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머릿수가 돈인 나라에서 저출생 극복은 '기적'
아이들 머릿수가 돈인 나라에서 저출생 극복은 '기적'
  • 기고=조성실
  • 승인 2018.12.2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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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21일 국회에서는 '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유치원 비리 분노한 시민들 모여라!'가 열렸다. 이 자리에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발표한 토론문을 베이비뉴스 독자들을 위해 지면에 옮긴다. - 편집자 말

21일 '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1일 '비리유치원 문제 해결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019년의 시작이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2018년 국정감사를 뜨겁게, 그리고 유일하게 달군 키워드였던 유치원 비리 근절. 하지만 국회는 두 달째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유치원 비리가 어떻게 가능할까?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유치원 비리는, 결국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권 그리고 안전과 맞바꾼 대가를 지불하고서야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우리가 유치원 비리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의 건강이, 안전이, 교육권이 현재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위협받을 거란 이야기다. 

비단 급식 비리뿐 아니다. 단순 행정상의 실수를 제외한 대다수의 회계 비리는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교육권을 침해해왔다. 노후 시설 교체 및 수리를 위해 적립된 비용이 개인의 비자금으로 축적되고, 교육비 명목으로 학부모들이 납입한 부담금이 다양한 방법으로 차용된 개념이다.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국민들의 압도적 열망과 공분은 바로 이러한 사실에 기반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치원 비리 실태가 과장되었으며 국민들의 충격 역시 편향적인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태도는 국민의 수준 자체를 모욕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국민들의 요구는 단순하고 상식적이다. 유치원을 투기의 용도로 사용하고 우리 아이들을 자신의 금고처럼 인식하는 운영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하자는 것. 그러나 국회는 이러한 기대를 처참히 무산시켰고 유치원 관련법을 말 그대로 정쟁화 했다. 

수백 건의 법안이 처리된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유치원 3법'은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의 전형적인 시간 끌기 전술 속에 결정적인 시간을 다 흘려보냈고, 그나마 어렵게 논의가 시작된 말미에 가서는 사유재산권 프레임과, 분리 회계 관련 법안(일명 유치원 비리 보장법, 또는 부모 호구법)을 논의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다 소모했다.

4000여 명의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의 사유재산권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와중에, 오랜 세월 동안 침해되어온 아이들(현재 사립유치원 재원 아동 수 대략 50만 명)과 학부모들의 권리는 좀체 다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 학부모들과 대다수의 국민들이 절망했고, 또 분노했다.

물론 지난 두 달여간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교육부가 발표한 종합대책과, 에듀파인 도입 등을 위한 관련 부령 및 지침 등의 개정 노력은 유의미하고 일면 적지 않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의 법령 체계하에서는 유치원을 불법 또는 편법적으로 운영하며 수십억, 수백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형성하더라도 설립자에 대한 형사상 처벌이 불가능하고 행정조치와 환수 조치만이 가능하다. 여기에 가장 큰 맹점이 있다. 이러한 현행법하에서는 자연스럽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행정조치 된 금액을 뱉어내기만 하면 그만인 현실에서 아이들은 또 다시 볼모로, 그리고 머릿수당 일정 금액의 돈으로 환산되고 취급된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하고 필요 시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 유치원 비리 사태에서 국회가 보여준 '무능력'과 '무관심'

한유총과 자유한국당이 계속 언급하는 것이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권과 개인사업자 논란이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자. 우선 사유재산권에 대한 논란이다. 정부가 10월 25일에 발표한 종합대책뿐 아니라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 어디에도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만한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개입 사업자 논란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별히 사인으로 운영되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유치원 3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 해도 여전히 운영자의 사유재산으로 유지되며, 그 어떤 권한의 침해도 일어나지 않는다. 유치원 부지도 유치원 건물도 여전히 유치원 소유이기 때문이다.

또한 2017년 2월 개정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통해 적립금과 차입금 등을 세입 세출 예산에 포함시켰기 때문에, 사실상 사립유치원 형편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이 필요하단 한유총의 주장 역시 무의미하다. 결국 에듀파인 도입을 반대(또는 지연)하기 위한 회피성 답변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뿐 아니다. 그간 한유총이 주장해온 시설 이용료의 경우 그 어떤 영리기관에도 적용되지 않는 회계원칙으로, 비영리기관으로서 매우 비윤리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헌법 제23조 제3항에 따르면 사유재산권의 공적 사용에 대한 보상은, 교사와 교지의 제공에 강제성이 있어 기본권이 제한될 때만 인정된다. 현행법하에서는 영리 기관의 경우에도 자기 건물에서 사업을 하는 사업자가 법인 통장에서 스스로 임대료를 계상해 받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자가계상 임대료는 회계상 불가한 개념이고, 사립유치원이 비영리기관이란 점을 감안할 때 더욱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또한, 사립유치원은 교육 용역을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오랜 기간 면세 대상이었다. 부가가치세가 면제되고, 취득세와 제산세의 85%가 면세되고, 심지어 나머지 15% 마저 개인이 납부하는 대신 교비 회계에서 납부가 가능하다. 사업소득세 역시 면제이고, 오로지 원장 개인급여에만 소득세가 부가된다. 한유총은 그럼에도 두어 차례에 걸친 국회 토론회를 통해 사립유치원의 상속세 비과세 법제화까지 모색해왔다.

결국 사립유치원에 대한 개인사업자 논란과 시설이용료 주장은, 사립유치원들이 교육기관이자 비영리기관으로서 온갖 면세 혜택은 다 받고 있으면서 그에 합당한 역할은 전혀 하지 않겠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이 모든 논쟁이 사실상 정치적 필요에 의해 반복되고 있을 뿐, 이 모든 주장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개인 용도의 지출은 원장님 월급에서 쓰면 되고, 오롯이 개인 사업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싶다면 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한 국고 지원금 일체를 받지 않으면 된다.(현재 유아교육 기관에 대한 국고 지원금 수준은 연 2조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한유총과 자유한국당은 교육기관으로서의 특혜와 권리를 보장받으면서도 교육기관에 대한 책무는 개인사업자란 이름으로 외면하고 있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덧붙여 사립유치원들이 비영리기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선단체는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족들이 동원된 유치원 경영, 억대 규모의 원장 연봉, 여러 명목의 국고 지원만 고려해도 영리 목적의 운영이 불가할 뿐 수익은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자기 돈 들이고 적자를 감안하면서까지 자선사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나 한유총은 국정감사 자리에서까지 사립유치원의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번에 불거진 유치원 비리 실태가 마치 생계형 비리인 것처럼 호도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도 이토록 해괴한 논리들이 유치원 관련법을 통과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한유총과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에게도 이에 대한 책임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용진 의원의 '유치원 3법'을 당론 발의하고, 5당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통해 유치원 관련 법을 이번 회기 내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사실상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용진 의원과 교육위 법안소위에 참석한 극소수의 의원들을 제외하고 그 어떤 의원도 이 법안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을뿐더러, 홍영표 원내대표의 경우, 본회의 마지막 날 오전 11시 1분이 되어서야 유치원 관련법이 오늘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며 릴레이 포스팅에 동참해달란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마지막 본회의를 불과 8시간 정도 앞둔 시간이었다.

그 사실에 부모들은 더 크게 절망했다. 이 법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앞장서줄 것으로 기대한 더불어민주당마저 그 어떤 적극적 조치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유치원 관련법을 도외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른미래당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이 한유총과 국회 토론회를 주최하고 한유총을 조력하고 지원하는 법안을 통해 유치원 관련법 통과를 앞장서 막았다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혹은 극도로 최소한의 정치적 제스처만을 취함으로써) 유치원 비리 근절을 갈망하는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저출생 극복, 유치원 관련법의 연내 통과에서 시작하라

이제 2018년이 불과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2019년 초가 되면 곧 2018년 대한민국의 출생아 수가 얼마나 획기적으로 감소했는지, 고로 대한민국의 인구정점 시기가 얼마나 더 빨라졌는지,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따라서 저출생 극복이 얼마나 중차대하고 시급한 국정과제인지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외칠 것이다. 국회가,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지, 다시 말해 저출생을 극복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에 관해 끊임없이 어필할 것이다. 각종 토론회를 개최하고 창의적인 법안을 상정하고 찾아가는 행사마다 잊지 않고 저출생 위기론을 언급할 것이다. 그야말로 '기-승-전-저출생' 시대임을 입증해보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그 어떤 전투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저출생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너무도 비극적이지만 자명한 사실이다. 2018년 유치원 비리 사태에서 보여준 국회의 무능력과 무관심이야말로 이를 입증할 만한 가장 확실한 지표다.

태어난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은 아랑곳 않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의 머릿수 하나 하나가 곧 돈으로 인식되는 사회에서, 저출생이 극복되길 바라는 게 더 기적적인 일 아닐까?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저출생이 지속되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러울 정도다.

이번 사태의 바탕에는 현재의 비리 실태뿐 아니라, 급격한 저출생으로 인해 발생될 원아 수 감축, 그리고 자연 폐원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그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 없었던 유치원 사업의 수익률이, 줄어드는 아이들로 인해 자연 감소할 거란 위기론 말이다.

이 지점이 가장 애석하고 속상하다. 현재 유치원에서는 선생님 한 명이 통상 20~30명의 유아들을 돌본다. 아동인권과 행복은커녕 안전만 담보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를 바꾸기 위해, 교사 1인당 아동 수 축소를 위한 현장의 요구가 10여 년째 지속되어왔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부모들이, 교사들이, 운영자들이 함께 지켜야 할 것은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행복이고, 함께 바꿔나가야만 하는 것은 유아교육 현장이다. 인간적인 돌봄과 유아교육이 가능하도록 현장을 바꿔가는 일 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제가 너무도 멀게만 느껴진다. 극소수의(한유총의 주장대로라면) 납득할 수 없는 횡령과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반보도 내딛지 못하는 지금, 목적에 맞지 않게 돈을 횡령했을 때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는 아이들의 현장을 조금 더 신나고 건강한 곳으로 바꿔주기 위한 변화를 일궈낼 수 있을까? 꿈이나 꿀 수 있을까?

정작 부모와 운영자와 교사와 정부와 국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답을 찾아가야 할 문제는, 횡령을 횡령으로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아니라, 교사 한 사람이 몇 명의 유아를 돌보는 것이 가장 적당한지가 아닐는지.

교육자로서 위신과 권위를 존중받고 싶다면(부모들이야말로 정말로 존경할 수 있는 유아교육자를 기다린다!), 유아교육 기관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 보장받고 싶다면(믿을 수 있는 유아교육 기관을 찾는 일이야말로 부모들이 간절히 바라는 바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국회는 유아교육기관의 비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유치원 관련법을 이번 임시국회(연내)에서 반드시 통과시켜라. 그렇게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한 뒤에 우리 모두 함께 또 다시 그리고 새롭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유아교육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 적어도 교사 한 사람이 인간답게 아이들과 눈 마주치고 상호작용 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위해서. 그것만으로도 갈 길이 멀다.

우리 아이들이 이 사태에 대해 물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답을 해줄 수 있을까.

“유아교육의 주인은 유치원 주인이 아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여기에 모든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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