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본회의에 오른 199개 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을 처리하기로 한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없다 소식을 접한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2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 앞에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과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부모들이 찾아왔다.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에 올라온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이 필리버스터는 계속될 수 있고, 저희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 대장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불법 패스트트랙에 대한 완전 철회 선언과 친문게이트 국정조사 수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는 “저희는 정말 수많은 민생 법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민식이, 하준이, 태호·유찬이, 해인이, 저희 모두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다”면서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필리버스터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주자“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제안했다. 민식이법 통과 합의에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는 단서를 단 것이다.
나 원내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을 회의장 안에서 함께 듣고 있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과 부모들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회의장 복도 의자에 앉은 민식이 엄마 박초희 씨는 남편인 김태양 씨에게 안겨 오열했다. 박 씨는 “이건 정말 아니지 않아요?”라는 말을 남기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 해인이 아빠 이은철 씨 "지금 저희 아이들 살려달라고 떼쓰는 겁니까"
회의장 복도에서 부모들은 하나같이 나 원내대표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태호 엄마 이소현 씨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여·야 간 협상카드가 됐다, (필리버스터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지금 (본회의) 이날 때문에 여태까지 달려온 거다, 그렇게 절실하게 급급하게 맨날 울어가면서 이날 때문에 온 건데,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해인이 아빠 이은철 씨는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 신청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에요, 지금 저희 아이들 살려달라고 떼쓰는 겁니까”라며 분노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운전자의 안전 의무와 주차장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하준이법,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자 응급처치를 의무화하는 해인이법,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에 포함시키는 태호·유찬이법, 통학버스 운영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한음이법, 스쿨존 과속카메라 및 과속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이 그것이다.
이후 나경원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충돌이 일어났다.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는 나 원내대표와 마주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웃어요? 웃어요? 웃깁니까?”라며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강행하면) 20대 국회는 문 닫는다, 절박한 마음으로 요청한다”며 나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난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구성동구갑)은 국회 1층 중앙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이 오늘(29일) 본회의장 법안 통과를 보고 싶어서, 다른 법이 한꺼번에 통과는 못하지만, 민식이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 싶어서 저희 의원실에 요청해 국회 본회의 방청권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부모님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가셨다, 나 원내대표 답변을 들을 때까지 (본회의 상정된 안건들이 통과될 수 있도록)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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