고 불편한 시선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런 반응들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엄마로서 겪는 더 많은 황당한 일들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매번 속상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고, 일일이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이렇게나마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참으로 감사하다.  

 

현재 22개월 된 아들과 곧 11월이면 태어날 딸의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 장애엄마도 다른 엄마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엄마와 자녀가 겪는 일차적인 생활, 심리적인 문제를 떠나 주변에서 장애엄마를 바라보고 대하는 어른들의 인식의 변화가 없어서는 우리가족의 삶도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장애엄마들의 인식개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고, 더 나아가서는 내 아이가 사는 이 사회가 장애인은 부끄럽거나 혹은 대단한 것이 아닌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는 사회인식의 변화를 꿈꾸어본다.

 

앞으로 칼럼에서 나오는 내용의 일부는 내가 소속된 ‘장애여성네트워크 웹진 INU’(http://inuhow.tistory.com)에 실린 글의 내용이다.

 

2010년 첫 아들의 임신 때 일들이 생각난다. 누구, 누구의 엄마! 말로만 듣던 그 엄마가 내가 되다니! 너무나 행복해서 정말 꿈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엄마가 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마산에서 살던 내가 결혼을 하면서 서울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아는 곳도 전혀 없고, 사람도 많고, 길도 복잡한 이곳! 서울에서 가장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은 지하철이다. 어느 날 임신 중에 지하철로 산부인과에 가는 길이었다. 그날은 퇴근 시간도 아닌데 지하철 안이 인산인해였다. 임산부, 노약자, 유아동반석에 자리가 하나 남아 있어 냅다 앉았다. 보통 같으면 서서 가도 되는 거리이지만 워낙 만삭의 부른 배로 몸이 천근만근이라 자리만 보면 앉고 싶고, 눕고 싶은 시기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의 얼굴을 본 앞에 있던 노인 두 분이 번갈아 가며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더니 서로 나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니나 다를까 이내 안쓰러운 듯 혀를 찼다.

 

“쯧쯧쯧,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 수술은 했을까요?”

 

“아이구 그러게요. 불쌍해서 어쩌나! 쯧쯧쯧…. 요즘 방송에 보면 돈 안 주고 저런 사람 도와주던데, 모르는 거 아닌가!”

 

이런 식의 대화가 모르는 두 분을 아주 친목으로 똘똘 뭉치게 됐다. 나의 얼굴을 화두삼아 나와 상관없이 시작된 그들의 대화는 내가 내리기 전까지 이어졌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 한 분이 참다못해 “아줌마 수술은 했어요? 아이고 불쌍해서 어떻게! 쯧쯧쯧….”

 

이내 옆에 계신 할머니가 말을 거든다. “그 텔레비전 보면 수술 시켜 주는데 있던데, 세상에 이런 일인가? 거기 한번 나가봐요.”

 

안 그래도 무거운 몸에 임신 중이라 감정기복도 심해서 우울한데 할머니들의 그런 궁금증의 질문들과 안쓰러운 시선과 나의 감정과 상관없는 대화들에 나도 모르게 ‘또! 또! 시작이구나, 에휴! 짜증난다’ 이런 마음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할머니들을 회피했다.

 

지하철 안에서 벌어진 그런 할머니들의 대화에 다른 이들도 귀를 쫑긋해서 동요하며 듣고 있었다.

 

지하철을 내려 병원 가는 길, 늘상 있는 일이지만 그날따라 뱃속에 아이도 할머니들의 대화를 들었겠지, 라는 생각에 내심 마음 한구석이 착잡했다. - 다음 칼럼에서 계속됩니다 -

 

*칼럼니스트 변복순은 선천성 동·정맥 혈관기형으로 태어난 안면장애인으로 내 아이의 육아를 통해 장애엄마도 비장애엄마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지만, 사회 속에서 적응해가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꿈꾸며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진행된 ‘모유수유 성공사례’ 수기공모전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장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2010년에 태어난 아들과 올해 11월에 태어날 딸을 임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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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x**** 2012-09-21 22:37:00
축하드려요..
앞으로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가는 모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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