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어린이집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코로나19 시대, 어린이집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기고=김정민
  • 승인 2021.03.26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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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수기 공모전] 3. 모두를 응원합니다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와 베이비뉴스는 가정어린이집 보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알아보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를 격려하기 위해 제3회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보육수기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매주 1편씩 소개한다. 이 작품은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정민 신나라어린이집 원장의 수기 '모두를 응원합니다'입니다. -편집자 주-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모두를 응원합니다(김정민 신나라어린이집 원장)

칭찬 이야기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점차 영아중심, 놀이중심의 보육과정으로도 확장돼 가기 시작했습니다. ⓒ김정민
칭찬 이야기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점차 영아중심, 놀이중심의 보육과정으로도 확장돼 가기 시작했습니다. ⓒ김정민

팬데믹! 코로나19 시대 어린이집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저는 올해로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지 12년차 되는 교사 겸 원장입니다. 긴 경력은 아니지만 지난 십여 년간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좋은 부모님, 따뜻한 동료 선생님들과 신나고 즐거운 일상생활을 보냈습니다. 아기들을 잘 보살펴줘 고맙다는 학부모님의 격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원동력이 됐고, 나 스스로 “아, 내가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 어린이집이 원아감소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안타까운 어린이집의 요즈음 현실을 느끼며 ‘내가 더 잘해야겠다’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상담 전화 한 통을 받게 됐습니다. 상담의 주인공은 운영을 중단하는 어린이집의 원아 부모님이셨습니다. 유선전화로 들려오는 어머님의 목소리는 작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순간 “여보세요” 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고 저녁 늦은 시간이 돼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께서 상담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원아 어머님께서 캄보디아에서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말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사실을 아버님께서 알려주셨으며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본인에게 연락을 취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신입적응기간이 끝나고 0세, 만2세인 자매는 직장인이신 아빠를 제외하고 엄마와 함께 등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무엇이라고 전달사항을 말씀하셨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요즈음 눈과 비언어적 상호작용만으로는 한계가 나타났습니다. 다행히도 원아수첩을 잘 챙겨주시는 아버님이 계셔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늘 현관 앞에서의 머쓱함을 없애기 위해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그림카드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하루, 이틀 분유병도 그려보고, 투약병도 그려보며 점점 어머니와의 눈 맞주침이 늘어나면서 웃는 눈으로 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었습니다. 꼭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두가 장기간 마스크를 쓰고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언어의 사용이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비대면의 전달사항이 많아지고 어린이집의 행사가 감소해 평소보다 유대감 형성이 작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학부모의 가정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응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습니다.

어린이집 카페에 '우리들의 칭찬이야기'에 대한 실행방안에 대해 건의를 제안하게 됐고 학부모님과 교직원의 논의를 가졌습니다. 그림과 스티커로 우리 모두에게 자유롭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칭찬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각 가정뿐만 아니라 교직원분들은 너무 좋은 의견이라며 함께 실천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때로는 하트로, 때로는 이모티콘으로 원아들은 스티커를 고르며 흥미를 나타냈습니다. 또한 타국 생활에 외로움을 느끼시던 어머니도 다른 부모님의 참여 모습을 보시고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타국생활에 사람이 그립던 이방인 학부모님은 칭찬이야기를 통해 점차 다른 학부모님들께 관심을 가지게 됐고 다른 학부모님들도 이방인 어머님의 사진에 관심을 보이며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 시작하셨습니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이라도 사진을 많이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눈만 보고도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칭찬 이야기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점차 영아중심, 놀이중심의 보육과정으로도 확장돼 가기 시작했습니다. 원아들은 작은 손가락을 이용해 스티커를 떼어 붙이며 “난, 분홍색 스티커를 붙였어!”라고 옹알옹알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내일은 노란색으로 붙일거야”하며 다짐도 하였습니다. 또래의 얼굴 사진에는 “좋아”하며 스티커를 붙이고 마음을 전하기도 하였고 가끔 짜증이 나서 등원하던 원아들도 칭찬 이야기를 보면 어느덧 짜증을 멈추고 다양한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선생님, 사자 스티커도 있어”하며 때로는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린이집은 다양한 가정구성원으로 이뤄지는 공동체이 공간이기도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의 정성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의 어느 속담처럼 모두의 관심과 정성이 모여서 건강한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만, 또는 내 아이만 아니면 되지'라는 생각보다는 '함께'라는 관심이 필요하며 '내 업무가 아니지' 보다는 '같이 해요'라는 의식이 필요하며 '내가 잘하고 있구나~'보다는 '모두 잘하고 있구나!'라는 협력이 필요한 공간이 어린이집이라는 것을 깨닫는 기회가 됐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놀이터에서 뛰어 놀 수가 없으며 또래의 학부모님들간의 사교에도 많은 제한을 주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이러한 코로나19 시대라는 현실성을 반영해 소통과 공감의 장소로 거듭 이용돼야 합니다. 꼭 면대면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관심과 사랑을 표헌할 수 있다면 다문화 가정 지원을 시작점으로 해 '친구맺기'로 이어지고 모두가 함께 소통하고 행복해지는 장소로 변화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또한, 스티커 붙이기를 통해 또래에 관심을 가져보고 표한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보육의 장이 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살고 있는 보육현장에서 지쳐있는 우리에게 서로의 관심과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서로에게 건네는 응원 한마디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배우며 더욱 더 현장에서 원아이들과 가정, 지역, 더 나아가 사회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는 보육인이 되고자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아자,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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