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2019년 겨울, 코로나19로 인해 큰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이 취소될 때까지만 해도 이러다가도 코로나19가 금방 잡히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연기되고, 1학년 내내 제대로 된 등교를 하지 못한 채 온라인 수업이 지속되면서 어쩌면 코로나19가 평생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절망적인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되었다.
“아빠는 좋았겠다. 어릴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아빠는 좋았겠다. 어릴 때 학교에 ‘짝’이 있어서”
“아빠는 좋았겠다. 어릴 때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코로나19는 아이들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 갔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마음껏 뛰어노는 것과 같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얼마 전 큰 아이와 ‘코로나19’ 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아이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보다는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행복했던 일상이 깨진 것에 대해서 많이 아쉬워했다. 지금도 가끔 아이는 코로나19 이전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던 그때, 자주는 아니었지만 가끔은 해외여행도 하던 그때, 야구장에 가서 힘껏 응원을 하던 그때를 추억하는 아이의 모습이 애잔하다.
결국 코로나19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올해부터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등교를 하고 있다. 물론,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친구와 떠들며 노는 것도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작년 이맘때쯤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일상의 회복이 이루어졌다.
최근 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같은 반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아이가 발생했다. 학교에 등교하지 말고,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으라는 학교의 안내에 따라 두 아이를 데리고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9살 첫째, 5살 둘째 모두 의젓하게 코를 내미는 모습이 오히려 짠하게 느껴졌다.
다행히도 아이의 교실에서는 추가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방역관리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포함하여 반 전체 아이들은 자가 격리 대상자가 되었고 오프라인 수업 역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얘들아, 코로나19 검사 어땠니? 우리 다시 건강하게 만나자!!!”
코로나19 선별검사를 받고 다음날 온라인을 통해 다시 만난 큰 아이의 반 친구들은 생각보다 너무나 의연했다. 서로 코로나19 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허세를 부리기도 했다. 누구하나 코로나19로 확진이 된 친구를 원망하지 않았고,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로 확진이 되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하였다.
지난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라 불리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실시해 온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여 일상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이 진행된다고 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평생 마스크를 써야 할 수도 있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 또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이 변화될 수 없다면 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어떨까? 큰 아이의 반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위드 코로나’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아이들에게 있어 ‘당연한 것들’이 회복되어 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만약에 그렇지 않더라도 묵묵히 코로나19를 견뎌온 아이들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칼럼니스트 고완석은 아홉 살 딸, 다섯 살 아들을 둔 지극히 평범한 아빠이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NGO인 굿네이버스에서 1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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