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청소 아주머니에게만 인사한 이유
아이가 청소 아주머니에게만 인사한 이유
  • 정가영 기자
  • 승인 2020.04.16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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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인사에 인색한 세상, 반갑게 인사해줬으면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안녕하세요!”

아이는 아파트 청소를 해주시는 아주머니에게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한 뒤 “엄마 나 인사 잘했죠?”라며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엄마가 먼저 하지 않아도 큰 목소리로 인사 잘 하는구나! 집에 가서 칭찬스티커 붙이자”며 아이에게 엄지 척을 날려줬다.

아이는 요즘 들어 유난히 인사하기를 싫어한다. 아이는 인사하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혼자 하는 게 부끄러우면 엄마가 인사하는 사람한테 같이 인사하자”고 했지만 인사하기를 망설이거나 엄마 뒤로 숨을 때가 많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인사를 잘하면 칭찬스티커를 붙이자고 약속을 정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기’, ‘누가 먼저 인사하면 같이 하기’, ‘아파트를 위해 애써주시는 어른들에게 먼저 인사하기’ 등이 주요 약속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아이와 밖에 나가는 일이 줄어들면서 이 약속도 흐지부지됐었는데, 주차장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인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한 아이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아이는 “아주머니 만나면 또 인사할거야. 아주머니 어디 계시지?”라고 말했다.

인사를 잘 할 때마다 칭찬스티커를 붙여주기로 했는데, 외출이 줄어들며 인사할 기회가 줄어들자 아이는 엄마 심부름에 올인하는 중이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인사를 잘 할 때마다 칭찬스티커를 붙여주기로 했는데, 외출이 줄어들며 인사할 기회가 줄어들자 아이는 엄마 심부름에 올인하는 중이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예전부터 청소 아주머니에게만은 인사를 잘하려고 했다. 들리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였지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었다. 문득 아이가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아주머니는 내가 인사하면 인사해주시잖아. 먼저 나한테 할 때도 있고.”

그러면서 아이는 그랬다. “다른 사람은 내가 해도 안 하고 엄마가 해도 안 하는데.”

아이가 왜 더 인사하기를 부끄러워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아이가 인사하는 걸 더욱 부끄러워하기 시작한 건 이사한 뒤부터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온 지 4개월이 지났다. 아파트야 다 비슷하지만 딱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인사를 대하는 분위기였다. 전에 살던 아파트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인사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의 아파트는 모두가 인사를 안하는 분위기다. 먼저 인사하는 것이 습관이 된 우리 부부는 이런 분위기가 처음엔 낯설었다. 어떤 사람들은 맞인사나 반응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왜 인사하지?’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같이 인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우니 당연히 먼저 인사해왔다. 그게 습관이 됐다. 인사를 하는 것도, 인사를 안 받는 것도 개개인의 자유라 해도 어쩔 때는 대답 없는 침묵이 속상했다. 그래도 아이가 보고 있는 만큼, 또 먼저 인사하는 게 마음이 편한 만큼 당연하게 인사하고 아이들에게도 꾸준히 인사하라고 시킨다. 하지만 어른과 달리 아이에게는 인사를 해도 아무 반응 없는 분위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아이 목소리가 작으니 아이가 인사했다고 생각 못한 분들은 그냥 지나치기도 했는데 아이는 그 경험이 싫었던 것이다. 낯선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아이는 더 인사를 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 아이에게 유일하게 늘 인사해준 분이 아주머니였다. 이사 온 다음날부터 어린이집 등·하원하며 주차장에서 만나온 아주머니는 늘 먼저 인사해주셨다. 아이가 수줍게 인사할 때까지 웃는 얼굴로 기다려주시기도 했다. 아이는 자기 인사를 반갑게 받아주는 아주머니에게만은 열심히 인사를 했다.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되니 아주머니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이와 나는 열심히 인사하기로 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와 나는 열심히 인사하기로 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에게 말했다. “인사하는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사람도 있고 인사하는 게 부끄러운 사람도 있어. 그래서 인사를 안 하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엄마, 아빠는 계속 인사를 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져. 너도 엄마, 아빠처럼 기분이 좋아졌으면 좋겠어!”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아이에게 “아주머니에게 인사하니까 너도 기분 좋아졌잖아”하니 아이는 “정말이네!”란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과의 만남도, 인사도 꺼려지는 요즘이다. 외출을 자제하다보니 인사할 기회도 없다. 스티커판에 스티커를 다 붙여서 장난감을 산다는 아이. 인사로 스티커를 붙일 일이 없으니 엄마 심부름을 하며 열심히 스티커판을 채우는 중이다. 조만간 마음껏 사람들을 마주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도 우리 가족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들에게 먼저 인사를 할 예정이다. 아이와 같이 할 것이다. 그땐 아주머니처럼 우리 아이의 수줍은 인사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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