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민낯 폭로 성과… '하마들'은 끝까지 간다"
"한유총 민낯 폭로 성과… '하마들'은 끝까지 간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12.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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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유치원 3법 입법활동’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지난 5월 30일 정치하는엄마들은 국무조정실과 인천교육청을 상대로 비리 유치원·어린이집 명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5월 30일 정치하는엄마들은 국무조정실과 인천교육청을 상대로 비리 유치원·어린이집 명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이 자신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사립유치원 회계부정을 폭로한 지 70일이 지났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비리와 부정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참담함을 느꼈다. 그래서 거리로 나섰다.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70일간 엄마들은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국회는 물론이고 감사원과 법원, 자유한국당사 앞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다 갔다. 

“왜 엄마가 정치를 하냐고 했지만, 사실은 엄마들 빼고 다 정치를 하고 있었어요. 당한 사람만 정치를 안 해서 당한 거더라고요. 우리만 당할 수 없다고 느꼈어요.”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13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 내내 ‘엄마가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반복해 설명했다. 지난 70일은 ‘하마들(정치하는엄마들의 별칭)’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아래는 장 공동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교육부는 지난 10일 시행령 개정으로 사립유치원 에듀파인(국공립유치원에서 사용하는 회계관리전산시스템) 사용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유치원 3법 상황을 지나오면서 교육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할 수 있는 걸 다 한 거 같지 않다. 에듀파인 전면 도입은 환영하지만 유아교육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책이나 대안이 더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법의 허점을 메우는 일을 했다. 비리를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불법행위로 인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고 전과자가 되면 예방효과가 크다. 법에 처벌조항을 넣는 일은 시급하다. 

현재는 비리를 저지른 것이 발견되면 주의 또는 경고, 부당집행금액 환수조치가 전부다. 재발방지가 안 된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법부에 가면 무죄'라고 말했다. 감사로 적발한 내용이 폭로돼서 국민들은 화가 나는데 무죄라고 주장하는 몰염치한 모습을 보고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감사원을 찾아가 한유총을 지속적으로 묵인하고 방조해온 교육부를 감사해줄 것을 청구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아울러 2017년 2월에 발표한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유치원·어린이집 감사 결과 보고서는 개선방안으로 에듀파인, 처음학교로(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과 더불어 교직원 인사업무 전산화를 권고했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교직원 관리는 꼭 필요하다. 교육부가 지난 10월에 발표한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에는 이 항목이 빠져 있다.

원장 급여에 상한선이 없고 일가친척을 교직원으로 채용해서 고액급여를 주기도 했다. 급여부분만 봐도 다른 사립학교 문제와 같다. 초·중·고등학교가 법인화 됐다고 문제가 없나. 가업 승계가 가능하다. 나경원 의원과 홍문종 의원이 교육자 가문으로 유명하지 않나. 나 의원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됐고, 홍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이런데 대한민국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국공립 유치원 비율을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유치원 비리를 폭로하면서 국공립 유치원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Q. 유치원 3법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돌릴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었나.

"우리가 자유한국당을 과소평가했다고 생각한다.(웃음) 그것과 별개로, 여야 할 것 없이 기성 정치인들은 임신·출산·육아에 공감을 잘하지 못한다. 아이들과 엄마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애를 낳으라고 하거나, 대한민국이 위기라느니, 미래세대를 언급하는 등 식상한 얘기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큰 희망이 되지 못했다. 사립유치원 문제가 와닿겠나. 게다가 오제세 의원처럼 돌출행동을 하는 의원도 있었고." 

Q. 유치원 3법 연내 통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앞장 선 곳은 정치하는엄마들과 참여연대였다. 시민사회나 자유한국당 외 야당 등과 더 큰 동력을 형성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야 할 거 없이 아이들 이슈는 늘 한편에 있다. 기성 정치인의 세대나 계층, 성별과 관련 있다고 본다. 진보로 분류하는 정치인도 대부분 남성이기도 하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점에서 아쉽긴 하지만 크게 기대는 안 했다. 엄마들 문제는 스스로 목소리 내지 않으면 기성 정치인들이 공감하지 못할 문제다. 그래서 엄마 당사자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목소리를 내고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통과가 관건이었다. 소수당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키는 게 더 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산안 때문에라도 자유한국당 손을 잡아야 했다. 유치원 3법은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비가 오는 가운데 바른미래당사 앞에서 열린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바른미래당 결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장하나 공동대표는 발언 중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삼켰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지난 11일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제8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한유총 내부에서도 이 이사장의 지도력으로 한유총이 위기를 이겨냈다고 자평하는 거라 볼 수도 있겠다. 이 같은 해석에 동의하는가.

"두 달 전만 해도 한유총 설립자들은 헌신하는 교육자, 사회지도층으로 인식됐다. 아이들 가지고 돈벌이 한다고 누구도 보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이들의 본모습이 드러났고 그 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정치하는엄마와 박용진 의원은 빨갱이'라는 식의 공감대 얻기 힘든 의식에 빠진 듯하다. 그러면서 아직도 억울해하고 반성은 안 한다. 이덕선 이사장의 취임은 ‘반성이 없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Q.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문제제기 이후 두 달 여가 지났다. 언론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을 언급하는 횟수도 많아졌고, 신규 회원도 많이 유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유치원 3법 투쟁 과정에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

"500여 명이던 회원 수가 며칠 전엔 1500명이 넘었다. 세 배가 늘었다. 정치하는엄마들 시작하면서 지인에게 가입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지인 중에 엄마들이 많지 않았기도 하고, 정치 10년 하다보니까 그곳에서도 여성들은 배제됐다는 게 보였다. 정치가 생소했던 엄마들이 법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건 산교육이자 엄청난 성과다.

통과될 거라고 당연히 생각한 법안이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지 회원들은 몰랐을 거다. 모든 과정을 회원 모두가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참여했다. 국회 안에 상임위원회가 있고 교육위원회가 있고, 그 속에 법안소위도 있다는 것 등 모르는 게 많았다. 그때그때 '법안소위를 열어달라'고 전화했다가, 자유한국당이 대응법안을 내놓고 나서는 '법안 표결처리 해달라'며 국회 상황을 반영해서 전달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10월 5일 국회에서 있었던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를 다룬 내용이 나오자 우산으로 화면을 막는 모습. 이날 토론회장에는 전국 사립유치원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해 토론회를 파행시켰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그래도 가장 큰 성과는 한유총이라는 적폐세력이 한국에 있었다는 점을, 그들의 민낯을 폭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한유총은 원장과 설립자를 동원해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4차 세미나’를 무산시켰다. 단상을 점거한 이들은 '어차피 워킹맘은 아이를 볼모로 잡혀 있기 때문에 결국에 우리 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 있던 엄마들 마음속에 ‘이들의 본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을 텐데 꿈이 이뤄진 셈이다." 

Q. 국회에 임시회기를 열어 유치원 3법 연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1일에 정치하는엄마들은 한유총으로부터 쪼개기 후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국회의원 7인과 한유총을 검찰에 고발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설명해달라.

"유치원 3법 연내 처리에 일단 집중한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8일도 마지막인 것처럼 새벽까지 지켜봤다. 조만간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과 임재훈 의원과 면담요청을 할 거다. 이들은 각각 교육위원장과 교육위 간사다.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 법안 통과를 위해 바른미래당과의 토론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3법 입법으로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태를 겪어보니 자연스럽게 교육의 공공성을 고민하게 됐다. ‘스쿨 미투(초·중·고에서 발생한 교사-학생 간 성폭력 문제를 폭로하는 움직임)’에 '하마들'이 돌진하기로 결정했다. 스쿨 미투야말로 정치하는엄마들이 해야 할 일이다. 관련 법안이 있지만 논의도 안 되고 있다. 당사자와 같이 힘을 모아서 ‘그 어렵다는’ 사학법 개정까지 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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