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현장 이해 없는 국회, 1점도 주기 아까워"
"보육현장 이해 없는 국회, 1점도 주기 아까워"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4.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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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⑱] 이현림 전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이현림 전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의 모습.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이현림 전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의 모습.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보육교사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여건에 놓여 있습니다. ‘보육교사 8시간 근무제를 추진하고, 대체교사제 확대를 통한 보육교사의 보수교육이나 연차휴가를 실시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17년 4월 14일. ‘문재인의 약속, 안심육아 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육교사 8시간 근무제’를 공약했다. 2018년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통해 보육교사에게도 휴게시간이 보장됐다.

그 뒤로 1년 9개월이 지났다. 보육 현장에서는 휴게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을까. 이현림 전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지부장은 지난 6일 베이비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여전히 휴게시간 사용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보육교사들이 많다”며, “가짜 휴게시간이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지부장은 가짜 휴게시간에 대한 설명으로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은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가짜 휴게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지부장은 현재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이하 보육더하기인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보육더하기인권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권리, 교사가 행복하게 일할 권리, 양육자가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권리를 보장하는 활동을 해온 단체다. 이들은 아동과 교사 인권 보호를 위한 CCTV 열람 절차 개선, 아동 돌봄을 위한 유급휴가 확대 등의 보육정책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 전 지부장이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6일 이 전 지부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앵무새처럼 이용자 중심 공약만… 아이들 생각 담은 공약 없다”

2018년 9월 8일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입구에 설치된 '임시 어린이집'에서 일일 보육교사로 기자가 체험하는 모습.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9월 8일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입구에 설치된 '임시 어린이집'에서 일일 보육교사로 기자가 체험하는 모습.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어린이의 보육과 인권의 질적 향상을 위해 20대 국회가 이룬 긍정적인 성과나 진전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20대 국회에서는 국·공립 시설 확충, 보육예산 국가책임강화, 보육료 현실화 등을 내세워 표심을 구했어요. 실제로 이런 부분은 부모와 보육 관련 종사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요.

현장 교사인 저 역시도 '누더기로 그때그때 대충 막아놓은 보육시스템에 대해 드디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개선 의지를 보이는 것인가'라는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4년 전과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정치권은 보육 현장에 대한 무지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어요. 저는 100점 만점에 1점도 주기 아까워요.

국회에 묻고 싶어요. 아동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얼마나 있는지 말입니다. 아무리 20대 국회의 법안을 뜯어봐도 아동 인권에 관련된 사항이 없어요. 특히 21대 총선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을 보면 앵무새처럼 국·공립 시설 확충, 양육수당 지급 등 이용자 중심에만 초점을 맞췄어요. 실제로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낸 법안은 보지 못했어요.

아동 인권은 아이의 욕구를 온전히 받쳐주고, 그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요. 그러나 국회는 그 어느 것 하나도 잘한 게 없어요. 현장교사로서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의 아동학대의 기준은 상식적이지 않아요. 부모들은 교사를 의심하고, 거기에 표심을 노린 정치인들도 합세해 결국 보육교사들은 모두 CCTV의 감시를 받는 예비 범죄자가 됐습니다. 교사들은 인권침해, 모함 등 벼랑 끝에서 간신히 아이들을 돌보며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Q. 20대 국회 4년 동안 휴게시간 보장 등 몇 가지 제도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현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변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크게 휴게시간의 보장, 보육지원체계 개편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휴게시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회의적 반응이 여전히 더 많아요. 실질적으로 휴게시간 사용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이 많아요. 서류로는 완벽한 휴식이 이뤄지는 현장에 대해, 오히려 의문을 가져달라고 행정 담당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가짜 휴게시간이 여전히 난무하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보육교사도 사람이니까 휴식해야 한다'는 개념이 생긴 것 같아요. 보육지원체계 개편은 현재 제가 일하는 원에도 적용하고 있어요. 다만, 작은 규모의 원에서는 ‘그림의 떡’인 구조가 아쉬워요. 현재도 오후당직을 여전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육지원체계 개편은 보육과정을 기본보육과 연장보육으로 구분하고, 보육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기본보육시간, 오후 4시부터 7시 30분까지는 연장보육시간으로 구분하며, 연장보육시간에는 연장보육 전담교사를 배치하고 연장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 기자 주)

Q.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어린이집은 무기한 휴원 상태입니다. 현 상황에서 보육교사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일단 보육교사도 사람인지라 감염 위험이 제일 걱정입니다. 공적 마스크 판매 시간이 아이들 낮잠 시간과 달라서 마스크 사러 나가기도 힘들어요. 또 감염병 예방 차원이라면서 교사의 동선을 매일 보고하라고 합니다. 심지어 감염 예방 하려고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웠는데, 학대라고 민원 전화도 왔었어요. 그밖에 무급휴직통보, 강제유급휴가, 채용번복 등 교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많아요.”

◇ “어린이집 시스템은 누더기… 그때그때 힘 있는 쪽에 따라 정책 결정”

지난해 7월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육교사 노동 현황 및 과제'토론회가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해 7월 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육교사 노동 현황 및 과제'토론회가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보육 정책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할 텐데, 가장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교사 대 아동비율 축소, 두 번째는 보육현장 공익제보 활성화와 어린이집 비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입니다.”

Q. 총선 후보들이 공약을 발표하고, 정당별 공약도 나왔습니다. 혹시 눈여겨보고 있는 공약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조성실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지역사회통합돌봄 강화'와 '사회서비스노동자 처우개선' 부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또 국·공립 시설 확충 50% 공약도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Q. 혹시 어떤 공약들이 더 제시되기를 기대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첫 번째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철회 또는 개인정보와 인권 보호 강화 법안입니다. 현재 어린이집 시스템은 애초부터 미래까지 바라보고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그때그때 힘이 있는 쪽이 누군지에 따라 정책이 결정돼요. 누더기에 상태에서 정상적인 시스템을 기대하는 건 비상식일 수밖에 없어요. 휴게시간을 말하는 보육교사는 교사가 아니고, 휴가 없이 아이들을 365일 봐야 유능한 교사인 것처럼 세뇌시키죠.

현장에서 교사는 인권이 없어요. 애초부터 인권의 개념이 자랄 수 있는 현장이 아닙니다. 교사의 인권에 대해 일깨우고, 이런 부분을 무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조항을 더 만들어 지금이라도 시스템을 정상화 시켜야 해요.

두 번째는 보육시설 및 복지시설 전문 노동위원회와 아동학대 전문 판정센터 설립 법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입증을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가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육교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근로감독관이 필요하고, 교사의 노동을 이해하는 분들이 필요해요. 그래야 보육교사를 대변하는 판결이나 과정들이 생기고 현장 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교사 대 아동비율 축소도 절실해요.(현재는 만 0세의 경우 교사 한 명당 아동 세 명, 만 1세는 다섯 명, 만 2세는 일곱 명, 만 3세는 열다섯 명, 만 4세와 5세는 스무 명을 돌봐야 한다. - 기자 주 ) 몇 년 동안 국회에 부르짖었지만, 먹히지도 않았어요.

조선시대 노비도 마님의 아이 한 명씩 돌봤다고 해요. 현재 교사 대 아동비율은 교사를 학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국회는 애초부터 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어요. 진짜 아동학대 가해자와 방관자는 보육교사를 제외한 모두입니다.”

Q. 마지막으로 총선 후보자들이나 유권자, 특히 양육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하잖아요. 보육의 질이 높아지려면 교사 처우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해요. 정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말해요. 후보자들은 아이들이 있는 공간을 사람이 커가는 공간으로 만들어주길 바라요. 또, 돌봄의 가치는 효율을 따질 수 없어요. 이윤이 남지 않아야 좋은 돌봄입니다. 교사와 아이를 보호해주는 법안을 기대해요.

저 역시 양육자로서 돌봄의 가치를 알고, 정확한 정책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 주시할 겁니다. 그런 관심이 현장을 바꿀 수 있어요. 대한민국 모든 양육자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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