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용 기저귀에서 애벌레, 개미 등 살아있는 벌레가 잇따라 검출되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기저귀에서 벌레가 발견되거나 이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계속해서 터지고 있지만 업체들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일 오후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임신·육아 커뮤니티에는 ‘기저귀에서 개미떼 출몰’이라는 제목으로 깨끗한나라가 생산해 판매하는 보솜이 기저귀에서 개미떼가 발견됐다는 제보 글이 게재됐고, 이 소식은 엄마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기저귀 뜯자마자 개미떼가 '우르르'
지난주 서울 도봉구 홈플러스 방학점에서 유아용 팬티 기저귀를 구입했다는 ‘튼실맘’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7개월 된 아기 엄마는 제보 글에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꺼내서 펼쳤더니 완전 새까맣게 개미떼가 있었다. 그 시간 마침 큰 아이가 어린이집 차량에서 내릴 시간이라 급히 해당 기저귀와 주위에 있던 기저귀들하고 개미가 떨어져있는 매트커버를 싸서 문 앞에 내놓고 아일 데려와 한 시간정도 후에 다시 펼쳤는데도 개미떼가 살아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밤이나 새벽엔 불도 안 켠 상태에서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그렇게 모르고 우리아이에게 기저귀를 채웠더라면 어찌되었을지 정말 아찔하다”고 밝히며 개미가 우글거리는 여러 장의 증거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피해자인 아기 엄마는 5일 오후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포장을 뜯기 하루 전날 구매한 70개들이 제품의 모든 낱개 제품에서 개미떼가 발견됐고, 한 개 제품에서 개미들이 유난히 많았다"며 "인터넷에 올린 사진을 찍은 시점은 개미떼를 발견하고 나서 1시간 정도가 지난 뒤로, 최초 발견했을 때는 사진보다 3배나 개미떼가 많았다. 너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징그럽고 소름끼친다. 어찌하면 개미떼가 생기는지…”, "저게 그냥 단순히 교환으로 끝날 일인가? 딱 봐도 구입 후 집에서 생길 수 있는 개미는 아니다”, “얼마 전에는 기저귀에서 애벌레도 나왔다던데.. 요즘 왜 이러나?”, “저도 저거 쓰는데 소름끼치고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등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깨끗한나라 측은 지난달 28일 사건 접수 후 마트 담당자를 통해 수거된 해당 제품은 공장 품질팀으로 전달돼 제품분석이 실시됐으나,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지난 4일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품분석 결과가 나온 4일 오후 곧바로 소비자에게 연락을 취해 검사 결과를 설명했고, 결과가 어찌됐든 본사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본 만큼 이튿날 소비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경과에 대해 설명드리고 정중히 사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깨끗한나라 측 관계자들은 실제로 5일 오후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인 아기 엄마는 깨끗한나라 측 관계자들과 만난 뒤 베이비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저귀에서 벌레가 발견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고 충분히 그런 일이 생길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피해가 발생해 민원을 제기해도 피해자에게 불량 제품에 대한 환불이나 사고 원인에 대한 설명 등에 대해 제조사나 유통사 어느 곳에서도 신속한 대처를 하지 않다가, 온라인에 글과 사진을 올려 이슈화가 되고 나니 대응하는 안일함에 더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 애벌레 8마리와 성충 1마리도 나와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바로 얼마 전에도 깨끗한나라의 보솜이 기저귀에서 8마리의 애벌레와 1마리의 성충이 발견된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이 사건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린 두 아이의 아버지는 “최근 구입한 기저귀에서 8마리의 애벌레와 1마리의 성충이 발견돼 남아있는 새 기저귀를 뜯어보니 추가로 3마리의 애벌레가 나왔다”는 글과 함께 기저귀를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지난 2009년 8월에도 기저귀에서 개미떼가 발견돼 언론 보도가 된 바 있다.
살아있는 벌레가 잇따라 검출된 사고에 대해서 깨끗한나라 측 관계자는 “기저귀는 고온고압 상태에서 분당 600개 정도가 제조되고 제조 즉시 포장까지 자동화로 진행됨에 따라 살아있는 벌레가 유입될 확률은 없다. 다만 곡물과 펄프를 좋아하는 유충이 패킹 이후에 창고보관이나 유통과정 또는 가정에서 보관 중에 비닐을 뚫고 들어갈 수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제조 과정 중에 벌레가 들어간다면 고온고압에서 압착이 되는데 죽은 벌레가 들어갈 경우 대부분은 이를 걸러내는 게 가능하고, 어느 공정에서 들어갔는지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깨끗한나라 측은 보솜이 기저귀에서 연달아 살아있는 벌레들이 나오는 사건이 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긴급하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깨끗한나라는 보솜이 홈페이지에 “최근 자사 모 제품에서 쌀벌레 유충이 발견돼 고객 분들께 큰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과정 초기단계부터 유통단계까지 철저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까지 올렸다.
◇ 기저귀 이물질 검출 사례 수도 없이 많아
애벌레, 모기, 개미, 나방 등 각종 살아있는 벌레부터 죽은 벌레, 쇠조각, 플라스틱 등 기저귀에서 이물질이 나온 사례는 비단 이 업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기저귀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유한킴벌리의 하기스 프리미엄 기저귀에서도 지렁이가 발견됐다는 제보가 지난 6월 초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라왔고, 이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상당수 기저귀나 생리대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제보가 끊임없이 제기돼 오고 있지만, 이 같은 제보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유통과정과 보관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사건이 터진 때마다 품질 관리 등을 전보다 더 강화하는 등 각 업체 나름대로 이물질 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일부 기저귀 제품의 경우 포장재에 인쇄를 할 때 벌레가 싫어하는 약품을 첨가한 잉크를 사용해 인쇄를 하고 있는데 현재는 그 효과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면 전 품목에 이를 적용하는 등 패킹 이후 벌레 유입을 막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부분 가정에서 기저귀를 사용할 때 종이박스나 화장대 서랍 등에 넣고 오픈한 상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충처리를 하더라도 살아있는 벌레가 들어가는 것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며 “이 경우 유통과정에 유입이 됐는지, 가정에서 보관 중에 유입이 됐는지는 정확히 구분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저도 보솜이 쓰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래요?
이제 쓰면 안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