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위험한 공간이 된 이주배경 아이들의 현실
집도 위험한 공간이 된 이주배경 아이들의 현실
  • 기고=정효진
  • 승인 2021.08.3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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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다운집으로] 22.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북부지역본부 정효진 과장

코로나19 재난 상황 속에서 집의 의미와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 아이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베이비뉴스는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집다운 집으로’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동의 권리 관점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 편집자 말

폭우로 침수된 아동 집 안 내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폭우로 침수된 아동 집 안 내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2020년 여름, 연이은 태풍으로 강풍과 폭우가 몰아쳤다. 그리고 2021년 여름, 한 달 넘게 열대야가 이어지며 폭염으로 인해 힘든 일상이 계속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더해져 안전을 위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경제적, 사회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이주배경 아이들에게는 집조차 위험한 공간이다.

◇ 최악의 주거환경이라도 살 수만 있다면

난민 신청을 했으나 불허 판정으로 국내에서 미등록 신분으로 부모님과 사는 아동 A는 태풍으로 비가 오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서 천장 벽지가 떨어지고 그곳에서 바퀴벌레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빗자루로 벌레를 치우고, 양동이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냈다. 하지만 빗물이 전선을 타고 내려와 불꽃이 튀는 것을 보고 집을 뛰쳐나왔고 폭우가 쏟아지는 길거리로 나와야 했다.

아동 A의 집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낡은 빌라의 옥탑방으로 방 1개에 4명의 가족이 살고 있다. 아버지가 미등록 신분으로 받을 수 있는 월급은 한 달에 많아야 150만 원 정도로, 4식구가 살기 위해서는 최대한 월세가 싼 집을 구해야 했다. 열악한 환경이어도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위안으로 삼던 가족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집주인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수리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당장 나가라는 통보였다.

◇ 코로나19와 폭염, 피할 곳이 없는 이주배경 아동

엄마, 동생과 생활하고 있는 아동 B는 코로나19로 인해 유치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종일 지내고 있다. 아동 가족이 생활하는 집은 예전 미군기지가 있던 지역의 쪽방촌으로 작은 집을 여러 개로 쪼개서 한 가족이 방 1개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동의 아버지는 2018년 강제추방되었고, 그 후부터 어머니 혼자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아동 가족은 월세가 더 저렴한 이곳으로 이사했다. 작은 창문 하나뿐인 집에서 선풍기 1대가 돌아가지만, 한여름이 되면 집안은 40도에 육박하는 고온다습한 열기로 가득하다.

◇ 잘 살고 싶어서 한국에 왔는데 여전히 불안정한 삶

3년 전 한국에 입국한 재정착 난민 아동 C의 가족은 2년간 지속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끊기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정부는 방 두 개짜리 빌라 보증금 500만 원을 회수했고, 초기 1년간 이뤄진 월세와 관리비 지원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언니와 오빠는 정착 초기 6개월 동안 일한 공장에서 월급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났고, 그동안 최저임금을 받으며 모은 돈은 고작 100만 원으로 보증금을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 누구나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최저주거기준 미달 등 비적정 주거에 거주하는 사각지대 아동들이 존재한다. 그중에 이주배경 아동은 신분과 배경의 차이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경험하며 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거권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으로 아동은 건강한 성장을 위한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공간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 신분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기본적 인권으로서 주거권의 현실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특히,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7조 3항은 “국가는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혹은 보호자를 돕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가져야 하며, 특히 영양과 옷, 주택과 관련된 경우 필요할 때 물질적 지원과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사는 아동이라면 그 누구든 조건 없이 최소한의 안정된 삶을 누리며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아동은 그들이 누구이든지 사는 곳, 언어, 종교, 생각, 외모, 성별, 장애 여부, 경제적 상황, 부모나 가족의 배경과 관계없이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오는 11월, 대한민국 아동권리협약 비준 30주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아동의 권리가 잘 보장되고 있는지 다시금 상기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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