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한마디로 '꼰대'… 젊은 부모 이해 못해”
“20대 국회는 한마디로 '꼰대'… 젊은 부모 이해 못해”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2.13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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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①]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입법활동 '태호 아빠' 김장회 씨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의 한 카페에서 태호 아빠 김장회 씨가 베이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의 한 카페에서 태호 아빠 김장회 씨가 베이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제20대 국회 임기가 오늘로(13일) 정확히 세 달하고 12일 남았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 6225건에 달한다. 오는 5월 25일 20대 국회가 폐회하면 이 법안들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특히 사라질 법안 중에는 ‘어린이생명안전법안’도 포함돼 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들.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 ‘하준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총 다섯 가지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그중 '민식이법'과 '하준이법'만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교통단속카메라와 방지턱 설치를 의무화하고 운전자의 안전의무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하준이법’은 경사진 곳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경우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설치를 의무화하고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다.

태호는 지난해 5월 15일 인천 송도에서 발생한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태호·유찬이법’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됐지만, 심사가 유보됐다. 법안의 핵심 내용인 어린이통학버스 적용 차량 확대 문제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정부가 안을 마련해서 재논의 하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법안의 핵심은 유치원·어린이집의 차량은 물론 축구클럽과 같은 체육시설과 학원 차량 등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차량 신고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태호·유찬이법’은 입법을 향한 첫걸음도 딛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를 호소해온 '태호 엄마' 이소현 씨를 12번째 인재로 영입했다. 이날 입당식에서 이 씨는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지만 이제 저는 울지 않으려고 한다”며,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일에 관해 아이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헌신적으로 일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 매일같이 국회를 찾아,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이 남긴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통과를 호소했다. '태호 아빠' 김장회 씨 역시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국회를 찾아, 피켓을 들고 의원들을 기다리고, 만나는 의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부탁했다. 김 씨는 20대 국회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할까.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10일 전화와 서면으로 김 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 “잘한 것 없는 20대 국회… 야당의 무조건적 비판과 언론도 한몫”

지난해 11월 27일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촉구를 위해 모인 유가족들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이채익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 무릎을 꿇고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1월 27일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를 위해 국회에 모인 유가족들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이채익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 무릎을 꿇고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아이들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하셨습니다. 이 법안들의 통과를 위해 지난해 말 매일 출퇴근하다시피 국회를 찾아 호소하신 바가 있죠. 그때 느끼셨던 20대 국회의원들의 이미지는 어떠셨나요?

“한마디로 '꼰대'. '꼰대'의 전형이었습니다.”

Q.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중 ‘민식이법’과 ‘하준이법’만 통과했습니다. 다른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정치 프레임과 이에 동조하는 보수언론사입니다. 저는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는 법안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했고, 신사적으로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기다려줄 만큼 기다려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접 국회를 찾아가 행동에 나선 겁니다.

특히 20대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한 이유는 야당(자유한국당)의 무조건적인 비판이 가장 큽니다. 더불어 특정 집단의 목소리만 반영하는 보수언론사도 문제라고 봅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국회에서 이것만큼은 잘했다’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나요?

“잘한 게 없습니다. 빈말이 아닙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 동의서를 받으러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니다가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한테 붙잡혀 훈수를 들었을 때 이 사람들이 얼마나 어린이생명안전법안에 공감을 못하고 있는지 여실히 느꼈습니다.

일주일 동안 300명 국회의원실을 하나하나 돌며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에 힘써달라고 호소하는 제게, 그 의원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를 찾아가 법안소위를 열어달라고 해라’, ‘법안을 발의한 의원한테 강하게 요구하라’고 하는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동떨어진 조언을, 그분은 진심을 다해 저에게 알려줄 때 국회가 얼마나 잘못돼 있는지 느꼈습니다. 그분이 말하는 모든 행동을 안 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이미 다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일일이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동의서에 서명을 받으려 했겠습니까.”

Q. 20대 국회의 지난 4년 동안을 돌아봤을 때, 10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주실 수 있을까요?

“50점짜리 국회입니다. 거대 정당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힘싸움만 하지 않았습니까. 존재감만 뽐냈을 뿐입니다.”

◇ “21대 국회, 탁상공론 말고 부모들 목소리 들어야”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국회를 찾은 김장회 씨가 연기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 국회를 찾은 김장회 씨가 본회의 연기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다가오는 총선에서 어떤 점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입법활동의 연장선에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안전 감수성'을 중요하게 보실 것 같습니다.

“저는 반대로 묻고 싶습니다. 안전 감수성이 높지 않은 사람이 있었나요? 지난 정권에서 세월호 사건을 겪고, 안전의식과 지휘체계의 중요성을 다 알고 있지 않았나요? 돌아오는 총선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어느 사회계층의 말을 듣고, 어디로 향하는지 잘 봐야 합니다.

(20대 국회의원 당선 시점을 기준으로) 국회의원 평균 나이가 55세가 넘습니다. 국회의원 중 미취학 아동을 포함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가진 국회의원이 열 명 정도밖에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이 중요하게 다뤄지겠습니까?

중진 국회의원도 필요하고, 그들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2030세대 청년들은 중요하지 않나요? 20대 국회의원 중 2030 세대가 몇 명이나 있습니까? 어느 국회의원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2000만 원을 주고, 아이기 성년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1억 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출산주도성장’ 정책을 내놨습니다. 여성들을 애 낳는 기계로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20년~30년 전 출산과 육아를 경험했던 분들이 바라보는 현실입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년과 부모 입장에서 국회의원의 발언을 전혀 공감하지 못합니다.”

Q. 그렇다면 앞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질 총선 정국에서 어떤 이슈들이 더 부각됐으면 하시나요?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이 현재 초고령사회로 넘어가고 있다고, 출생률이 낮아 인구감소 현실화가 걱정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뭘 해준다는 정책이나 법이 아닌,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법이 논의됐으면 합니다.”

Q. 만약 21대 국회가 만들어야 할 법안 하나를 제안한다면, 가장 먼저 제안하고 싶은 법은 어떤 것인가요?

“단지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기본적인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탁상공론만 하지 말고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결국은 정치라고 봅니다. 정치 무관심이 자녀를 잃은 아빠인 저를 만들었습니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법이란 틀 안에 있습니다. 부모가 육아정책·교육정책·안전정책에 관심 갖고 지켜봐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아이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은 그 다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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