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야만 얻을 수 있는 '돌봄'… 대부분 부모는 포기"
"싸워야만 얻을 수 있는 '돌봄'… 대부분 부모는 포기"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4.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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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⑮] 박정경 제주아이특별한아이 대표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박정경 제주아이특별한아이 대표의 모습.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박정경 제주아이특별한아이 대표의 모습.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제주도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고등학생과 그를 돌보던 엄마가 숨진 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 18일 제주지방경찰에 따르면, 엄마가 남긴 유서에 “삶 자체가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자 돌봄 교육을 신청했지만, 엄마는 자녀의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박정경 제주아이 특별한 아이 대표는 이 모자를 기억한다. 지난달 31일 베이비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박 대표는 “평소 활동하던 부모모임에서 자주 봤다”면서,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분이라서 더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자폐성 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왔다. 현재 제주도 내 발달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 모임인 ‘제주아이특별한아이’ 대표를 맡고 있다. 단체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한 정보 나눔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나아가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자립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박 대표가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달 31일 박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온라인 수업 불가능한 장애아동… 지원 늘려 대면교육 이뤄져야”

2018년 4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20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여 209명의 삭발자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4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20만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여 209명의 삭발자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 호소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제주도에서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고등학생과 그를 돌보던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례를 접할 때마다 느끼시는 심정은 어떠신지요.

“사실은 아직도 충격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요. 해당 학생은 자폐성장애를 갖고 있었어요. 평소 활동하던 부모모임에서 엄마와 아이를 자주 봤어요. 코로나19 때문에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다들 슬퍼하고 있어요. 특히 그분은 평소에 부모모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분입니다. 아이도 오케스트라 활동 등 부모님의 보호 아래 밝게 잘 지내고 있었던 터라 더욱 충격이 커요.

아직 초등학생인 제 아이를 바라보면서 '우리 아이도 저만큼 크면 나도 저런 절망감을 느낄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져요. '지금부터 내가 아이와 가족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혼자서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은 안 된다고 봐요. 사회가 함께 고민해주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많은 장애아동의 부모들이 힘들어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긴급 돌봄을 하고 있지만, 감염이 무서워 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소외되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에 못 보내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다른 아이들은 전부 집에 있는데, 나만 학교 돌봄에 보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못 보내는 부모도 있었어요.

정부는 또 개학을 미룬다고 발표했어요.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4월 20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발달장애 아동에게는 온라인 개학은 불가능합니다. 집에 아이가 한 명이라면 부모가 아이 옆에서 강의를 잘 들을 수 있도록 관리를 하겠지만, 아이가 여러 명이라면 각자의 컴퓨터로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저는 어제(3월 31일) 발달장애가 있는 둘째 아이에게 온라인 강의를 보여줬어요. 아이는 단 1분도 집중하지 못했어요.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아이들은 대면 수업을 해야 해요. 교사 인력 지원을 늘리더라도 오프라인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해요. 여기서 더 개학을 미룬다면 돌봄과 교육의 문제 안에서 장애아동의 부모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겁니다.”

Q. 발달장애아동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20대 국회가 이룬 긍정적인 성과나 진전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2018년 9월에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전까지는 발달장애인의 권익이 사회에서 소외돼 왔었는데, 종합대책이 발표되면서 사회적으로도 많이 이슈가 됐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도 조금은 변화됐어요.

하지만 아직 구체적 지침은 마련되지 않았어요. 정부에서 지침은 마련됐지만, 부모에게 전달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봐요. 아직까지는 변화된 정책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요.

돌봄 문제만 봐도 그래요. 여전히 학교 내에서 돌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아요. 학부모가 먼저 요구하기 전에 아이의 장애여부, 환경에 맞는 돌봄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학부모가 강력하게 요구해야만 대안을 고민해보는 상태입니다.

이 부분에서 학부모들은 대부분 포기하거나 힘든 상황을 참아내요. 아이의 교육에 앞서 기본권도 보장되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입니다. 좀 더 현장에 맞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요. 정부가 내놓은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이 중간에 흐지부지 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과 실행력을 갖췄으면 좋겠어요.”

Q.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실 수 있으실까요?

“40점입니다. 20대 국회는 안 좋은 기억만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해요. 저 역시 그렇고요.”

◇ “부모에게만 돌봄 책임 떠밀지 말고, 국가가 책임져야”

2018년 9월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간담회'가 열렸다.ⓒ청와대​
2018년 9월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간담회'가 열렸다.ⓒ청와대​

Q. 2018년 9월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을 초정한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발달장애인도, 발달장애인 가족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햇수로 2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 하고 있어요. 아직 아이가 초등학생이라서 그런지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는 돌봄 문제와 아이의 장애특성이나 아이의 능력에 맞는 맞춤 교육입니다. 장애아동을 ‘장애’라는 단어 안에 가둘 것이 아니라, 장애아동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특성화 교육을 지원해줘야 해요.

국가가 발달장애아동 부모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고. 탁상행정이 아닌 직접 발로 뛰었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인을 평생 부모나 가족에게만 돌봄의 책임을 떠미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져주는 것이 필요해요.”

Q. 정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이외에 당사자 입장에서 더 필요한 정책들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먼저 발달장애인의 치료비가 너무 비싸요. 현재 치료비 바우처가 있긴 해요. 월 22만 원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월 6회 정도의 치료를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장애아동은 한 가지 치료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치료, 인지치료, 음악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여러 분야의 치료를 한 번에 받게 되는데, 월 100만 원 정도가 듭니다.

영유아기부터 초등학교까지는 아이들도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고, 엄마들이 아이를 돌보느라 일을 못해요. 치료비는 발달장애아동에게 꼭 필요해요. 치료비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돌봄은 2학년까지 제공되고 있어요. 비장애아동일 경우 3학년이 되면서 혼자서 통학하고 앞가림이 가능하지만, 발달장애아동은 그렇지 못합니다. 돌봄 정책이 개선돼야 해요. 돌봄 바우처는 중학생부터 받을 수 있어요.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입니다. 학교 돌봄이 어려우면 지역아동센터나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는데, 사실상 발달장애아동은 기피해요.

발달장애아동을 양육하는 가족에게 가사지원이나, 복지 바우처 제도 등 가족지원제도도 필요해요. 특히 가족 중에 비장애아동이 있는 경우 장애아동이 형제나 자매로 있다는 것에 심적으로 상처를 받고 소외당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비장애아동의 심리지원 등 구체적인 제도도 필요해요.”

Q.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사회인식이 어떻게 변화됐으면 하나요?

“발달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동등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보면 돼요. 장애인이기 전에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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