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변 여사의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
일춘기~. 엄마, 아빠 사랑 독차지 하던 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동생 벌써부터 시샘 무지 하는 너. 하루 열댓 번도 이유 없이 무한 떼쟁이로 변하는 너. 시도 때도 없이 엄마 찌찌 사수하다 몇 차례 혼나고 물파스로 대체한 너. 며칠째 밤마다 깨어 대성통곡하며 약! 약을 외치다 기어 물파스 손에 쥐고야 잠드는 너. 안 빨던 손가락 쪽쪽~ 빨며 퇴행현상 보이는 너.
친구 말이 ‘첫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건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한 방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라던데, 원모야~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끼는 거야? 이제 23개월 된 원모가 동생이 생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면서 무한 떼쓰기와 13개월에 끊었던 엄마 찌찌를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사정없이 만지기 시작했다. 갓난아기 때도 빨지 않던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퇴행현상이 심해지면서 매일같이 이유 없는 떼를 다 받아줄 수도 없고, 사정없이 엄마의 찌찌를 만지다보니 안 그래도 민감한 젖꼭지가 너무 아파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 떼를 부려도 받아주지 않았고, “엄마 찌찌 아퍼!”, “찌찌는 아기 꺼!”, “원모는 이제 오빠 되니깐 동생한테 양보하자”라고 설명해도 이해 못하고 원모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밤마다 깨어 울어대는 통에 원모는 원모대로, 나와 남편은 밤잠을 설쳐 항상 잠이 부족했다. 잠을 자지 못해 힘든 것보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혼자 독차지하던 사랑을 못 받을까봐 위기의식을 느끼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어찌나 가슴 아프고 측은한지 마음이 짠하다.
원모 임신 중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막달이 다 돼 갈수록 얼굴의 혈관기형이 호르몬의 변화와 체력저하로 양치질을 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코와 입안의 혈관이 터져 2시간 이상 쉴 새 없이 쏟아져 지혈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밥을 먹을 때도 조심스럽게 먹어야하고 재채기나 빨대를 빠는 등 조금의 압력에도 피가 나와 멈추지 않는 출혈로 인해 항상 아프고 피곤해서 기운이 없었다.
하루는 버스를 타고 가다 갑자기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현기증과 구토로 쓰러질 뻔한 경험을 했다. 매일 먹는 철분제로는 부족해 빈혈의 심각성을 깨닫고 산부인과에서 빈혈 검사 후 지속적인 철분주사를 맞아야만 했다. 어떤 산모든지 빈혈이 생길 수 있겠지만 특히 나의 경우는 혈관질환자이기 때문에 철분주사를 맞아도 출혈은 계속 됐고, 얼굴의 붓기도 심해서 아침이면 오른쪽의 눈과 얼굴은 심하게 부어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렇게 몸의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감기 몸살을 달고 살았고 두통도 너무 심해 항상 머리가 무거운 상태였다.
원모 출산 후 밤잠 설쳐가며 수유와 육아를 하면서 한 생명을 낳아서 키우고 인격체로 성장 시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나의 몸 상태로 또 임신을 한다는 것은 너무 큰 모험과도 같아서 마음은 원모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고 싶었으나 혼자는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판단에 어렵게 또 임신을 결심했다. 감사하게도 어렵지 않게 둘째 딸을 임신했다.
원모 때도 개인병원에서 8개월까지 진료를 받고 출산 중 혹시 모를 얼굴의 출혈이 걱정된다며 대학병원에게 출산 할 것을 권했고,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다. 우려하던 출혈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수술비가 적잖이 부담이 됐다. 둘째(태명 미르)도 똑같이 대학병원을 권했으나 집과 가까운 종합병원에서 출산할 예정이다.
이달 10월 30일이면 미르를 출산한다. 이번에도 얼굴의 출혈과 상관없이 잘 순산 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보다 입원하는 동안 원모를 돌봐줄 시어른과 원모가 잘 지낼 수 있을까, 혹시 엄마 보고 싶다며 매일 밤 우는 건 아닌지, 이런 저런 걱정과 염려로 마음이 더 복잡하다.
경험이 때로는 알고 겪는 일이라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고 모든 일들을 계획 하에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도 걱정하게 되고 두렵고 무서움도 더 많아진다. 그래서 이번 출산도 그런 것 같다.
이렇게 또 한 생명이 우리 가족의 품으로 온다. 이젠 제법 세 식구가 익숙한데 새롭게 네 식구가 되면서 출산과 두 명의 육아는 전쟁과도 같을 것이다. 앞으로 각자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맞춰가며 적응해야 하는 힘든 시간이겠지만, 행복은 쉽게 얻어지지 않기에 이 또한 지나갈 것이며, 두 아이로 인해 우리 가족과 나는 더 많이 행복할거라 믿는다.
출산 후 한동안 몸조리 잘 하고 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칼럼니스트 변복순은 선천성 동·정맥 혈관기형으로 태어난 안면장애인으로 내 아이의 육아를 통해 장애엄마도 비장애엄마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지만, 사회 속에서 적응해가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꿈꾸며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세계모유수유주간을 맞아 진행된 ‘모유수유 성공사례’ 수기공모전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장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2010년에 태어난 아들과 올해 11월에 태어날 딸을 임신 중이다.
얼마전에 티비에서 봤었던것 같아요.
강의하는 모습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