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공연장에 간 일곱 살 아이는 과연 즐거웠을까요?
클래식 공연장에 간 일곱 살 아이는 과연 즐거웠을까요?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20.01.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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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 어때?] 아이와 클래식 공연 가고 싶다면, '이 책' 먼저 읽어보세요

"아이가 몇 살인가요?"

"7살이요."

"7살은 입장이 안 됩니다. 그 정도 매너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사는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에서 신년음악회가 열리던 날이었어요. 이 대화는 제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뒤에 앉은 가족에게 아이가 공연 입장이 가능한 나이 규정을 어겼다며 항의하는 말이었습니다(이날 공연은 8세부터 입장이 가능했어요). 1부 공연 도중에 아이가 앞자리를 발로 차거나, 엄마에게 말을 거는 통에 공연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뒤에 있는 아이 엄마도 아이랑 함께 공연을 보는 게 계속 불편하고 신경이 쓰였던 것 같아요. 1부 공연이 끝나자마자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해 비어 있는 맨 앞자리로 가버린 걸 보면요. 저는 마침, 아이 엄마가 "올해 학교 입학하는 아이인데, 괜찮지요?"라고 공연 관계자에게 하는 말을 들은 터라 "올해 학교 입학한대요"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해주었지만, 이미 여성은 화가 많이 난 상태였어요.

급기야 여성은 공연장 직원에게 항의하겠다며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 상황을 지켜보는 제 마음은 편하지 않았어요. 모처럼 공연을 보러 왔을 때는 어떤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을 텐데 아이도, 아이 엄마도, 제 옆자리 여성분도 감정이 많이 상해 보였으니까요.

◇ 아이는 답답하고 엄마는 마음 졸인 공연… 과연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는지

방학이라 그런지 그날은 가족 동반으로 아이들과 함께 온 관객이 많았어요. 공연 시간은 인터미션(쉬는 시간 15분)을 포함해 약 2시간 정도. 어른도 그 시간을 온전히 공연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집중을 잘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는 아이도 있고, 머리를 쥐어뜯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자리를 옮긴 아이는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었는지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했고요. 아이들 나이가 어릴수록 그 정도는 더 심했지요. 다행히 공연은 무사히 감동적으로 끝났어요. 저는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물었어요(저는 이날 혼자 공연을 봤어요).

"얘들아, 클래식 공연은 몇 살 때부터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아이는 답답하고 엄마는 마음 졸인 그 공연이 과연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런지. ⓒ베이비뉴스
아이는 답답하고 엄마는 마음 졸인 그 공연이 과연 그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는지. ⓒ베이비뉴스

몇 번의 클래식 공연 관람 경험이 있던,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는 고학년이면 좋을 것 같다고 해요. 저도 살짝 동의했어요. 아이들을 공연장에 데려오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어려서부터 음악을 가깝게 접하면서 즐기게 하고 싶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공연장에 꼭 가야 그런 감성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져요.

이날만 해도 1부 공연 내내 아이 엄마는 앞자리에서 눈치를 주는 그 여성에게 계속 고개를 숙여 사과했어요.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마음이 계속 조마조마했을 거예요. 아이는 어떻고요. 엄마가 앞 좌석을 발로 차지 말라고 한 말을 분명히 들었는데, 왜 자꾸 발이 거기로 올라가는지 알 수 없을 거예요. 물은 먹을 수도 없는데 계속 목이 마르고, 한 곳에서 오래 앉아 있기가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엄마가 졸리면 자라고 했는데 악기 소리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을 거예요. 아이는 이런 공연장에 다시 오고 싶을까요? 그날 연주한 곡이 뭔지, 어떤 악기 소리가 인상적이었는지 보고 느꼈을까요? 아이가 그러고 있는 동안 엄마는 또 얼마나 진땀이 났을까요? 얼마나 후회가 됐을까요? 절대 연주에 집중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 그림책을 소개해요. 아이랑 공연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바로 「백다섯 명의 오케스트라」(칼라 쿠스킨 저, 정성원 옮김, 비룡소, 2007년)에요. 내용을 한번 볼까요?

◇ 아이와 클래식의 조우는 꼭 공연장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공연장에 가기 전 책으로 먼저 공연장의 분위기를 상상해도 좋아요. 그래서 '이 책'이 특별하답니다. ⓒ베이비뉴스
공연장에 가기 전 책으로 먼저 공연장의 분위기를 상상해도 좋아요. 그래서 '이 책'이 특별하답니다. ⓒ베이비뉴스

그날은 금요일 저녁이었고, 시내와 교외 곳곳에 사는 105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외출 준비를 해요.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하고, 속옷을 입고, 양말을 신고 겉옷을 입어요.

준비하는 모습은 전부 다 다르지만 남자들의 경우, 전부 검은색 양말을 신는 건 똑같아요. 여자들은 절대 팔찌를 하지 않고요. 그건 일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에요. 이쯤 되면 대체 이들이 대체 무슨 일을 하러 가는지 궁금해지는데요. 네 맞아요. 제목에 나와 있듯 이들은 105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에요.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한 것이지만, 연주회에 가면 저는 참 궁금한 게 많아요. 왜 연주자들은 전부 검은색 옷을 입는지, 저 큰 악기는 어떻게 들고 오는 건지, 지휘자의 저 지휘는 어떤 의미인지, 똑같은 악기를 연주하는데 표정은 왜 다 다른 건지, 어떤 마음으로 연주하는 건지 등등요. 이 책이 이러한 궁금증을 다 풀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하지만 오케스트라에 대한 꽤 좋은 정보를 알려주죠.

우선, 105명은 이 그림책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예요. 지휘자 1명에, 연주자 104명으로 이뤄진 오케스트라 단원은 모두 105명이라는 걸 알려주거든요. 또 105명 중에 이날 남자 연주자는 92명, 여자 연주자는 13명(합하면 105명)이라는 것. 또 남자 연주자 45명은 서서 바지를 입고, 47명은 앉아서 바지를 입었다는 것(합하면 92명). 여자 8명은 검은색 긴치마를 입고, 4명은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었으며 1명은 검은색 셔츠 위에 검은색 조끼를 입었다(합하면 13명)고 알려주죠.

이처럼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수 개념으로 접근해서 설명하는 게 무척이나 신선했어요. 각자의 악기를 들고 연주장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다양하게 보여주죠. 하지만 3명은 악기를 직접 나르지 않는다고 해요(무슨 악기고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는 책으로 확인해 주세요).

작가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대해 '흰색 종이에 그려진 검은색 음표를 멋진 음악으로 바꾸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해요. 참 멋진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라고도 한다는 걸(그게 같은 거였어요!) 또 오케스트라는  40명 규모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104명의 연주자로 구성된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구분한대요. 이날 제가 본 신년음악회 연주는 40명 규모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였더라고요.

사실 오케스트라의 구성이나 자리 배치, 악기 종류 등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그림책은 많아요. 하지만 저마다 개성 있는 연주자들의 일상과 그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책은 이 책뿐이에요.

이 그림책이 특별한 이유죠. 아이들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미리 공연장 분위기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때 공연장 예절을 미리미리 알려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공연장에 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먼저 '아이들을 위한 음악회'에 먼저 가보는 걸 추천해요. 어른들과 함께 보는 공연보다는 비교적 자유롭게 공연 관람이 가능할 테니까요.

그다음 연주회 분위기에 좀 더 익숙해졌다 싶을 때 조금 다른 분위기의 음악회(어른들과 함께 보는 공연)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에는 훌륭한 연주자의 연주회 실황도 많이 올라와 있어요. 이 그림책과 함께 보고 들으면 아이들이 클래식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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