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공룡 둘리, 사실 크게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기공룡 둘리, 사실 크게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8.27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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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김수정 작가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아기공룡 둘리' 김수정 작가를 만나 공룡을 만화에 등장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기공룡 둘리' 김수정 작가를 만나 공룡을 만화에 등장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외로운 둘리는 귀여운 아기 공룡 호이 호이 둘리는 초능력 내 친구!”('아기공룡 둘리' 노래가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 4월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 4월호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이후 10년 4개월간 연재됐고, KBS를 통해 만화 영화로도 방영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기공룡 둘리는 살아있다. 

최근 베이비뉴스는 엄마 아빠가 아이 키우면서 생긴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만든 신규 유튜브 채널, ‘계란마리’ 제작을 시작했다. 그중 한 꼭지로 ‘왜 아이들은 공룡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리고 38년 전 어떻게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고 만화에 공룡을 등장시켰는지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아빠 김수정 작가를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지난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김 작가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아이들에게 생소한 새로운 캐릭터가 없을까 고민 끝에 공룡까지” 

김수정 작가는 “아이들에게 생소한 새로운 캐릭터가 없을까 고민 끝에 공룡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수정 작가는 “아이들에게 생소한 새로운 캐릭터가 없을까 고민 끝에 공룡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저도 어릴 때 아기공룡 둘리를 보고 자랐는데요, 둘리가 너무 귀여워서 둘리 한 마리만 키우자고 엄마를 졸랐던 기억이 있어요. 38년 전, 어떻게 공룡을 만화에 넣을 생각을 하셨어요?

“둘리를 이야기하게 되면 그 시대 상황을 알아야 해요. 그 시대는 만화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안 좋고 만화가 잉여문화로 취급받을 때입니다. 심의 압박이 심해서 아이들의 모습, 동심을 그리는데 제약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심의와 차이가 있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모습을 만화에 그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생각한 게 동물이었어요. 그런데 쥐, 고양이, 개 등 기존 동물캐릭터가 많아서 아이들에게 생소한 새로운 캐릭터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공룡까지 가게 됐습니다. 공룡이 무섭고 포악하다는 인식이 애들한테 있었는데요, 공룡은 그렇지만 아기(새끼)는 그렇지 않아요. 모든 동물의 아기는 예쁘고 귀엽잖아요. 공룡을 캐릭터로 하더라도 아기로 하면 아이들에게 친근감이 있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애들이 공룡을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셨어요?

“그 당시에도 애들이 공룡을 싫어하지 않았어요. 공룡은 무섭지만 사람의 마력을 끄는 동물이었죠. 크게 성공하리라는 생각은 못 했고 남들이 하지 않는 캐릭터, 아기이면서 뭔가 미지의 동물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그래서 잡았는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둘리가 나온 뒤에 아이들이 공룡 알기를 우습게 알게 됐죠. 그전까지는 무서운 미지의 동물로 알았다가(웃음).”
 
-둘리는 공룡 케라토사우루스를 참고했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공룡 가운데 정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케라토사우루스가 외뿔 공룡입니다. 다른 공룡은 네 발로 다니는데 이 공룡은 팔이 작은 대신 서서 걸어요. 사람의 모습에서 의인화하기 비교적 좋겠다고 생각했죠. 또 기질이 포악해요. 아기로 돌아갔을 때 천진난만하게 구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웃음).”

◇ “어떻게 육식 아기공룡에 초식 엄마예요?” 독자 의문…‘진땀’

-공룡 연구도 많이 하셨겠어요? 그런데 아기공룡 둘리를 둘러싼 역대급 실수도 있었다고요?

“만화 그리기 전에는 자료를 많이 살펴보고 공룡 시대 배경도 탐문해봤어요. 둘리가 10여 년간 길게 연재가 되면서 앞에 나간 공룡에 대한 정보를 잊어버리기도 했어요. 나중에 실수를 한 부분도 하나 있어요(웃음). (뭔가요?) 저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연재가 한창 진행되고, KBS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는데 독자들이 의문을 제기했어요. '어떻게 육식 아기공룡에 초식 엄마예요?' 하고요. 엄마는 브론토사우루스 초식공룡을 모델로 잡았어요. 단순하게 엄마는 푸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의 모성애적인 부분만 생각하다 보니 둘리의 실체를 잊어버린 거죠. 그때 아차 하고 진땀을 뺐죠.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제가 잊어버린 거라 변명을 해야겠는데 할 말이 없어서 이건 출생의 비밀로 남겨두기로 했어요(웃음).”

-공룡 좋아하는 남매를 키우는 아이 엄마는 어릴 때는 몰랐는데 엄마가 되고 보니 극 중 캐릭터 ‘고길동’ 씨가 짠하게 느껴지고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 작업 스타일인 것 같아요. 아동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어른까지 아동화 시키는 게 아니라 아동은 아동 나름대로 자기 감성을 이야기하고, 어른은 어른 감성을 이야기하는 거죠. 보편적으로 개그만화라고 하면 주인공이 아이면 어른도 바보스럽고, 아이스럽게 나오거든요.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 씨는 실제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와요. 둘리는 어린이의 대역으로 카타르시스도 느끼게 해 주고 아이들 동심도 대변해줘요. 아이들은 둘리 입장에서 보니까 길동 씨가 해달라는 대로 안 해 주고, 가고 싶은데 못 가고 하고 그러니까 미운 거에요. 그런데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고 보니 둘리가 흉측한 놈이었고, 길동 씨가 대인배였구나 생각하게 된대요. 그래서 길동 씨를 이해하게 되면 어른이 되는 거라는 말이 나온 것 같아요.” 

-둘리뿐만 아니라 마이콜, 도우너, 도치 등 각각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어요?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야기 폭을 넓혀가다 보니 여러 캐릭터가 나왔어요. 도우너 같은 경우도 초반에 잡은 캐릭터는 아닌데 우주로 확장해 보니 나오게 됐고요, 도치가 나오게 된 것은 만화에 여자 주인공이 없어서 여자 주인공을 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나오게 됐는데 둘리가 동물이다 보니 주변 인물들도 동물로 잡아야 했어요. 도우너는 외계인이고, 도치는 타조고 이런 식으로요. 둘리를 쓰는 바람에 캐릭터 폭이 넓어졌죠.” 

◇ 둘리 고향 쌍문동에 ‘둘리뮤지엄’ 개관…캐릭터 첫 박물관

김수정 작가는 10년 4개월 간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한 '아기공룡 둘리'의 제작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을 털어놨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수정 작가는 10년 4개월 간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한 '아기공룡 둘리'의 제작과정에서의 에피소드 등을 털어놨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도봉구에 ‘둘리뮤지엄’은 2015년 7월 개관해 6년간 운영해오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휴관했다가 올해 1월 22일부터 다시 새로운 전시 콘텐츠로 단장해 문을 열었다고요? 둘리뮤지엄에 대해 소개 좀 해주세요.

“둘리 고향이 쌍문동입니다. 많은 이야기가 쌍문동 고길동 씨 집에서 이뤄져요. 쌍문동이 도봉구에 있는데 당시 도봉구가 다른 자치구와 비교하면 문화적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이거든요. 구청장님이 아이들이 둘리도 좋아하고, 고향도 쌍문동이고, 내용상으로 전개된 내용이 쌍문동 지리와 흡사하니 기념관 같은 걸 만들면 어떻겠냐 제안해서 시작됐어요. 지자체가 돈이 많은 곳도 아니고 함부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어서 시간이 걸렸어요. 단순하게 놀이공원이나 테마공원이 아니라 박물관 개념이어서 어떤 부분에서는 시설이 빈약할 수 있는데 계속 보완해나가면 풍성한 뮤지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화 캐릭터로 만든 박물관은 국내 처음 아닌가요?

“처음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크게 3가지 형태입니다. 도서관, 테마파크, 작가의 작품 활동 과정 모음, 그야말로 박물관다운 골동품들이 있어요. 캐릭터 그린 노트라든지, 둘리의 잔재 소품이 굉장히 많아요. 어른들은 작가 손길을 찾아가는 걸 좋아하고 아이들은 테마적인 걸 좋아해요. 휴식공간처럼 이루어져 있고요, 구가 운영합니다. 입장료는 굉장히 저렴하게 하고 있어요. 지자체에서 하는 거니까 이익을 남기기보다 서비스하는 차원에서요. 시설 투자 대비 입장료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지자체 일부 예산이 투입돼야 운영이 되기 때문에 염치없이 ‘로얄티 주세요’ 할 수 없죠. 아무것도 받는 건 없습니다(웃음).” 

-둘리는 국산 캐릭터 산업의 원조이자 수많은 창작 캐릭터들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40년 전 경우, 만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열악하고 잉여문화처럼 취급될 때에요. 만화를 통해 캐릭터가 산업으로 발전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시대였습니다. 제 캐릭터가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작가 입장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를 계속 만들었어요. 언젠가 캐릭터가 산업화 한다면, 누가 불러 줄 것이란 생각으로요. 의외로 빨리 왔어요. 둘리가 나오면서, 그해 연말에 팬시가 전국을 휩쓸 정도로 둘리가 바람을 일으켰어요. ‘이게 뭐지?’ 만화에 나온 하찮은 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걸 본 겁니다.”

◇ “할아버지부터 손자 세대까지 공유할 수 있는 둘리가 됐으면…” 

-아기공룡 둘리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시는지요?

“제가 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레전드 캐릭터로 남고 싶어요. 출판 만화를 통해서는 제 개인적으로 할 수 있지만 영상과 다른 방면에서 둘리가 활약하기를 바랍니다. 저도 욕심을 안 부리려고 해요. 예전엔 제 손에서 출발하고 제 손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젊은 분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맡겨볼 생각입니다. 새로운 둘리가 나오고 다른 버전으로 커온 독자들과 팬들에게 ‘둘리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할아버지 세대부터 손자 세대까지 공유할 수 있는 둘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계속해서 수집하고 기록해두고, 누군가 쓰게 되면 오픈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기공룡 둘리' 연재와 방송 이후 작가님 어떻게 보내셨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작품 활동으로 1996년 극장용 애니메이션 ‘둘리의 얼음별 대모험’이 있었고요, 2009년 SBS에서 ‘뉴둘리’ 애니메이션 26편을 제작해 방송했어요. 이후 SBS가 2013~2014년 개봉 계획으로 극장용을 준비했는데 중도에 제작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무산됐습니다. 그때 콘티를 10년간 묻어놨다가 20년만 최근 신간으로 내놨어요. ‘사망유희’라고 영화용으로 나온 콘티를 중심으로 그냥 묻히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화책으로 선보이게 됐어요. 지난해 출간한 3편짜리 ‘모두 어디로 갔을까’를 장편 만화로 제작해볼 계획입니다.

-끝으로 둘리 독자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작가가 안 보이니까 사라진 것으로 아실 텐데요,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웃음). 앞으로도 여러분 앞에 보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건강해야 하니까 운동하고 자기 관리 하면서 미흡한 작품이긴 하지만 독자들과 계속 소통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코로나 시대 힘든데 용기 잃지 마시고, 꿋꿋하게 정진하시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늘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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