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매월 발행 6개월 이내 신착도서 중에서 어린이·청소년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공감할 수 있는 도서를 ‘사서추천도서’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4월 사서추천도서를 추천사와 함께 소개합니다.
◇ 버려지려고 태어난 게 아니었다고, 나는 꿈에서 나무였다고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놀란 표정, 그런데 그 얼굴의 주인공은 택배 상자다. 택배 상자는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주문된 물건이 주인에게 도착하자마자 상자는 쓰레기로 바로 버려진다.
집, 벤치, 콘크리트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상자의 반란은 현대인의 무분별한 소비행태와 부주의를 대변하듯 거침없다. 하지만 작가는 상자들의 표정과 행동을 익살스럽게 표현하여 독자에게 환경문제라는 주제를 지나치게 노출하거나 무겁게 접근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상자들이 심심하다며 기억놀이를 한다고 할 땐 웃음이 난다. 수영복, 이야기책, 세탁기 등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들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많았던가? 누군가 기억을 더듬어 ‘나는 꿈에서 나무였다’ 라는 독백을 하는 부분에서는 놀라고 마음이 뜨끔했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수많은 물건들이 결국은 우리의 터전을 훼손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려낸 상자 캐릭터들의 유쾌하고 익살맞은 표정들을 보는 재미와 함께, 환경문제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다. - 추천 사서 김현옥
◇ 어른들은 그 누구도 서로 인사하지 않는다고? 왜요?
새 학기가 시작됐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새 학기가 되어도 등교를 할 수 없는 한 해였다. 들뜨고 새로운 마음으로 등교하고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소중해지는 요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하는 이 시기에 새로운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안녕’ 하고 인사 해보자. 간단한 인사로, 어색하고 차가웠던 공기가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어색한 일이다. 어른들은 어색함을 애써 무시한 채 아이들에게만 인사를 권한다. 이 책 역시 ‘인사’에 관한 이야기다. 로티의 할아버지는 동네 누구와도 인사하지 않는다.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는 로티의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없다. 할아버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동네에 살고 있는 어른들은 그 누구도 서로 인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8살 손녀 로티의 ‘할아버지 인사하기 대작전’이 펼쳐지고 할아버지의 작은 인사를 시작으로 ‘인사나누기’는 유행이 되고 영화로 제작되기도 한다. 새 학기에 적응하는 아이에게 관계를 맺는 것은 사소하고 기본적인 인사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다. - 추천 사서 최은실
◇ 시험지 빼앗는 괴물을 함께 물리치며 얻은 것
송중초 6학년 7반 교실, 담임 선생님이 국어시험지를 나눠주었다. 부모 말을 잘 듣는 영훈과 왕따를 당하는 세희는 100점, 과학을 잘하는 호준은 80점, 축구를 잘하는 수호의 점수는 72점, 장난기가 많고 달리기를 잘하는 민기는 15점을 받았다.
민기는 시험지를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다 시험지를 뺏어가는 괴물을 만났다. 다음날 선생님은 시험지를 빼앗긴 민기 말을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교실청소를 시켰다. 민기가 잔뜩 억울해하자 수호와 세희도 시험지 괴물을 만났다고 이야기 한다.
민기, 수호, 세희, 그리고 호준은 괴물에게 시험지를 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시험지 괴물을 믿지 않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한다. 네 명의 친구들은 괴물을 물리치고 시험지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들은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치면서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들임을 알게 되고, 쓸모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 추천 사서 이윤경
◇ 학대받는 친구를 구하고, 어른의 폭력에 대항하는 청소년의 우정과 연대
최근 뉴스를 통해 가정폭력이나 학대에 관한 사건 보도를 접한다. 특히 피해자가 어린이인 경우 더욱 놀라고 경악하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15살 은재도 아빠에게 폭력과 학대를 당하고 있다. 같은 반 친구 형수와 우영이는 이 사실을 알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은재는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스스로 친구를 거부하고 체념하며 살아간다. 과연 은재는 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은 특별하게도 ‘행운’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멀리서 떨어지는 행운이 폭력에서 구출해주는 건 아니다. 스스로를 구하려는 은재의 용기와, 위험에 처한 이를 구출하려는 친구들의 의지가 비로소 새 길을 만든다. 청소년들의 우정과 연대가 어른의 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이 용기와 감동을 주는 책이다. - 추천 사서 임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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