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줄 모른다. 그래선지 다른 사회적 과제들이 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같다. 새해를 앞두고 일각에선 낙태죄 폐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내년 1월 1월부터 낙태죄가 본격적으로 법적 효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아마 낙태는 이제 ‘죄’가 되지 않을 전망이지만 낙태의 허용 기한을 두는 개정안과 전면 폐지안도 나뉘는 상황이라 정확한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단체와 개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이것이 다른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 존중과 연결되는, 윤리적인 사안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출산율 대비 낙태율이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보다 빛도 보기 전에 죽어야만 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서 개인의 선택이 아이의 생존권을 없앨 수 있다는 결정에 쉽게 동의할 수만은 없었다.
그러나 성 평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찬성하는 측의 이야기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남녀 간의 합의와 사랑으로 생긴 아이는 축복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대부분 직접적인 피해는 여성들이 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리 어머니 시대만 해도 그렇다. ‘혼전임신’이 남들 보기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시절이라 상대방에 대한 신뢰나 사랑보다는 아이의 책임으로 결혼을 선택한 부모님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이성적인 판단 이전에 사회적인 통념에 떠밀려 해야 했던 결혼들….
물론 그렇게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으면 다행일 것이고 그렇게 지내온 가족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혼율 역시 OECD 아시아 국가 중 1위이다.
이것이 원치 않는 임신, 얼떨결에 책임지기 위해 해야 했던 결혼과 같이, 위해서 말한 우리 사회의 어두웠던 단면들과 연관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나의 미래를 내가 결정지을 수 있는 권리, 즉 낙태를 여성이 선택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도 일부 동의한다.
◇ 세심한 접근 필요한데, 얼떨결에 떠밀려 결정될까 걱정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그래서 나는, 완전히 찬성도 반대도 할 수가 없다. 다만 낙태 자체가 법적으로 죄가 되거나, 아니면 전면 폐지를 통해 낙태가 합법화되는 방법 외에 좀 더 나은 대책은 없을까 고민해 보게 된다.
사실 낙태죄가 있었던 과거, 그리고 지금도 공공연하게 (불법) 낙태 시술은 이루어져 왔다.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낙태 자체를 불법으로 막는 것이 몸은 물론 마음의 상처까지 안게 되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문제임에도 국가와 법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 것인지, 개인의 ‘권리’라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또 요즘 일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성 관념과, 그로 인한 행동 등을 보면서 한 생명을 책임질 준비가 안 된 이들의 무책임한 불장난에 혹여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아닐까? 부모로서 염려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태아도 생명이기에 신이 주신 목숨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싶은, 안락사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의 갈등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이에 대해 지난 1년 8개월 동안, 단 한차례 공청회가 열렸을 뿐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이렇게 중요한 문제가 입법 기한 혹은 다른 문제에 떠밀려 얼떨결에 결정이 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디 찬성과 반대 양쪽 입장,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따른 해결 방안을 좀 더 고민하고 더 많은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1년 새해의 시작, 한목숨 한목숨이 소중한 시대에 화두로 등장한 ‘낙태죄 폐지’ 논란. 앞으로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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