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비 지키려 '싸우는 엄마들' 곁에, 국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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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2.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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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②]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지난해 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부모가족 자녀 양육비 이행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당시 강민서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부모가족 자녀 양육비 이행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당시 강민서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1부가 지난달 15일 자녀 양육비 지급 의무를 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홈페이지 ‘배드파더스’ 운영자에게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것. 이를 계기로 양육비 미지급자 처벌 이슈가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8년 한부모 양육실태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78.8%)은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경우도 73.1%에 달했다.

현재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 지급 책임이 있는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양육비를 성실히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양육비 지급은 강제 조항이 없어 ‘안 주면 어때’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내세웠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다양한 가족의 안정적인 삶 지원 및 사회적 차별 해소(65번)’ 항목을 통해 한부모가족 아동 양육비 지원 등 다양한 가족 지원 서비스 확대를 약속했다.

현재 20대 국회에 발의된 양육비 관련 법안들은 총 10개다. 주요 법안 내용은 ‘양육비 미지급 시 처벌’을 골자로 한다. 세부사항은 채무자 신상공개, 운전면허 제한, 출국금지, 형사처벌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는 5월 25일 20대 국회가 폐회되면 이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2018년 9월 양육비 미지급으로 경제적 고통을 받는 한부모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이 조직됐다. 이 단체를 이끄는 강민서 대표는 현재 양육비 소송을 21년간 진행 중인 엄마다. 베이비뉴스는 강 대표와 17일 전화와 서면으로 20대 국회의 평가와 새 국회에 바라는 점을 들어봤다.

◇ "10개 법안 있지만 처리 계속 밀려… 아무도 제대로 얘기 안 해"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해 4월 양육비 문제를 관심 있게 봐달라는 염원을 담은 '핑크 슬로건'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왼쪽부터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의 모습. ⓒ양육비해결모임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해 4월 양육비 문제를 관심 있게 봐달라는 염원을 담은 '핑크 슬로건'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왼쪽부터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의 모습. ⓒ양육비해결모임

Q. 먼저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지난해 저희는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원에게 ‘양육비 문제를 관심 있게 봐달라’는 염원을 담은 ‘핑크 슬로건’을 전달하기도 했고요. 또 양육비 미지급자들에 대해 양육비 이행 강화법을 만들어 달라고도 호소했어요. 하지만 법안을 발의해주신 국회의원 중 끝까지 양육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준 의원은 없었습니다. 양육비 해결에 국회의원은 의지가 없었어요.

저는 21년간 양육비 소송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제 아이가 올해 22살이 됐는데, 그 전까지 국가는 양육비 미지급에 대해 나 몰라라 했습니다. 양육비해결모임은 정당과 상관없이 양육비 해결에 의지를 보여주는 의원이 있다면 적극 지지할 겁니다. 20대 국회는 매우 유감이고,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점수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Q.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도입하고자 여러 차례 국회 토론회에 참여하고, 정부와 대화도 나누셨습니다. 국회가 양육비 대지급 제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양육비 대지급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공약 사항이었습니다. 국가가 안정적인 양육비 지급을 해주고,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면 아이를 양육하는 데 안정적으로 힘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국회에서도 ‘양육비 대지급 제도’에 대해 제대로 얘기한 적이 없고요. 지난해 5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 주최로 ‘양육비 대지급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가 있을 뿐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10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상반기에는 국회 파동이 있었고, 하반기에는 조국 사태가 있어 법안이 계속 밀려났습니다. 국회는 양육비 문제에 대해 전혀 공감 못 하고 있습니다. 법안만 발의하는 거 원치 않아요. 양육비 대지급 제도는 사실 어느 당도 제대로 얘기한 적이 없어요.”

Q.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을 두고 국회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상 깊었던 일이 있으셨다면 소개해주십시오.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유일하게 언급하신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전 의원입니다. 이 의원은 지난해 4월 저희가 국회를 찾아 ‘핑크 슬로건’을 전달했을 때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든데, 양육비는 나라에서 해줘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지난해 5월 10일 ‘양육비 대지급에 관한 특별법’도 발의해주셨습니다.”(이 의원은 지난해 6월 13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국회의원 자격이 박탈됨 - 기자 주)

Q. 20대 국회에 양육비와 관련돼 계류된 법안이 10개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법안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또 양육비 법안이 계속 뒤로 밀리는 까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양육비해결모임은 ‘양육비 미지급자 형사처벌’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아이의 정서적·경제적 안정을 방해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아동학대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법무부·경찰청·여성가족부가 가진 의지도 문제입니다. 법무부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출국을 금지하는 조치가 ‘출입국관리법상 출국 금지 사유 및 입법 취지에 반하고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고, 경찰청은 ‘운전면허 행정처분은 도로교통법상 위험 발생 소지가 높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처분’이라며 ‘공권력을 과도하게 개입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양육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 "양육비는 아이들 '생존비'… 미지급자 형사처벌 시급"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해 2월 14일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양육비 피해아동 및 부모 250명 청구인단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양육비해결모임은 지난해 2월 14일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양육비 피해아동 및 부모 250명 청구인단 헌법소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2015년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으로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출범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고 계신가요?

“양육비이행관리원은 한부모 가정의 자녀 양육 지원을 위해 2015년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입니다. 양육자들이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는 변호사를 대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행관리원은 적극적이지 못했어요. 안일했습니다.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비롯해 소송 역시 빠르게 진행해주는 것을 이행관리원에 바라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양육비해결모임은 양육자와 미지급자 사이 ‘중재전화’를 운영해 양육비를 주고받도록 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금까지 95건을 해결했습니다.”

Q.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 공개 사이트인 ‘배드파더스’ 운영자가 지난달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번 재판 결과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무죄판결은 의미가 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는 공익활동이고, 아이들의 생존권을 위한 겁니다. 하지만 신상공개 자체가 합법화한 게 아니기에 고소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법원이나 판사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법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양육자들이 법정까지 서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Q. 곧 다가올 21대 총선에 출마할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현재 양육비 지급 문제는 ‘배드파더스’ 이슈로 다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국회의원도 양육비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 않아요. 법안 발의만은 의미가 없습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양육자들을 돌봐줄 의원이 있어야 합니다. 양육비는 아이들이 먹고, 교육받는 생존비입니다. 가장 우선해서 지급돼야 하는 돈입니다. 아이가 잘 자라날 수 있게끔 국가가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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