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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8개월 산하의 추석 명절 나기

충분히 친해지만 낯을 가리지 않아요

138100@naver.com

[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산하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명절. 나름대로 설레이고, 걱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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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것은 산하가 ①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는 것 ②많은 친척을 만나는 것 ③처음 해보는 기차여행입니다. 산하에게 나름 다양한 사람을 압축적으로 만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잊지 않았는지 확인하고요, 5시간 정도의 긴 여행을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을 시험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걱정되는 것은 설레는 것과 비슷합니다. ①다양한 사람을 만났을 때의 스트레스 ②바뀐 환경에 대한 적응도 ③처음 해보는 긴 여행에 대한 적응도입니다. 산하는 주위 환경에 민감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이 아이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줄지 약간 걱정됩니다. 그리고 명절이라 아빠, 엄마가 아이에게만 집중하기는 약간 힘든 것도 불리한 조건 중 하나입니다.

 

그럼 하나씩 산하와 명절나기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1. 기차여행

 

우려와 달리 산하는 기차여행을 무척 좋아합니다. 최근 유모차에 앉기를 싫어하는 산하여서 5시간 정도를 안고 있어야 했지만, 즐거웠습니다. 기차에서 같이 놀기도 하고, 이런저런 다양한 볼거리도 구경하고요. 기차를 타니 우리 가족과 같이 아이를 안고 시골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산하와 뿌~ 놀이하기. ⓒ김광백
산하와 뿌~ 놀이하기. ⓒ김광백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엄마와 아이들은 많은데, 아빠들은 별로 없더군요. 아마 엄마와 아이들은 먼저 내려가고, 아빠는 회사가 끝나고 난 뒤 내려오는 것 같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이란, 부모가 언제든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회 환경 조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2. 산하는 낯을 가리는 아이가 아니에요

 

저희 부부는 산하가 낯을 가리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골에 도착하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알아봅니다. 기특합니다. 그런데 사촌 형이 집에 놀러왔는데 역시나 산하는 매우 크게 웁니다. 며칠 뒤. 산하의 큰아빠가 내려왔습니다. 큰아빠가 안아보려고 하니 산하는 역시나 크게 웁니다. 여기까지 저는 산하가 낯을 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으윽~ 싫어요. ⓒ김광백
으윽~ 싫어요. ⓒ김광백
 

그런데 추석 다음날. 시골에서 고모할머니가 산하를 보려고 오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산하가 많이 울거라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습니다. 고모할머니는 산하를 안아보려고 하기보다는 ‘잼잼놀이’, ‘짝궁놀이’를 하면서 먼저 호감을 사더군요. 조금 시간이 지난서 자연스럽게 산하를 안으니까 너무 잘 놀았습니다.

 

다음날. 사촌형 부부가 놀러왔습니다. 이날 저희 부부는 몇 가지 주문을 하였습니다. 우선 산하를 바로 안으려고 하지 말 것. 두 번째는 산하와 눈을 마주치면서 호감을 살 것. 세 번째 산하를 안을때는 뒤에서 안을 것. 이 세 가지를 지키니까 산하는 울지 않고 너무 잘 놀았습니다. 덕분에 산하는 거금 5만 원이라는 용돈을 하사받았습니다.

 

사촌형 가족과 책읽기. ⓒ김광백
사촌형 가족과 책읽기. ⓒ김광백

 

낯을 가린다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는 나름대로 살기위해서 발버둥 칩니다. 자신을 지킬만한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이 낯선 이에 대한 거부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낯을 가린다’라는 표현은 어른 중심의 관점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나는 당신과 충분히 친해지지 않았어요’라는 표현이 바로 ‘거부’ 혹은 ‘울음’이다. 충분히 친해지면 아이는 낯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3. 이제는 잘 기어요

 

시골에 내려가기 전까지는 배밀이만 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가면 할머니 조교가 계십니다. 할머니는 산하랑 매우 잘 놀아줍니다. 다행이 산하는 1년에 몇 번 만나지 못하였지만 할머니를 너무 좋아합니다. 지난 여름 휴가에서는 할머니 조교 덕분에 배밀이를 배워왔는데 이번 추석에는 기어다니기를 배워왔습니다.

 

할머니 조교는 산하 옆에서 직접 기면서 산하가 계속 할 수 있도록 자극을 해주십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다양한 놀이감을 주십니다. 집에 있는 물컵. 화장지. 베개 등. 산하가 힘들어하면 옆에서 다른 놀이를 하면서 재밌게 해줍니다. 저희 부부는 할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에 그냥 존경과 더불어 반성만 합니다. 이제 산하는 기어다닙니다. 배밀이를 거의 하지 않아요.

 

4. 감기 걸렸어요

 

시골에만 가면 감기를 걸려요. 아마 긴 여행과 급격히 바뀐 환경이 산하에게는 힘든가 봅니다. 5시간 정도의 여행. 아이한테는 충분히 힘들겠죠? 그리고 시골집은 산하에게는 매우 낯설겠죠? 어른들도 낯선 곳에 가면 잠을 덜자거나 민감해지잖아요. 그런데 이제 8개월이 된 산하는 오죽하겠습니까? 안타깝게도 감기에 걸렸어요. 그런데 육아 선배들의 말이 생각납니다. ‘아이가 클 때는 아프다’라는 말이요. 시골에 가면 산하는 많은 것을 배워옵니다. 그리고 익히고요. 아이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완수합니다. 넘어져서 머리가 ‘쾅’하고 부딪혀도. 어른인 제가 생각해보면 커가면서 우리는 그렇게 아픔을 무릅쓰고 무언가를 하고 있나 생각해봅니다.

 

산하가 감기에 걸렸지만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플 때는 엄마를 찾는 산하. 에이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아프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또 다른 증거겠죠? 1주일 정도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올라왔습니다. 여전히 산하는 감기 중입니다. 그래서 외출금지령이 떨어졌죠. 저는 집에서 어떻게 놀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 제 블로그에 가면 이 글에 대한 내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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