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유찬이법 속에서 아이가 우리보다 오래 살아 있길”
“태호·유찬이법 속에서 아이가 우리보다 오래 살아 있길”
  • 이중삼·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8.0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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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이소현 씨 인터뷰②

【베이비뉴스 이중삼·최규화 기자】

김장회 씨는 21만 명이 참여한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남는다고 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김장회 씨는 21만 명이 참여한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이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남는다고 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5월 15일 인천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초등학생 두 명이 숨지고 여섯 명이 다쳤다. 하지만 여덟 살 태호를 잃은 김장회·이소현 씨는 슬퍼할 틈이 없었다.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한 안전벨트 착용, 인솔 교사 동승, 하차 후 차량 내부 점검 등을 의무화한 이른바 ‘세림이법’. 하지만 태호가 탄 ‘노란색’ 축구클럽 차량은 그 법의 바깥에 있었다. 분명 학원인 줄 알고 보냈는데, 축구클럽은 학원이 아닌 ‘서비스업’ 사업장이었다. 법적으로 어린이 통학버스가 아니었다.

사고 뒤 9일이 지난 5월 24일. 부모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오늘도 도로를 질주하는 노란색 ‘시한폭탄’들. “아이를 가슴에 묻고 울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원통하고 슬픈 엄마들”은 “도대체 다음 희생자는 어떻게 막으실 건가요?”라며 어린이 통학안전 대책과 근거법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 카페에서 만난 김장회·이소현 씨에게 국민청원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물었다. 국민청원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고 뒤 일주일쯤 지난 날. 피해아동 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다들 ‘그 축구클럽 좀 이상했어’, ‘원래 통학차량에 문제가 많았어’, ‘사실은 이런 일도 있었어’ 하는 이야기를 했다.

“같은 문제가 있다는 걸 각자 알고 있었는데, 공유할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사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좀 별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은, 이상하게 저희가 돈을 내면서도 ‘을’이잖아요. 다들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그 자리를 통해서 국민청원을 쓰게 된 겁니다.”(김장회)

국민청원을 올리기 전까지 두 사람은, 축구클럽 통학차량이 세림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김장회 씨는 “운전자의 잘못만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축구클럽에도 관리 부실 책임이 있고, 어린이 교통안전 제도에도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교육부나 문체부는 책임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말 아무도 책임이 없는 거예요. 축구클럽 대표마저도 법적인 책임이 하나도 없어요. 다 국민청원을 올리고 나서야 알았어요.”(이소현)

한 달 동안 국민청원에 동참하는 국민의 수가 20만 명을 넘으면 청와대는 그 청원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놓게 돼 있다. 이소현 씨는 ‘20만 명’이라는 목표 하나로 한 달을 버텼다. 21만 3025명의 국민들이 “세상에서 가장 원통하고 슬픈 엄마들”의 손을 잡아줬다. 청와대는 지난달 11일 공식 답변을 내놨다.

“제가 어떤 인터뷰에서 ‘국민청원이 달성되면 아이가 돌아올 것 같다’고 했는데, 댓글에 ‘이 아줌마 정신병이야’라고 달렸어요. 그런데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감이 되는 거예요. ‘그래, 내가 지금 정신병이지.’ 국민청원이 달성되면 모든 게 이뤄질 것 같은 기대가 있었어요. 달성하고 나니 눈물이 확 나는데, 좋은 일도 아닌데, 느낌이 묘했어요. 그런데 나중엔 알았어요. 국민청원이 달성돼도 달라질 건 없다는 걸.”(이소현)

이소현 씨가 태호·유찬이법 통과를 위한 활동에 열심인 이유는 ‘만약 자신들이 나서지 않아서 이런 사고가 또 난다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이소현 씨가 태호·유찬이법 통과를 위한 활동에 열심인 이유는 ‘만약 자신들이 나서지 않아서 이런 사고가 또 난다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 21만 명 동참한 국민청원… “아이들 무슨 차 타든 똑같이 보호해야”

청와대 답변의 주요 내용은 ▲스포츠클럽을 어린이통학버스로 관리하기 위해 ‘체육교습업’으로 규정해 ‘신고체육시설업’으로 추가하고 ▲이를 위해 문체부가 ’체육시설법 개정 TF’를 구성해 실태조사와 체육시설법 개정안 마련에 나선다는 것이다. 김장회 씨는 청와대의 답변이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남는다고 했다.

“소극적으로 조금만 바꾸려고 하는 게 느껴져요. 축구클럽만 안전하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거든요. 제일 중요한 건, 어린이들이 무슨 차를 타든 똑같이 보호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원하는 건 그거예요. 청와대 답변에 언급된 관계부처가 행안부, 국토부, 교육부, 문체부, 산업부, 경찰청 여섯 곳이에요. 부처별로 ‘니네 소관 우리 소관’ 하는 게 가장 화가 나요. 모든 어린이통학차량은 같은 규정 안에 둬서 관리해달라 이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는 아이들 안전벨트죠. 6세 미만 아이들은 카시트가 의무화돼 있지만, 6세 이상부터 13세 미만 아이들에게 맞는 안전벨트가 없는 거예요. 버클식으로 하나만 달면 아이들 어깨까지 잡아주는 안전벨트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걸 의무화하는 제도도 하나 만들어지면 좋겠어요.”(김장회)

지난 6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비례대표)은 ‘도로교통법’ 및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어린이 탑승·운행 자동차,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대상에 체육 교습 업종 포함 ▲어린이통학버스 표지, 보험가입 등 안전요건 미비 시 500만 원 과태료 부과 ▲운전자 및 운영자의 의무사항 위반 시 제재 강화 ▲어린이통학버스 운행 시 안전운행기록 및 운행기록장치 의무 작성·제출 ▲통학버스 교통법규 위반 정보 해당 시설 홈페이지 공개 등이다.

이번 사고로 숨진 두 아이의 이름을 따서 이 법안을 ‘태호·유찬이법’이라 부르기로 했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가슴 아픈 법안이 또 하나 생겨났다. 부모에게는 너무 괴로운 이름이다.

“태호·유찬이법이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고민했어요. ‘이게 맞나? 왜 태호 이름이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야 하지?’ 혼란스러웠는데, 어떤 분이 SNS에 ‘태호가 그 법 속에서 우리보다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해주신 말씀이 정말 와닿았어요. 그래서 이 법을, 태호·유찬이법을 꼭 통과시키고 싶어졌어요.”(이소현)

“법안에 아이들 이름 붙이는 거, 안 하고 싶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이 법안에 관심을 가져줄 테니까…. 사실 좀 불안해요. 세림이법이 다 잡아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잖아요. 태호·유찬이법이 통과된다 해도, 나중에 사각지대가 또 있다고 하면 저희가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 부담스러워요.”(김장회)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그날, 두 사람은 ‘태호·유찬이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청원인 대표는 김장회 씨. 그리고 1873명의 국민들이 손수 청원서에 자신의 이름을 더했다.

“법안 통과가 제1목표라, 앞으로 그것(과 관련된 계획)밖에 없어요. 법안이 통과되도록 국민들이 계속 신경써주시고, 국회가 아이들한테 진짜 필요한 법을 만들어달라고 저희가 나서서 할 수밖에 없어요.”(김장회)

지난달 23일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 씨와 이소현 씨를 만났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3일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 씨와 이소현 씨를 만났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 “내 아이만 살아서 미안하단 말, 이제 그만 하는 사회 됐으면”

사고 후 김장회 씨와 이소현 씨는 기자회견, 토론회 참석, 언론 인터뷰 등을 계속 해왔다. 두 사람도 잘 안다. 그렇게 해봤자, 태호·유찬이법이 통과돼봤자 아이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런데 왜.

“사고 다음 날부터 지금까지 똑같아요. 태호를 생각하면 (아내와) 껴안고 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는 태호 같은 아이를 만들지 말자’ 세뇌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럴 리 없겠지만… 엄마아빠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하늘 위에서 태호가 좋아해줄 거 같아서 하는 거예요.”(김장회)

“처음에는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했어요. (마음이) 정말 바닥까지 가요. 차에 타고 있으면 누가 나도 똑같이 들이받아 줬으면 좋겠고, 그만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고…. 그러느니 우리가 움직여보자 하고 다니고 있어요. 저도 휴직하고 태호 아빠도 일을 내려놓고 ‘이게 태호를 위하는 길 아닐까’ 하는 거죠.”(이소현)

하지만 주변에서는 두 사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치에 이용당하고 소비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다. 그분들의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소현 씨는 “그래도 할 수밖에 없다”며, “저희가 이용당하지 않으면,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아무것도 만들어줄 생각이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김장회 씨가 바라는 건 “저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는 것, 아무도 저와 같은 일을 겪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부모님들이 더 관심 있게 봐달라’는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부모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 정말 하기 싫어요.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안전하게 책임져야죠. 책임을 부모한테만 넘기는 구조는 정말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부모님들이 해주셔야 한다는 거예요. 아이들 안전에 대해서는 같은 마음으로, 모두 내 아이가 타고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김장회)

사고가 난 뒤 두 사람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참 많았다. 우선 다친 아이들의 부모들. 그들은 ‘내 아이가 살아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한 시간이 10분도 안 됐다’고 말한다. 숨진 두 아이의 부모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어떤 ‘어머니’에게서 미안하다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

“장문의 편지를 보내오셨는데, 미안하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시작하는 거예요. 그분 아이가 그 축구클럽에 다녔는데, 너무 엉망이었대요. 차문이 고장 나서 아이들이 창문으로 내린 적도 있고, 문을 고쳤는데 또 고장 나서 뒷자리 아이가 앞으로 기어와서 조수석으로 내리는 걸 보고 ‘여긴 아니다’ 싶어서 그만뒀대요. 그 어머니 말씀이, 그때 바로잡지 못하고 혼자 빠져나간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이소현)

이웃 주민들 중에도 두 사람을 보자마자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소현 씨가 태호·유찬이법 통과를 위한 활동에 열심인 이유도 결국 그것이다. 만약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난다면 너무 화가 날 것 같아서. 만약 자신들이 나서지 않아서 이런 사고가 또 난다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아서.

김장회 씨는 사고 한 달쯤 전인 지난 4월에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을 봤다. 그때 그는 ‘아이 잃은 부모들의 마음이 어떨까’ 하고 미안해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모두 미안해해야 하는 사회. 인터뷰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이제 서로 그만 죄송하고 그만 미안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당신들도 나와 같은 슬픔을 겪어봐야 바꿀 겁니까’라고 묻고 싶을 때가 있어요. 누구든 이런 슬픔을 다시는 겪게 하지 말자고 저희가 나서는 건데, 요지부동인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슬픔을 무기로 싸워야죠. 가만히만 있으면 더 안 좋아질 거예요.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도 태호는 이 세상에 없거든요. 그때도 여전히 슬프겠죠. 그런데 만약 그때도 이런 사고가 난다면, 우리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어요.”(김장회)

☞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이소현 씨 인터뷰① : 두 번째로 축구클럽 차를 탄 날,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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