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이법’ 통과 후, 운전자 인식은?…486대 중 단 1대만 고임목 설치
‘하준이법’ 통과 후, 운전자 인식은?…486대 중 단 1대만 고임목 설치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12.24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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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어린이 안전 위협하는 '경사로 주차 차량'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4일 오전 베이비뉴스가 인천시 계양구 지역을 자체 점검한 결과, 총 486대 차량 중 단 한 대만이 고임목 설치가 돼 있었다.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24일 오전 베이비뉴스가 인천시 계양구 지역을 자체 점검한 결과, 총 486대 차량 중 단 한 대만이 고임목 설치가 돼 있었다.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사실 (하준이법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는 솔직히 (하준이법을 알리는 데) 정부가 의지도 없고, 이런 비슷한 사고를 막아보려는 생각도 없다고 봅니다. 단순히 그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거지, 정부는 회피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사실에 속상합니다. 할 수 있는 방안을 다 해본 후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

경사진 곳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경우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설치를 의무화하고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추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주차장법 일부 개정안’, 이른바 ‘하준이법’이 20대 국회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딱 2주가 됐다. ‘하준이법’ 통과 이후 운전자들의 인식은 변화가 있었을까.  

24일 베이비뉴스는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인천 계양구 내 계산동·작전동·임학동·서운동 등 4곳을 샅샅이 돌면서 주차돼 있는 차량 총 486대를 대상으로 고임목 설치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다. ‘하준이법’ 통과 이후 운전자들이 경사로에 주차한 후 얼마나 고임목을 설치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에 나선 것.

◇ ‘민식이법’은 알아도 ‘하준이법’은 몰랐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 부근 경사로에 주차돼 있는 차량들의 모습.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인천 계양구 계산동 부근 경사로에 주차돼 있는 차량들의 모습. 이중삼 기자 ⓒ베이비뉴스

점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기자가 확인한 486대 차량 중 단 한 대만이 고임목을 설치했을 뿐이었다. 위치는 작전동에 위치한 주택가였다. 기자는 고임목이 설치된 차량 앞 유리에 놓여 있는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수화기 너머 중년의 남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고임목을 설치해둔 이유를 묻자 익명을 요청한 김아무개 씨는 “고임목은 항상 챙겨 다니는 데, 평소에는 잘 쓰지 않지만, 경사가 너무 가파른 것 같아서 혹시나 차가 밀릴까봐 해놨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하준이법’을 알고 있느냐”라고 묻자, “모른다”고 답했다. 

같은 날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는 베이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준이법’이 통과 안됐더라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자동차 기준을 세우면, 현재 외제차처럼 우리나라 차량도 경사로 주차 시 경고음을 울리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정부는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 안전에)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서운동에 위치한 서운체육공원을 돌면서 주차된 차량의 고임목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을 때, 아이의 손을 붙잡고 공원을 산책 중인 한 여성을 만났다. 세 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아무개 씨도 ‘하준이법’을 모른다고 했다. 이 씨는 “‘민식이법’은 들어봤는데, ‘하준이법’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뒤이어 경사로 주차 시 차량의 고임목 설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저도 차가 있는데, 고임목이 없다”면서 “사이드브레이크를 걸어두면 되지 않나요, 고임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임학동에 위치한 주택가와 상가를 돌면서 점검할 때는, 경사진 곳에 주차를 하고 있는 차량을 보고, 운전자에게 다가가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고임목 설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익명을 요청한 이아무개 씨는 “사이드브레이크하면 차가 안 밀리는데, 왜 고임목을 두느냐”면서도 “무거운 트럭은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 씨는 “하준이가 누구냐”고 되묻기도 했다. ‘하준이법’이 통과가 됐지만, 여전히 운전자들의 인식은 미흡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하준이법’ 담당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전화해 법과 관련해서 홍보 계획이 있는지, 지침은 만들었는지 등을 확인해보려고 시도했으나, “현재는 출장 중입니다”라는 목소리만 반복해 나올 뿐, 답변은 끝내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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