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역사의 저편에 잊혀진 인물을 현재에 부활시키는 작가 김동진이 영화 '밀정'의 원작인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이후 11년 만에 장편 역사소설 「임진무쌍 황진」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일제강점기의 의열단원 김상옥과 황옥을 현재로 불러냈다면, 「임진무쌍 황진」에서는 조선시대 임진왜란 초기에 크게 활약했던 황진을 독자 앞으로 끌어온다.
◇ 왜란의 전조를 알아채고 일본군의 훈련을 관찰한 무관, 황진
「임진무쌍 황진」을 소개하기 전에, 황진이 어떤 인물인지 먼저 알아보자.
일본의 전국시대가 끝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권을 장악한 시기,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리란 소문이 들려오자 조선은 일본에 통신사를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때 황진은 통신사 호위무관으로 합류하며 일본의 정세를 파악한다.
황진은 일본의 발전한 모습을 보며 놀라는 한편, 배울점이 있다면 배우려 들었다. 왜검법을 배우고, 조총과 일본군의 훈련을 관찰했으며 그에 대응할 방법을 강구했다. 심지어 귀국할 땐 몰래 왜검을 사왔다.
황진은 자신이 일본에서 보고, 듣고, 확인한 것들을 처음으로 김성일에게 소상히 아뢰었다. 현재 일본의 상황이라면 전쟁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으니 이를 조정에 빨리 알리고, 방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성일은 황진의 설명을 수긍하지 않았다. _72쪽
일본은 다년간의 전쟁으로 무력적으로 몹시 성장했으나, 조정은 국제 정세를 읽지 못한 채 탁상공론만 펼칠 뿐이었다. 서인과 동인은 당쟁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그때 황진은 한 발짝 떨어져 미래를 대비했다. 황진의 이러한 노력은 이후 왜란에서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백발백중 명궁인데다, 일본도를 들고 적을 베는 황진은 일본군에게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발발하자 황진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장수들이 전장에서 도망치는 군졸의 목을 베어 군율을 바로잡고자 했다면, 황진은 그런 그들의 목을 베는 대신 더욱 앞장서 싸워 부하들을 돌아오게 만들었다.
제1선의 전투 지휘관 황진은 우렁찬 목소리로 “나와 동복현 군사들이 제일 앞에서 싸울 터이니, 겁먹지 말고 내 명령에 따라 훈련한 대로 움직이면 된다. 우리는 안덕원에서처럼 반드시 저들을 무찌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진의 말이 끝나자 병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올렸다. _119쪽
그의 눈부신 활약은 입소문을 타고, 조선의 백성들 사이에 또 한번 회자되었다. 백성들은 “바다에는 이순신! 육지에는 황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진왜란 발발 직전까지 종6품의 작은 고을 현감에 불과했던 황진은 불과 1년도 안 되어, 병법과 무예를 갖춘 조선 최고의 무장으로 칭송되었던 것이다. _203쪽
◇ 난세의 영웅을 기다리는 당신의 마음을 뜨겁게 데울 책
작가는 황진의 삶을 담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징비록, 난중잡록, 강한집, 국조보감, 포저집 등 방대한 임진왜란 사료 속 흩어져있던 황진의 기록을 찾아헤맸다. 그리고 그의 기록을 실감나게 재구성하는 한편, 사료에서 채워지지 않는 팩트와 팩트 사이의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메웠다.
그렇다면 왜 하필 황진이었을까? 이 책에는 이순신과 권율, 곽재우 등 유명한 영웅도 등장하지만 작가는 집요하게도 '황진'의 삶에 파고든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 시절 분명히 존재했던 황진은, 오늘의 우리가 간절히 기다리는 의인일 것"이라고.
‘역사’란 시간이란 전장 속에서 펼쳐지는 끊임없는 ‘기억의 전쟁’이다. 한편에선 잊기 위해서, 다른 한편에선 기억하기 위해서 처절하고 집요하게 몸부림을 친다. 그런데 시간은 원래 망각의 편인지라, 자연스러운 세월의 흐름 속에 누구도 돌보지 않고 내버려두면 잊히기를 바라는 쪽이 결국에는 승리하고야 만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에서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다음 시대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_「작가의 말」에서
임진왜란의 ‘숨은 영웅’ 황진의 뜨거운 삶을 되돌리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임진무쌍 황진」. 두려움에 굴하지 않고 한 발 더 앞서 나가 용기를 북돋을 수 있는, '난세의 영웅'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데울 것이다. 지은이 김동진. 도서출판 교유서가. 값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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