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비극 막는 법, 공감 못하는 국회의원들 제일 답답"
"아이들 비극 막는 법, 공감 못하는 국회의원들 제일 답답"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10.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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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 통과 촉구 활동 '태호 아빠' 김장회 씨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 앞. 정치하는엄마들은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도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핵심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하준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장회 씨(태호 아빠)는 “의원님마다 저희(들)에게 죄송하다고 말씀하셨다”라며 “이제 그만 죄송해하고 제발 법 좀 만들어서 아이들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호는 지난 5월 15일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자회견 직후부터 지난 25일까지 5일간 부모들과 함께 국회의원회관 내 300곳의 모든 의원실을 방문해 법률안 통과를 촉구하는 동의서를 전달했다. 미리 약속된 곳은 없었다. 무작정 찾아갔다. 김장회 씨는 의원실을 방문한 5일 모두 동행했다. 김장회 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태호 아빠 김장회 씨는 지난 일주일간 국회의원실을 돌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베이비뉴스는 29일 김장회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 씨의 모습.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 씨(가운데)와 이소현 씨(오른쪽). 왼쪽은 태호·유찬이법을 발의한 이정미 의원.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Q. 지난 일주일간 300곳의 국회의원실을 방문하면서 어린이 생명안전 법안 통과를 촉구하셨습니다. 활동에 직접적으로 나서게 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일단 제가 너무 화가 났습니다. 어린이 생명안전 법들이 국회에 발의만 돼 있는 상태로 계류 중이라는 사실에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충청남도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치여서 숨진 민식이가 있습니다. 민식이 아버님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울먹이며)

결국 정치하는엄마들에게 '모든 국회의원실을 찾아가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제가 한음이·하준이·해인이·민식이·유찬이 부모님들과 연락을 해 대표로 의원실을 돌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Q. 지난 일주일간 국회의원실 300곳을 방문하시면서 느끼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A. "그냥 찾아갔습니다. 첫 날(21일)에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님이 의원실을 거점으로 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의원실에 짐을 놓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해인이네 부모님도 뵙게 됐습니다.

기자회견하는 날에 이정미 의원님도 함께 해주셨고, 감사했습니다.(이정미 의원은 지난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사고로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딴 '태호·유찬이법'을 발의했고,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정기 국회 내 통과 동의서’에 처음으로 서명한 의원이기도 하다. - 기자 주)

22일부터 25일까지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님이 사무실을 빌려주셨습니다.(이용호 의원은 2017년 서울랜드 주차장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이름을 딴 '하준이법'을 발의했다. - 기자 주) 두 분 국회의원님 덕분에 국회의원회관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보시면서 '이건 쟁점 사안이 아닌데 왜 계류돼 있지?' 하시면서 공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꼭 통과돼야 한다고 해주시는 국회의원분들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법안을 보시더니 '이건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나 위원장을 찾아가서 요청해야 한다'면서 '300명 국회의원을 전부 찾아가는 건 시간 낭비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지금 태호·유찬이법은 발의된 지 3~4개월 됐고, 해인이법은 거의 3년 동안 계류 중입니다. 이러한 법안들을 통과시켜달라고 의원실을 방문하는데, 아이들 생명과 관련된 법안이지만 항상 상임위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만큼 절실하니까 의원실까지 일일이 방문하는 건데, 몇몇 의원실을 방문했을 때는 공감을 못해주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럴 때 제일 답답했습니다.“

국회의원실 300곳을 돌면서 어린이생명안전법 통과를 촉구하는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 김장회 씨의 모습. ⓒ정치하는엄마들
 어린이생명안전법 통과를 촉구하는 포스터를 국회의원실에 붙이고 있는 김장회 씨. ⓒ정치하는엄마들

Q. 혹시 일주일간 국회의원실을 방문하시는 활동을 하시면서 그나마 위로가 되시거나 긍정적인 소중한 순간들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많습니다. 우선 정치하는엄마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님은 총선 불출마 의사 밝히셨던 날에 저희를 만나주셨습니다. 표창원 의원님은 아이를 안전사고로 떠나보낸 부모들을 어떻게든 도와주시려고 힘써주시고 계십니다. 아울러 이정미 의원님과 이용호 의원님도 많이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국회 본청은 의원회관보다 들어가기가 까다로웠는데,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안민석 의원님도 만나 뵙고 위로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본청까지 들어갔던 이유는 의원실에 방문하니 각 위원장분들은 의원실에 안 계시고 본청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민석 의원님 덕분에 본청에 들어가 의원님 또는 해당 보좌관님들을 만나뵐 수 있었습니다.”

Q. 끝으로 다시 한번 국회의원들에게나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11월까지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야 하는데, 30일까지 의원들의 동의서를 취합해서 언론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 동의서라는 게, 받는다고 해서 큰 효력이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압니다. 그만큼 저희가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아이들 안전에 대해서는 제발 통과시켜달라고 하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하는 건데, 이번에 통과가 안 된다고 하면 회신이 안 오는 의원실에 다시 한번 찾아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어린이 안전 문제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실적이 아닙니다. 국회의원분들은 당 입장도 생각해야 하는 게 있겠죠. 그러다 보니까 제일 중요한 게 아이들 안전인데, 이런 것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는 사회가 아니라, 태어난 아이의 생명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한편,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는 해인이법과 민식이법과 관련해 청원이 진행 중이다. 해인이법은 2016년 4월 14일 경기 용인시에서 차량에 치인 후 후속조치가 늦어 세상을 떠난 해인이 이름을 땄다. 해인이법은 같은 해 8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여전히 이 법은 계류 중이다.(▶국민청원 바로 가기 : '우리 아이의 억울한 죽음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해인이법의 조속한 입법을 청원합니다')

민식이법은 지난달 11일 충남 아산시 스쿨존 차량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이름을 땄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민식이법)을 대표발의 했지만 여전히 법안은 멈춰 있다.(▶국민청원 바로 가기 : '제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죽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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