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이 내년부터 만 3~4세까지 확대 시행되는 가운데, 누리과정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혼합연령반의 교사를 위한 지원 강화나 누리과정 지도안내서의 일원화 등의 개선 방안이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육아정책연구소 김은설 연구위원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0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4차 누리과정 발전 포럼'에서 '5세 누리과정 운영현황 및 개선 방안'에 대한 주제발제를 통해 올해부터 5세 누리과정을 실시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운영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5세 누리과정을 실시하는 3,911개소의 유치원(1,685개소)과 어린이집(2,226개소)의 각 원장(1명)과 누리과정 담당교사(1명)로 약 2개월 간 조사원 방문을 통한 개인별 면대면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누리과정 담당교사의 75%가 5세 아동단일반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18.2%가 4~5세 혼합연령반을, 6.8%가 3~5세 혼합연령반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연령반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의 5세 누리과정의 진행 현황을 보면 전체의 53.9%가 누리과정을 진행했고 44.3%가 부분적 진행을, 1.8%는 진행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5세 누리과정 관련 발간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누리과정 어린이집프로그램(도서) 자료의 경우 31.6%의 교사들이 '가끔 활용(25.4%)'하거나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누리과정 해설서나 지침서, 교사용지도서 등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4.3%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누리과정 운영에 도움을 받기 위해 국가가 발간한 자료집 외 개별적으로 자료를 구매했다.

누리과정반 교사를 선정하는데 원장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만 5세반에서 누리과정을 담당할 교사를 선정할 때 어려움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원장의 53.4%가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으며 '누리과정 교사수당의 형평성 문제(17.4%)'를 가장 많이 꼽았는데, 유치원에 비해 어린이집에서 더 큰 문제로 나타나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5세반 담당 꺼림(13%)', '5세반 담당 선호경쟁(12.8%)', '누리과정 연수교사 부족(10.2%)' 순으로 나타났으며,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는 응답도 46.6%나 나왔다.

누리과정 실시로 인한 주간 교육보육 활동의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누리과정 담당교사의 62.5%가 주간 교육·보육계획안 작성시 누리과정 도입 이전과의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달라진 영역에 대해서는 5개 영역(신체운동건강/의사소통/사회관계/예술결험/자연탐구) 모두 골고루 활동을 계획하게 됐다는 응답이 51.3%였으며, '신체운동'이나 '건강관련활동'을 강조하게 됐다는 응답이 10.6%, '대집단활동'을 늘렸다는 응답이 8.3% 순으로 조사됐다.

김 위원은 "누리과정의 제정 방향인 5개 영역의 균형있는 편성 운영에 부합하며, 이에 따라 기존에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신체활동 등이 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5세 누리과정의 하루일과 구성 중 바깥놀이 활동의 운영시간은 '1시간 이내'가 53.6%로 가장 많으며, '1시간 30분 이내' 20.4%, '30분 이내' 20.2% 순으로 나타났다. '전혀 하지 않는 경우'는 1.3%에 불과했다.

5세 누리과정 운영시 일과활동을 위한 교사들의 수업준비를 보면 교사의 42.3%가 '일과 이후'에 하고 있었으며, '퇴근 이후'(15.5%)나 '등원 전'(14.3%), '외부강사 시간'(11.6%) 등을 활용했다. '점심시간에 수업준비'를 하는 유치원(12.6%)과 어린이집(10.6%)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누리과정 운영 시 교사들의 애로사항으로는 '수업준비에 대한 부담'이 24.3%로 가장 높았으며,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음'이 22.2%, '담당교사 평가에 대한 부담'이 16.5%, '계획안 수립시 융통성 결여'가 13.1%, '유아의 개별성 고려가 제한적임'이 9.4%로 나타났다.

교사의 48.7%가 '누리과정 5개영역에 대해 어려운 영역이 있다'고 답했으며,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는 '자연탐구영역(12.9%)', '의사소통영역(11.7%)', '예술경험영역(10.7%)', '사회관계영역(9%)' 등의 순이었다. '어려운 영역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 중 해당 영역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를 보면 '활동 자료의 활용성이 부족함'이 26.1%, '적절한 교재·교구 및 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함'이 23.8%, '유아간 개인차로 활동 계획 수립이 어려움'이 22.9%였다.

김 위원은 "혼합연령반을 담당하고 있는 5세 누리과정 교사의 절반 가까이가 누리과정을 제대로 충분히 지도하지 못했다. 혼합연령반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면 이에 대한 충실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교과부는 교사를 위한 혼합연령반 운영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 중이지만, 모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이러한 자료가 전달되고 제대로 활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학급내에 있는 다른 연령 아동들이 함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 연령별 지도 자료가 제공돼야 하며, 혼합반에는 반드시 보조교사나 보조인력이 투입되도록 인건비 추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사가 의지해 활용할 수 있는 지도서, 프로그램 자료집 등이 구분될 필요성이 없으며 동일하게 제시돼야 한다"며 기관별 교사들의 누리과정 지도안내서의 일원화를 주문했다.

또 "경험이 많고 역량이 있는 교사일 경우 보다 풍부하고 융통성있게 수업 운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도록 지도서나 프로그램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 의사소통영역과 자연탐구영역에 관련한 활동자료도 더욱 세련되고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이화여자대학교 홍용희(유아교육과) 교수는 "누리과정 운영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는 근본적 해결방안은 유치원 학급을 신.증설하고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홍 교수는 "유치원 교사들은 누리과정이 기존 유치원교육과정과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낀다. 이는 누리과정이 실제 기존 유치원교육과정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라며 "누리과정에 대한 유치원 교사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교사 연수시 기존 유치원교육과정과의 공통점을 충분히 인식시킨 후 첨가.강화된 부분을 소개함으로써 친숙함과 활용 동기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창원대학교 최혜영(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혼합연령반은 단독연령반 운영방식과는 차별화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혼합연령반을 바라보는 교사의 관점, 누리과정 계획안 수립, 내용구성, 편성, 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단독반 운영과는 구분된다"며 "혼합연령반 운영을 위한 운영 매뉴얼, 지침, 계획안구성, 일과운영 방법 등 구체적으로 적용된 프로그램이나 지도서가 혼합연령 유형별로 각각 개발되고 보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내년에는 어린이집 영아반과 유아반 교사들간의 처우면에서 형평성 문제가 더욱 가시화될 수 있고, 누리과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조직 인화를 저해하지 않도록 교사배치와 영아반 교사 처우에 대한 지원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박영란 교육이사는 누리과정 운영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인프라 차이 ▲누리과정의 내용과 운영 ▲교사의 자격과 교육 ▲물리적 환경 개선 ▲재정지원 운영 개선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운영실태 및 개선방안'에 대한 최종 보고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추가되고 재정비된 뒤 추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정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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