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기금’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그룹홈 문제, 국가는 ‘뒷짐’
‘복권기금’으로 살아가는 아이들… 그룹홈 문제, 국가는 ‘뒷짐’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2.21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③] 방영탁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방영탁 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의 모습. ⓒ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방영탁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의 모습.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지난해 5월 정부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내놨다. 핵심은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 그 중 ‘요보호 아동’ 보호를 위해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을 첫 번째로 내놨다.

가정에서 보호 받지 못하는 아동을 국가가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 특히 아동 보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협동조합, 법인화 등으로 아동그룹홈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종사자 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추진과제도 명시했다.

아동그룹홈은 아동복지법 제52조 제4항의 공동생활가정을 일컫는 시설로, 가정해체·방임·학대·빈곤·유기 등 위기 가정에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여건에서 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공개한 ‘2019년도 공동생활가정(그룹홈)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아동그룹홈은 558곳에, 보호아동은 2872명을 보호하고 있다. 그중 초등학생이 998명(34.7%)으로 가장 많았고, 3세~6세(미취학 아동)도 276명(9.6%)이었다.

정부 노력에도 아동그룹홈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하나는 종사자 처우가 너무 낮고, 두 번째는 예산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2020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에서 사회복지사 종사자는 1호봉 기준 188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권고 사안으로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지자체의 재정수준에 따라 지급되는 게 현실이다. 예산 지원도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 사업으로 운영된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는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복권기금으로 이관된 아동그룹홈 예산을 보건복지부 일반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 단체를 이끄는 방영탁 회장이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방 회장과 20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기획재정부, 아동그룹홈 예산 지원에 의지 없어”

2018년 11월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아동그룹홈의 날 선포식 및 기념식세마나' 현장 모습.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018년 11월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아동그룹홈의 날 선포식 및 기념식세마나' 현장 모습.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Q.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70점입니다. 20대 국회는 의사일정의 잦은 파행과 세심한 예산 심의가 진행되지 못했던 점이 감점사항입니다. 반면, 아동권리보장원을 만들고, 아동정책의 종합적인 수행과 아동복지 관련 사업의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Q. 아동그룹홈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논의하고자 여러차례 국회 토론회에도 참석하시고 정부와도 대화하신 걸로 압니다. 국회가 아동그룹홈 문제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저희 단체는 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지속적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만나 현안논의를 진행해왔어요. 이 과정에서 아동그룹홈에 대한 국회의원의 이해와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퇴소아동 자립을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국회에 예산증액을 위한 청원활동을 여러 차례 진행했습니다.

국회에 아동그룹홈의 열악한 처우에 대한 공감대는 마련했지만, 예산 증액은 항상 더딥니다. 21대 국회는 좀 더 적극적인 정책 마련과 예산확보를 기대하고 있어요.”

Q. 전국 510개소, 1514명의 그룹홈 종사자가 있는 걸로 압니다. 그룹홈을 운영하시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떤 게 있으신지요?

“아동그룹홈은 현재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이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양육시설의 경우는 적용을 받고 있어요. 분명한 임금차별입니다. 이 부분은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그룹홈에 대한 임금차별은 평등권 침해’라고 개선권고를 한 바 있습니다.

또 생활시설이기 때문에 24시간 보호아동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현재 기관 한 곳당 종사자 3인이 근무하지만, 야간근로와 시간외 추가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종사자가 합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게 개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Q. 아동그룹홈과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예산은 보건복지부 일반회계가 아닌, 여전히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복권기금사업에 아동그룹홈 예산이 속해 있다는 점은 이미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가 지적한 바 있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의지가 없습니다. 또 입법부인 국회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 “퇴소아동 단기간 자립 못해… 오랜 기간 재정 지원해줘야”

2018년 4월 24일 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는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공원에 위치한 광화문 광장에서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천막농성을 벌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는 2018년 4월 광화문 광장에서 종사자 처우개선을 위한 천막농성을 벌였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Q. 그간 대규모 아동양육시설과 그룹홈의 아동양육비 지원, 종사자 급여, 근무여건 등 차별 문제를 지적해오셨습니다.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면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고 계신지,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종사자 처우와 급여 수준을 개선해야 하다는 것은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권고 후 지자체 차원에서 현실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제주·인천·서울 등은 이미 가이드라인 적용을 위해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강원·충남·광주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처우개선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다만 아동그룹홈의 처우개선이 지역별로 실현되고 있는 부분은 자칫 지역 차별로 커질 수 있습니다. 모든 지역에서 평등하게 지원하는 정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시해야 합니다. 예산과 인력지원이 동시에 필요하고, 양육시설 수준의 지원도 있어 야 합니다. 아울러 현장 종사자에게 의견도 충분하게 수렴해야 합니다.”

Q. 이러한 운영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그룹홈을 운영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아동그룹홈 종사자들은 보호아동을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힘든 환경에서 벗어난 아이들이 잘 자라고, 성인이 된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이것보다 더 큰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이 있을까요.”

Q. 그룹홈 퇴소아동들에 대한 자립지원 대책도 매우 미흡한 수준인 것으로 ‘2017년 아동공동생활가정 실태조사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현재 지원 상황과 더 필요한 지원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아동그룹홈은 자립지원전담요원을 배치하지 않습니다. 퇴소아동들은 짧은 시간에 자립할 수 없어요. 학령기 아동부터 자립에 대해 충분하게 교육받고, 관련한 경험도 해야 합니다. 자립정착금과 아동발달지원계좌(CDA)로 평균 1200만 원 정도 주는 일시적 방안보다는, 퇴소 후에도 재정 지원이 지속적이고 오랜 기간 있어야 하고, 교육도 충분히 병행해야 합니다.”

Q. 곧 다가올 총선 정국에서 후보로 나오는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아동은 투표권이 없습니다. 때문에 아동 지원은 많이 부족합니다. ‘소외됐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공약으로 아동정책을 담아내고 있으나, 일시적일뿐입니다. 또한 당선 후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입법 활동은 없습니다.

이슈와 홍보에 국한된 단기적 정책방안이 아닌, 학령기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걱정 없이 본인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당선 후에도 변함없이 아동에게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는 국회의원을 기대합니다.”

Q. 끝으로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동그룹홈이 법제화된 지 16년이 지났습니다. 방임과 학대에서 보호받고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밑거름에 아동그룹홈 종사자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지원을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도 현장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야 합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