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에게 1억원씩' 파격공약 되새겨보니…
'신혼부부에게 1억원씩' 파격공약 되새겨보니…
  • 칼럼니스트 이동학
  • 승인 2012.12.24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모세대 노후자금 빼앗아 결혼하는 현 세대

[연재] 다준다연구소 이동학 소장의 결혼 꼬집기

 

2007년 대선에서 허경영 후보는 결혼하는 신혼부부에게 1억원씩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당시엔 엄청난 파격 공약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왜 필요한지, 실현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현실적 물음엔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로부터 불과 5년이 흐른 지금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바로 이 1억원이 발단이다. 가까운 미래를 내다본 공약이었는지, 그저 인기를 위해 내놓은 공약인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정치를 유쾌한 스토리와 공약으로 이목을 끈 그의 공약이 다시금 되새겨진다. 왜 그럴까. 

 

현실적으로 이야기해 보자. 요즘 기업의 신입사원 평균나이를 보면 20대를 찾기가 어려워질 정도로 높아졌다. A 기업의 경우 신입평균연령이 33.2세였고, 20대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전국에 평면화해, 많이 양보해 남자의 경우 보통 28세에 신입사원이 된다고 쳐보자. 남자의 결혼 평균연령은 32세인 점을 감안하면 4년간 직장생활을 통해 돈을 버는 셈이 된다.

 

직장인 4년 동안 번 돈이 얼마쯤 될까? 친구와 술자리도 해야 하고, 월세도 내고, 옷도 사고, 공과금, 휴대폰, 차비 등을 쓰면 한 달에 100만 원 꼬박 모아야 4년 동안 4000, 5000만원이다. 건실히 모은 돈이다. 

 

보통 남자가 집을 해가는 문화가 있는 우리는 5000만 원으로 간신히 원룸전세를 얻을 수 있을 정도다. 원룸전세를 살고 있는 남자에게 어느 여자가 시집을 가려고 할까?

 

사위에게 요구하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아들에게도 적용해보자. 사위도 아들이다. ⓒ이동학
사위에게 요구하는 어느 정도의 기준을 아들에게도 적용해보자. 사위도 아들이다. ⓒ이동학

 

아주 착하고 현명해서, 남자와 함께 하나씩 장만해가는 재미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여자가 있다고 치자. 그의 부모를 설득할 수 있을까? 월세에 살거나 5000만원짜리 원룸을 가진 남자에게 어느 부모가 쿨하게 딸을 보낼 수 있을까? 그러니까, 딸의 부모는 남의 아들은 아파트를 소유하거나 최소한 아파트 전세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을까? 

 

이 기준을 그대로 그들의 아들에게로 옮겨보자. 속이 탄다. 아들을 결혼시키려니 아들이 모아놓은 돈도 없고, 결혼할 생각도 없는 듯하다. 어쩌다 결혼이라도 하겠다고 하면 속이 덜컹거린다. 그동안 노력해서 그래도 집 한 채 가진 것이 전 재산인데, 아들의 결혼을 위해 은행을 들락날락한다. 담보대출을 받으면, 꼬박 원금뿐 아닌 이자도 내야하는데, 일을 그만둘 수 없다.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놈은 부모가 해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얼마 모아놨냐고 물었더니 5000만원 있단다. 서울에선 전세도 어림없다. 경기도권으로 나가면 전세가 1억 5000만원. 아들의 5000만원과 아빠의 1억원이 만나는 순간이다. 허경영 공약의 탄생인 것이다.

 

주로 40대에서 60대 사이의 어머님들 대상의 강연을 가면 꼭 물어보는 것이 있다. 아들과 사위에 대한 잣대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머님이 그렇듯 아들에겐 관대하고 사위에겐 혹독한 기준들을 갖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부모가 사위에게 내거는 잣대가 결국 돌고 돌아 내 아들에게 미친다는 것이다.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둔 부모라면 일정 부분 상쇄가 된다. 아들이 가져가는 걸 사위를 통해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아들만 둘을 둔 부모라면 1억원이 아닌 2억원이 있어야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녀들의 결혼이 부모세대의 노후자금을 빼앗아 결혼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틀린 말이 아닌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까.

 

결혼은 인륜지대사란 말이 있다. 인간 대 인간으로의 만남뿐 아니라 가족과 가족이 만나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것인데, 우리의 지금 모습은 과도한 비용을 치르는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시작은 내 형편을 바로 보고 인정하는 데서부터가 아닐까? 자식 걱정이야 부모의 자연적이면서도 당연한 현상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걱정이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모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면, 한번 쯤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위도 내 아들이다.

 

*칼럼니스트 이동학은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다준다연구소) 소장이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신문 배달부터 시작한 사회생활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쓰라린 사회를 경험하면서, 우리 사회를 더욱 따듯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KTV 한국정책방송의 토론 프로그램 MC를 맡기도 했고, 경기도를 누비며 소외지역에 찾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의 MC와 생활공감정책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아 디지털 싱글(오 친구여) 앨범을 낸 음치가수이기도 하며 레크리에이션 강사로도 활동하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인권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헌법학 석사과정 중에 있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