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성폭력 이후, 공생하는 방법?
조직 내 성폭력 이후, 공생하는 방법?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2.10.15 22: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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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우회,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토론회 개최

“상처. 그거 말고 진짜로 뭐가 없어요. 경각심 같은 게 모두의 마음속에 약간 자리 잡기는 했겠지만…, 그 사건 이후 모임이 재편됐어요. 공동체가 파괴된 거죠. 큰 조직은 성폭력 사건을 비교적 잘 해결할 수 있겠지만 작은 조직은 아예 파괴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A 노동조합에서 성폭력 사건을 겪은 피해자 B 씨의 말이다. 피해 여성은 조직의 윗선인 성폭력 가해자를 고발했다. 문제를 크게 만들기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조직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형사 고소는 취하지 않았다. 이후 가해자는 조직 내규에 의한 징계를 받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 내 의원 선거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한국여성민우회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서울YWCA 공연장 '마루'에서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이란 주제로 토론문화제를 열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한국여성민우회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서울YWCA 공연장 '마루'에서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이란 주제로 토론문화제를 열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10일 서울시 중구 명동 서울YWCA 공연장 '마루'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주최로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B 씨와 같은 사례들을 수차례 접하며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에 대해 모색해 온 과정과 방법이 공개됐고, 열띤 토론도 벌어졌다. 한국여성민우회 전희경 정책위원은 “공동체 내 성폭력은 일반 성폭력 사건과 달리 집단의 지속이라는 문제가 걸려있어 피해자의 고통이나 사건의 해결 과정이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이날 토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면 조직의 위상에 타격을 주거나 다른 구성원에게 피해가 갈 것을 염두해 조직 내(윗선)에서만 쉬쉬하며 거론될 뿐 바깥으로 새지 않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해자 본인도 바깥에 알려지는 걸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매스컴에 보도되면 조직은 해당 사건 외에 다른 부분으로도 뭇매를 맞게 되기 마련이다. 지난 봄 고대 의대 성폭행 사건이 그랬다. 피해자의 고통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사회는 시끄러워졌다. 막상 당사자의 고통은 사건에서 뒤로 물러나게 되고 말았다.
 
전희경 정책위원은 “공동체 성폭력의 사건 해결은 젠더의 불평등 의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아직 성폭력의 범주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 남성 중심적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나라의 조직 구조는 조직 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피해자와 가해자 간 혹은 피해자와 공동체 간 신뢰 회복, 고통 치유보다 조직의 안정과 존립에 초점이 맞춰진다. 피해자가 공동체에 신뢰를 회복하고 그 안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바탕에는 겉으로 보이기 위한 ‘문제 해결’이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 공동체 내 구성원들의 바른 인식에 기반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 위원은 그에 대해 “가해자의 매뉴얼화된 징계, 피해자의 활동 복권 조치와 같은 일차적 해결이 아닌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중심으로 한 해결이 필요하다. 피해자 스스로가 사건 해결 과정에서 충분히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공동체 내 꾸준한 소통, 혹은 교육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해자를 향한 의식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란 위원은 “성폭력 가해자가 공동체 혹은 사회에서 격리 혹은 강제 추방당하는 경우는 사건이 올바르게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 가해자가 공동체 내에서 공존하면서 가해자는 물론 조직 전체가 문제를 의식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선미 위원은 조직 내 성폭력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사건 해결을 맡은 공동체의 담당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총 24명의 구성원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네 번의 강의를 통해 성폭력 사건 해결 과정을 거쳤다.
 
이선미 위원은 “구성원들이 함께 과제를 정리하며 주체적으로 해결 방향을 찾는 과정에서 공동체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조직에 예방 차원에서의 교육은 집단의 특성에 따라 고민해야 할 내용이 달라지지만 교육 사례를 쌓아가며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로그램 효과를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된 키워드는 ‘공생’이었다. 란 위원은 “성을 젠더의 개념으로 확장시키면 성폭력의 범주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다, 라고 한정하는 것이 어렵다. 모든 성차별적 문제를 성폭력이라고 간주하기에 앞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모두가 공동체 내에서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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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 2012-11-15 21:04:00
성폭력,, 후에 문제 해결방법은?
우리나라가 성폭력 당한 많은 어린아이들의 정신적 이나 많은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안 사실이다. 정말 우리나라 세금은 그 많이 걷어서 멀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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